▲ 출처= 롯데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복귀 후 롯데가 가장 먼저 ‘정상화’를 예고한 것은 해외 사업 확장이다.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부재하는 동안 롯데가 준비하고 있던 해외 관련 사업은 사실상 ‘올 스탑’ 됐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는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시장에서 주요 계열사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최근 그 확장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회장님이 직접 간다” 

롯데가 주목하는 해외사업 확장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바로 롯데와 이해관계가 엮이는 국가에는 꼭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찾아간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22일 신동빈 회장은 프랑스에서 개최된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French International Business Summit)’에 참석했다. 프랑스 정부가 주최한 이 회담에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 에두아르 필립(Édouard Philippe) 국무총리 등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페이스북,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초청돼 참석했다. 신 회장은 한국-프랑스의 경제와 문화 교류에 기여해온 점을 인정받아 회담에 초청됐다. 현장에서 신 회장은 프랑스 정부 그리고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함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상호 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어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을 그리고 12월에는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일본 출장은 일본 롯데 경영진들과의 대화로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경영권 조율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문은 롯데가 직접 현지에 투자한 사업들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베트남은 2017년과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쓴 맛’을 본 롯데가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하고 있는 곳이기에 신 회장의 관심이 각별한 곳이다. 1996년 롯데제과로 롯데의 첫 진출이 이뤄진 베트남은 현재(2018년 기준) 백화점, 마트, 호텔 등 약 16개의 주요 계열사가 현지에서 300개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총 임직원 수는 1만명 이상이다. 오는 2022년 롯데의 종합 쇼핑몰과 레저시설이 들어설 롯데몰 하노이가 완공되면 롯데에게 있어 베트남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신 회장은 호치민시 에코 스마트시티 복합단지 프로젝트의 부지를 점검하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서로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 지난해 1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응웬 쑤언 푹(Nguyễn Xuân Phúc) 베트남 총리(오른쪽)를 접견하고 있는 롯데 신동빈 회장(왼쪽). 출처= 롯데그룹

인도네시아는 롯데가 미래의 주력산업으로 밀고 있는 화학 분야의 사업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롯데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 스틸’이 보유한 공장부지를 매입했고 같은 해 12월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에서는 롯데의 유화단지 기공식이 열려 이 자리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두 나라에서 발생하는 약 2조9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이 롯데의 전체 해외사업에서 약 27%의 비중(2017년 기준)을 차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ECC) 공장 준공식을 갖고 상업적 생산을 위한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아시아 국적의 정유·화학업체가 북미지역 셰일가스 ECC 사업에 진출한 것은 롯데케미칼이 처음이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100만t 규모의 에틸렌과 70만t 규모의 에틸렌글리콜의 생산이 기대되고 있다. 9일 열리는 공장 준공식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레저, 콘텐츠 부문 해외시장 확장 ‘시작’ 

롯데는 유통과 화학 부문이 아닌 다른 사업 영역의 해외시장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롯데호텔은 2022년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2024년 호찌민에 5성급 호텔을 열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호텔이 보유한 체인 호텔 수는 30개(지난해 기준)로 국내 19개, 해외 11개 등 전 세계 30개 호텔과 리조트에 총 1만1000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김정환 롯데호텔 대표는 “해외 시장 영역을 더 확장해 현재 운영 중인 30개인 롯데의 호텔 수를 추후 50개까지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롯데의 콘텐츠 사업부문 계열사인 롯데컬처웍스도 해외 멀티플렉스 그리고 영화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멀티플렉스 브랜드 롯데시네마는 현재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55개 지역에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컬처웍스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자사의 법인을 설립하고 영화관 사업뿐만 아니라 영화 등 콘텐츠 제작 사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 롯데 뉴욕팰리스 전경. 출처= 롯데호텔

이와 같은 롯데의 전방위적 해외시장 확장은 신동빈 회장이 일선에 부재한 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입은 큰 피해를 본 것과 관계가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공들여온 중국 사업이 부진을 대내외 요인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롯데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반전카드? 

롯데의 전방위 해외시장 확장은 신 회장이 경영에 부재할 때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아직까지도 이후의 해외시장 확장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으니 바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신동빈 회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다.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아직은 법원으로부터 완전하게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는 아니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롯데의 광폭 행보는 또 한번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롯데의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후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일을 최대한 진행시켜 두고자 하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총수의 권한이 유독 큰 롯데라는 기업의 특성상 추후의 재판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롯데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한 2019년 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를 볼 때,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만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 롯데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즉, 롯데가 보여주고 있는 글로벌 광폭 행보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동시에 신동빈 회장 개인을 위해서 도 꼭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롯데의 글로벌 광폭 행보는 롯데가 바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