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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무엇이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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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재판관 중 단순위헌 의견 3인, 헌법불합치 의견 4인, 합헌 의견 2인으로 위 조항들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 해당 사건의 청구인인 산부인과 의사는 2013년 11월 1일부터 2015년 7월 3일까지 총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 승낙낙태죄로 기소가 되었는데, 법원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7년 2월 8일 위 조항들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결국 위와 같은 결론을 얻어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의 취지에 맞추어 관련 규정을 삭제 또는 수정 보완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 머지않아 낙태죄가 사라지게 되는 대한민국에는 과연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당장은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제15조에 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의사가 임신 24주일 이내의 부녀에 대하여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낙태죄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결정가능기간)까지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우선한다는 취지이므로 결국 어느 시점까지 낙태가 가능한지, 어떤 경우에 낙태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입법재량에 남겨진 상황이다. 무엇이 허용되는 낙태이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 낙태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모자보건법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낙태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재심을 통홰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하지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이 허용되기도 한다(제47조 제2항 내지 제5항). 실제로 지난 2015년 2월 26일에 헌법재판소가 내린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라 변호사업계에서는 한 때 과거 간통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대거 재심을 신청하여 ‘간통죄 특수’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재심대상이 되는 낙태죄는 지금껏 법원이 유죄 선고를 내린 모든 낙태죄가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 이전에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헌법재판소 2012. 8. 23 자 2010헌바402 결정)을 내렸던 2012년 8월 23일 다음날인 2012년 8월 24일 이후에 유죄선고를 받은 경우에 한한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2문이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인 경우에도 ‘해당 법률 또는 해당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은 다음날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고의로 자신이 임신하고 있는 태아를 낙태한 부녀에 대하여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우리 민법 상 태아는 상속순위와 관련하여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제1000조 제3항), 태아의 직계존속, 가령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에는 망자의 배우자이기도 한 태아의 어머니와 상속 순위가 같다(제1000조 제1항 제1호, 제1003조 제1항). 그런데 만약 그 태아의 어머니가 태아를 낙태한 경우라면 이는 태아의 어머니가 “고의로 상속의 동 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한 것”에 해당하여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1004조 제1호). 이른바 “상속인 결격”에 대한 사유로 지금껏 우리 법원은 이 같은 규정에 기초해 태아를 낙태한 부녀에 대해서는 상속인의 자격을 박탈해 왔던 것이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127 판결 등).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낙태가 비범죄화가 된다면 이 같은 법원의 판례에도 변화가 생길까? 여기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형법적으로 처벌받지 않게 된 낙태죄를 저지른 부녀에게서 상속인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과 낙태한 부녀에 대하여 상속인 결격을 한 것은 그것이 범죄행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망인에 대한 일종의 패륜행위 또는 배신행위이기 때문이므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판례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결국 민법상의 상속인 결격 조항(제1004조)의 존재의미와 도입취지가 무엇인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과연 법원이 앞으로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4.23  15: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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