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봉쇄, 리비아 내전 심화 등으로 원유 선물가격이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제재에 대해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강경 자세를 보이자,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실제 발생할 경우 원유 가격은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5월 인도분은 전거래일보다 2.7%(1.70달러) 오른 배럴 당 65.70달러를 기록했다.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장중 최대 65.92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6월 인도분도 2.9%(2.07달러) 오른 74.04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최고 74.52달러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치 기록했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입 제한 조치에 대한 예외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란과의 원유 거래는 오는 5월 2일 0시 이후로 사실상 봉쇄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 유예조치를 발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에 2차 제재를 가하며 이란의 주요 수익원인 원유에 대해 수입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란이 같은 해 5월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중국, 인도, 이탈리아, 일본, 대만, 터키, 그리스 8개국에 대해서는 180일간 한시적 면제조치를 내렸다. 전면적 금지로 국제 원유시장에 혼선이 생겨 유가가 급상승 할 가능성 등을 우려한 탓이다.

만약 이란과 원유 등을 거래할 경우, 국내 기업은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세계 원유 공급 축소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이 강경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정규군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미국의 발표 이후 “이란의 이익이 축소될 경우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이란의 영예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가 수출되는 경로다. 전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 가운데 3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요충지다.

존 킬더프(John Kilduff) 석유헤지펀드 어게인캐피털(Again Capital)의 창업 파트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세계 원유 공급이 급감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를 넘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제재 강화 등으로 세계 원유 공급 축소 우려가 깊어지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협의해 세계 원유 공급량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미 백악관은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이란산 원유로 부족해 질 수 있는 공급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적시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칼리드 알 팔리히(Khalid al-Falih)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세계 석유 시장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몇 주 안에 석유 생산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제재 강화와 더불어 리비아 내전이 더욱 악화될 분위기를 보이면서 세계 원유 공급 축소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연쇄 공습과 폭발이 벌어졌다. 현재 리비아는 반 정부군인 리비아국민군(LNA)과 통합정부군(GNA)이 내전 중이다.

강 우(Kang Wu) S&P 글로벌 플래츠의 분석실장은 "리비아 사태가 원유 생산량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리비아 원유 생산량은 일일 평균 약 110만 배럴에 달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하루 30만~40만 배럴의 석유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결국 잉여 공급능력을 지닌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달려있다”면서 “다만 공급 우려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