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최근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사건이 화두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화재사고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으나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사위원회가 민관합동 위원회를 꾸리며 올해 상반기 중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ESS 화재실험에서 화재발생이 0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원인 규명의 첫 관문부터 난관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는 16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화재발생이 0건이라는 것은 일부 업계의 주장이고, 조사위의 공식 입장은 아님을 밝힌다”면서 “현재 조사위는 여러 가능한 경우를 가정해 조기 원인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화재사고 원인조사 활동을 마치고 그 결과를 소상히 공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화재발생이 0건이라는 것은 일부 업계의 주장이기 때문에 현재 실험에서 얼만큼 화재 발생이 났는지는 공개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정부, ESS 원인규명 첫 단추부터 삐걱

현재 조사위는 여러 방법을 통해 ESS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가정해 실제 화재를 내려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화재발생이 0건이라면 ESS 화재 원인 규명이 더욱더 길어지거나, 최종 발표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조재필 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공학부 교수는 “ESS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야 ESS화재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데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원인 규명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아무리 안전한 특정 조건에서 화재 발생 실험을 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ESS화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ESS화재가 왜 발생했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면서 “ESS 화재 원인 규명의 첫 관문도 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ESS화재 발생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사위가 ESS실험에서 화재 발생이 0건이라는 주장은 업계서 나왔다고 밝혔지만, 이미 정부 내에서는 ESS에서 화재 발생이 0건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열린 ESS화재 관련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이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는 10번 정도의 실험을 진행했는데 화재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화 조건이 쉽지 않은 환경에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전국 ESS설치 장소 1500여군데 중 21건의 화재사고가 발행해 화재 발생률은 1.5%정도로 알려졌다. 수치상으로도 수십번 혹은 수백번의 실험을 더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ESS화재 원인 규명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정부 주도의 ESS원인 규명과 더불어 민간 조사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ESS 화재 원인 규명에서 정부 혼자 원인 규명이 어렵다면 민간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조사단을 꾸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정부는 지금보다 더 강한 ESS화재 원인 규명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