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매년 1분기가 끝난 직후인 4월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여러모로 힘든 시기다. 바로 직전 연도의 연간 실적이 공개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그 때는 돌아왔고, 공개된 실적은 업계와 미디어를 ‘여러 가지 의미로’ 놀라게 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어렵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국내 업체들 중에서 그 어떤 업체도 소위 ‘망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생존의 방법을 찾았고, 명맥을 유지했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들의 실적으로 알 수 있는 그들의 눈물겨운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대외적으로 오픈마켓(온라인 판매 중개)형 비즈니스가 강한 업체인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그리고 인터파크의 실적을 보자.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 그리고 큐레이션쇼핑몰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9811억원, 영업이익 485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인 2017년의 매출 9518억원 영업이익 623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3%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22% 감소했다. 다음은 SK의 커머스 사업부문 오픈마켓 11번가다. 11번가는 매출 2280억원, 영업손실 196억원을 기록(SK플래닛에서 분사된 후인 2018년 9월 1일~ 12월 31일 기준)했다. 엄연하게 법인이 달라졌기 때문에 11번가의 전년 대비 실적 변동은 큰 의미가 없으므로 일단은 넘어가 보도록 한다. 그리고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단군 할아버지’ 격인 인터파크는 지난해 매출 5285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각각 9.5% 증가, 73.2% 감소의 변동폭이다. 

연간 실적이 아닌 11번가를 제외하고,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 모두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었다. 통상, 영업이익을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쥔 돈으로 해석하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사정은 나빠진 것이 맞다. 그러나 롯데·신세계·네이버·카카오 등 오프라인-온라인 유통의 빅 플레이어들의 이커머스 시장 진입과 그 외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감안하면, 경쟁 업체들의 마이너스 실적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이는 ‘잘 버텨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참전으로 인한 고객의 분산에 ‘11월 이커머스 대전’이라 불리는 또 다시 불붙은 최저가 경쟁으로 인한 프로모션과 할인쿠폰 비용 지출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감소는 어떤 면에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현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원가(기업 영업활동에서 영업수익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는 4718억원에서 5269억원으로 늘었다. 인터파크의 경우는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이커머스 부문보다는 여행과 엔터부문사업이 크므로 적어도 영업 이익이 마이너스가 아니었다는 것에는 긍정적인 의미를 둔다.    

▲ 쿠팡은 분명 들어온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자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돈을 썼다. 쿠팡의 물류인프라 증가 추이. 출처= 쿠팡

다음은 쿠팡의 실적을 보자. 아마 당분간 쿠팡은 ‘이제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는’ 존재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227억원, 영업손실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64.74%, 영업손실은 71.72% 늘었다. 쿠팡의 실적 추이는 폭이 다를 뿐 지난 몇 년 동안 유형은 똑같다. 매년 늘어나는 쿠팡의 영업손실 요인은 명확하고 매년 이유는 똑같다. 계속된 비용의 투자다. 핵심 경쟁력인 직접 물류 운영체계 로켓배송의 강화를 위해 쿠팡은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의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렸다. 여기에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꽂힌’ 20억달러(약 2조원)는 장기 관점의 고정고객 확보를 위한 고객 서비스의 확장에 계속 쓰이고 있다.  

다음은 위메프와 티몬의 실적을 보자. 지난해 위메프는 매출 4294억원 영업손실 39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 4730억원, 영업손실 417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9.2%, 영업손실은 6.4% 감소했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 4972억원 영업손실 125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40% 늘었고 영업손실은 7.2% 늘어났다. 이 두 업체는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 ‘네이버 검색어의 왕좌’를 놓고 아주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업체는 거의 주 단위 특가판매 기획전을 열어 네이버 검색어 순위의 상위권을 거의 지배하다시피했다. 일련의 시도는 100% 비용의 부담이고 이는 두 업체 실적 장부의 어딘가에 녹아들었다.

▲ 위메프(왼쪽)와 티몬의 2018년 실적. 비록 그들이 '강조하고 싶은' 성과라 할지라도 우선은 박수를...출처= 위메프, 티몬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 몇 년 동안 외적 규모와 영업손실이 동시에 커지는 추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 때마다 업계에서는 ‘어느 한 곳은 망할 것’이라거나 ‘존폐의 위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 중에서 간판을 내린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단적으로 몇 년 전 소셜커머스 3사인 쿠팡·위메프·티몬의 영업손실 총합이 약 8000억원에 이른 것이 큰 뉴스로 보도된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전체 경제 규모의 확장과 함께 큰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속도가 더 빠르기에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각 업체에게 전망은 늘 비관적이었고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는 단순히 장부상 숫자만으로 각 업체들의 존폐나 행보를 예단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제조업체의 관점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실적이면 3년 전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중 최소 2개는 간판을 내렸어야 한다. 

돈을 쓰거나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에 뒤쳐져 고객이 줄어들고 가뜩이나 안 좋았던 수익성은 더 안 좋아진다. 거기다가 시장 참여자들은 계속 늘어난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이커머스 업체들은 어떤 면에서 매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산업 규모의 증가는 곧 일자리 창출이고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장부상의 실적을 떠나 어떻게든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그들의 생존은 우선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다소 우울한 실적으로 실망했을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또는 앞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할 업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