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위기는 건강과 안전, 사기, 성희롱, 인종차별, 재무 상황 은폐, 환경 재해, 데이터 침해, 종업원이 고객을 함부로 대하는 동영상의 유포 등등,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출처= Inc.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의 순간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전세계를 강타하고 이른바 미투 열풍(#MeToo allegations)에 휘말려 있는 보잉(Boeing), 페이스북(Facebook), 웰스파고(Wells Fargo), 에퀴팍스(Equifax),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 테슬라(Tesla), 치포틀(Chipotle) 같은 회사들을 보라.

미국 위기관리연구소(Institute for Crisis Management) 데보라 힐레만 최고경영자(CEO)는 "위기는 시기의 문제이지 가정(if)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닥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의 실수, 태만, 나쁜 행위자로 인해 올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저절로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위기는 건강과 안전, 사기, 성희롱, 인종차별, 재무 상황 은폐, 환경 재해, 데이터 침해, 종업원이 고객을 함부로 대하는 동영상의 유포 등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유가 무엇이든, 위기 대처는 항상 어렵다. 하지만 위기를 잘못 다루면 상황이 10배나 악화될 수 있다.

힐레만은 고객들을 위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과정에서 무엇이 취약했는지를 제공해 주는 연구를 수행한다. 힐레만은 먼저 회사의 문화를 연구하고, 사업의 운영 방식을 살펴본 다음 경영진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재무 책임자가 걱정하는 것이 회사 대표와 다를 수 있고, 회사 대표가 걱정하는 것이 인사업무 책임자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서로 협력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홍보회사인 5WPR의 론 토로시안 CEO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쉽지 행동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위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자동화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예술에 가까우니까요.”

계획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상황에서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하며,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실시간으로 무언가가 계속 퍼져 나갈 때에는 더욱 그렇다.

힐레만은 "소셜 미디어가 관련된 상황에서는 며칠이 아니라 몇 분 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인코포레이선(Inc.)誌에 기업이 위기에 보다 더 잘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소개했다.

▲ 위기가 닥칠 때마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서로 협력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출처= Variety

올바른 사람을 전면에 배치하라(꼭 CEO일 필요는 없다)

이상적으로 말한다면, 각 기업은 위기가 닥치기 훨씬 전에, 여러 부서의 사람들로 구성된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놓아야 할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팀을 이끌 최적의 사람은 위기와 관련된 사업부의 사람일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명성과 관련된 위기(reputational crisis)라면 최고홍보책임자(CCO)가 팀을 이끌 수 있다. 안전 프로토콜에 문제가 있다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힐레만은 "CEO가 반드시 위기관리팀장일 필요는 없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CEO는 전반적인 기업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CEO가 위기에 빠진 회사의 공개적 얼굴로 항상 가장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위기관리팀은 CEO에게 방향과 업데이트를 제시하면서 CEO와 긴밀한 연락을 유지해야 한다.

CEO가 상황에 둔감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힐레만은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를 그 예로 들었다. 헤이워드는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에서 석유 굴착기가 폭발해 수 많은 근로자가 사망하고 어업 수역을 오염시킨 사고가 발생한 지 5주가 지나자 "나보다 이 상황이 끝나기를 더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삶을 되찾고 싶다"며 사고 후 불과 두 달 만에 요트 경주에 참석했다.

힐레만은 "CEO가 실수하면 회사는 더 이상 호소할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진실을 숨기지 마라

사실대로 말하지 않더라도 진실은 결국 밝혀지고 그렇게 되면 회사는 더 나쁜 상황에 빠질 것이다.

존 스텀프 전(前) 웰스파고 CEO는 고객 이름으로 가짜 계좌를 만든 것을 직원들의 책임(부도덕성)으로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가짜계좌 스캔들이 회사의 지나친 판매 목표와 내부의 독소적인 문화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져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파문도 이와 비슷한 교훈적 사례다.

폭스바겐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양호한 배출 테스트 결과가 나오자 처음에는 이를 측정 오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와 반대되는 증거들이 잇따라 제시되자 그때서야 비로소 배출가스 검사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고위 간부들이 부정행위의 결정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전 CEO가 부정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되었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수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때 배출 조작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거액 사기’ 혐의로 이 회사를 고소했다.

때때로 회사 대변인들은, 실제로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실히 모르면서도 공개적으로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런 경우라면 "지금은 잘 모른다. 사실을 확인한 후 연락드리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항상 훨씬 낫다. 그리고 회사가 진상을 엄밀하게 조사할 것임을 대중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 보잉의 모호한 입장 표명은 사람들에게 회사가 시민의 안전보다는 수익에만 더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출처= Boeing

문제를 무시하지 마라.

알려진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힐레만은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에서 거의 1억 4600만 명의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에퀴팍스는 해커들이 공격했던 시스템의 취약성을 회사가 약 두 달 전에 알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은 가장 끔찍한 전략이다.

그는 "전화를 피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동차 불빛에 놀란 사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CEO들이나, 변호사나 언론이 당면한 회의보다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CEO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는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위기는 몇 시간 동안 회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위협과 잡음(비정상적임을 나타내는 징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외 발표는 신속하게

위기 상황에는 우선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쁜 결과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회사에서 정확한 상황을 먼저 공개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를 꾸면서 회사를 더 나쁘게 보이게 만들 것이다.

보잉 737 맥스 8기종이 5개월도 채 안돼 두 번째 추락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회사가 이 기종의 운항 중단을 발표하는 데에는 4일이나 걸렸다. 이미 많은 다른 나라들이 이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보잉사의 CEO에게 이 비행기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전화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였다.

헬레만은, 보잉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346명의 사망자를 낸 두 차례 추락 사고의 원인에 대한 더 확실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을 더 빨리 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잉의 모호한 입장 표명은 사람들에게 회사가 시민의 안전보다는 수익에만 더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