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농협생명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농협생명이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외부 계리법인에 컨설팅을 위탁해 자산운용 전략방안을 재정립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생명은 자본확충으로 RBC비율을 올리는 것보다 자산운용 방향조정으로 투자부문의 실적을 회복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환헤지 손실과 주식투자로 인한 손상차손으로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908억원에 달하며 지급여력(RBC)비율은 200%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195%로 2017년 217.92% 대비 22.94%포인트 하락했다. RBC비율 하락의 가장 큰 요소는 가용자본(각종 손실발생시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 감소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지난 1년간 이익잉여금 감소로 가용자본이 2536억원 축소됐다.

◇ 농협생명 자산운용 어떤 문제있나?

지난해 농협생명의 적자발생 원인은 대규모의 환손실 때문이었다. 자산듀레이션(실질만기)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해외채권을 집중 매입해왔는데, 지난해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손실 규모가 커졌다. 농협생명은 외화채권을 약 12조8348억원 보유중이다. 이 중 1조1296억원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어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가치 하락도 자본항목에 추가 반영됐다.

지난해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손실누계액은 123억원이다. 환헤지로 발생한 손실액은 7645억원에 달했다. 또한 같은 기간 국내·외 주식시장 약세로 유가증권 손실반영액도 크게 증가했다.

통상 유가증권 중 주식은 공정가액이 취득원가 대비 30% 이상 하락하면 손상차손으로 인식한다. 농협생명은 투자한 곳의 지분가치가 하락해 총 699억9400만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 출처=농협생명

농협생명은 지난해 KB(바로) 늘푸른 사모97호 외 26건의 펀드(수익증권) 투자로 총 478억3300만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파인브릿지 멀티에셋펀드 외 9건의 외화유가증권 매입으로 205억3900만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이 같은 예기치 못한 손실발생으로 농협생명은 올해 해외유가증권 비중을 축소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협생명의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전체 주식·채권의 24.94% 수준으로 보유 중이다.

또한 외화유가증권 이외에 특수채 비중도 32.72%로 높은 수준이다. 특수채는 특수목적기업(SPC) 등 상대적으로 고수익의 투자재원이 많아 금융사들이 선호하는 채권이다. 농협생명은 국공채(14.79%), 수익증권(13.33%), 주식(0.24%) 순으로 자산을 운용중이며, 해외유가증권 규모는 한화생명(24조4314억원), 교보생명(15조7845억원), 삼성생명(14조8575억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 농협생명, 올해 자본확충 계획無…자산운용으로 건전성 개선

농협생명은 지난해 환헷지 손실 등으로 잉여금이 감소해 RBC비율이 크게 하락했지만 자본확충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농협생명은  2016년 말 RBC비율이 186.46% 까지 하락해 다음해인 2017년 공모 시장을 통해 5000억원(후순위채)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2017년 말에는 RBC비율이 217.92%까지 회복됐지만 지난해 말 다시 195%로 다시 200%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후순위채 발행으로 2017년, 건전성이 일시적으로 개선됐고 조달비용만 가중돼 버렸다. 농협생명은 5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차입부채로 인한 이자비용만 지난해 171억원 지출했다.

▲ 출처=농협생명

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으로 체질개선을 확립한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유인도 억제하고 있어 단기간 보험영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또한 농협생명은 변액보험도 취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형 생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도 적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자산운용을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농협생명 이사회는 올해 경영방침으로 리스크를 감안한 자산운용 전략방향 재정립과 운용수익률 개선을 위한 투자 다변화를 주요 계획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농협생명이 올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다시 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 현재 외부 컨설팅이 진행 중이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며 “자산운용을 통해 건전성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