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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한국의 모순③] 신약토대 복제약, 무차별 가격인하로 흔들?

‘차등가격 원칙’ 개편… 중소 제약사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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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제약사 매출의 안정적인 기반 역할을 해왔던 제네릭이 무리한 가격 인하로 신약개발의 자금과 기술원천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화학합성약과 성분, 함량, 제형과 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이 동일한 복제 의약품으로 오리지널과 동등함이 입증돼 감독당국으로부터 허가된 의약품을 말한다. 이는 대개 오리지널 약의 특허기간이 끝난 후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자료와 비교임상시험 자료 등을 제출해 허가를 받고 생산, 시판된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고혈압 의약품 중 일부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에서 불순물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돼 논란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최근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발사르탄 사태는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과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에 따른 제네릭 난립과 원료 품질관리 미비가 주요 원인”이라면서 “앞으로는 제네릭 가격 제도를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에서 책임성 강화와 시간, 비용 투자 등에 따른 차등가격 원칙으로 개편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제네릭 약가는 2012년 개편돼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일괄 인하 후 책정되고 있지만, 개편에 따라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요건 수준을 만족하느냐에 따라 오리지널 약가 대비 최소 38.69%까지 가격이 낮아질 수 있게 됐다.

제네릭을 제약산업의 근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신약개발의 기반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 ‘제네릭 의약품 차등 보상 제도’가 강도 높은 규제라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제네릭, 제약산업의 기반…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제약사들이 성장할 수 있던 바탕에는 제네릭이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20조원 규모의 내수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이 이제 4곳이다”면서 “신약으로만 제약사의 매출이 발생한다거나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벤처 내지는 글로벌 제약사뿐”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사의 제네릭 비즈니스 모델은 개발 시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창출, 신약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IP정책연구팀 강경남 연구위원에 따르면 제네릭은 장기적 관점에서 임상적 이득 또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제네릭-개량신약-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는 약제비 절감을 목적으로 오리지널 약과 효과는 유사하면서 약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제네릭 시장의 발전을 추구해왔다.

제네릭 시판으로 경쟁구도가 갖춰지면 오리지널 약 가격도 시장 논리에 따라 하락이 촉진되는 등 환자와 약제비 부담이 줄어들고 건강보험 지출도 상대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연구중심 제약기업은 제네릭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 더 집중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일본의 제네릭 의약품 점유율과 목표치.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후생노동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기술연구팀 문경준 주임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많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제네릭 사용 장려로 재정 절감을 이루고 있다”면서 “제네릭 의약품 장려정책으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처방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17년 6월을 기준으로 제네릭 점유율이 약 65.1%로 증가했다. 또 2020년 9월까지 제네릭 의약품 점유율 목표를 80%로 설정하는 등 제네릭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퍼스트 제네릭으로 미국 진출 가능… ‘약가 인하’로 힘 빠져

업계에 따르면 2008년 약 72%였던 미국 제네릭의약품 처방률은 2017년 90%에 이르렀다. 2018년 미국 제네릭 시장 규모는 690억달러(약 78조원)였으며 올해는 730억달러(약 82조원), 2022년까지 860억달러(약 97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 미국 제네릭 시장 규모. 출처=제약업계

제네릭 제약사 1위인 테바는 1984년 미국에서 해치-왁스만법이 도입된 시기에 맞춰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해당 법안은 퍼스트 제네릭을 허가받은 제약사가 180일 동안 독점권을 보유하는 것이다. 2017년 기준 미국에서 제네릭 품목 허가(ANDA) 승인을 받은 제네릭 중 인도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은 38%에 이른다.

   
▲ 제네릭 부문 세계 5대 매출. 출처=피어스파마

최근 퍼스트 제네릭으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제약사로는 삼천당제약이 꼽힌다. 이 기업은 미국 바이오마린이 개발한 희귀병 페닐케톤뇨증 치료제 ‘쿠반’의 제네릭 개발을 완료하고 미국 글렌마크로 기술이전 계약과 원료공급 계약 등을 체결했다. 제네릭으로도 충분히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은 퍼스트 제네릭에 오히려 메리트를 준다. 중소제약사들이 제네릭으로 미국에 진출할 수도 있는데 국내 기반이 없으면 어렵다”면서 “산업의 성장은 대기업이 더 커지는 것도 있지만, 작은 기업이 대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제네릭 약가 개편에 따라 중소 제약사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차등 보상 제도의 영향으로 중소제약사의 힘이 더 빠질 전망이다. 기존과 같이 오리지널 약가의 53.55% 수준에서 약가를 책정받으려면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기준 요건을 2개 만족해야 한다. 만족 요건이 없으면 오리지널 약가의 38.69%까지 값이 내려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가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반복적인 약가 인하로 산업 현장의 성장 의욕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황진중 기자 zimen@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4.19  10:53:29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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