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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한국의 모순①] 국내신약 막는 약값 체계, 외국 약만 배불려

이상한 약값 산정, 국내 출시하면 해외서도 인정 못 받아 출시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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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보건복지부가 2017년 12월에 발표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의 2년 차 시행계획으로 2018년 4324억원에 이어 올해 4779억원을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투입해 지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오랜 기간 제약바이오 기업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지적된 문제인 ‘약 가격’에 대한 이슈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근본 문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해도 약 가치에 맞는 가격을 평가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투자금 회수는 물론 신약개발 의지도 저해되는 형국이다.

제약산업에 드리운 그림자, 총체적 난국?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도인 한국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오히려 환자를 위한 산업 중 하나인 제약바이오업계를 위축시킨다는 것이 역설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몇몇 제약사는 가격 문제로 국내에 약을 출시하는 것을 꺼린다”면서 “제약사가 혁신신약(오리지널 의약품)이나 개량신약 등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에 약이 이미 출시된 이후라면, 수출 대상 국가의 보건당국이 한국 약가를 참고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쉽게 약가를 올릴 수도 없다”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기업은 대개 글로벌 제약사라 한국 건강보험 재정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배를 불리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7월부터 국산 신약에 혜택을 주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힘을 잃었다. 미국계 제약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속해서 한국산 신약 우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제약협회는 지난해 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최고 수준의 무역제재를 가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앞서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 받은 신약 또는 국내에서 전 공정 생산 ▲국내외 기업 간 공동계약 개발 ▲사회적 기여도 ▲임상시험 국내 수행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이 혁신형 제약기업 평균 이상 ▲국내외 기업 간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R&D 투자·성과 창출 등을 충족하면 대체할 수 있는 약제의 최고가에 10%를 가산하거나 외국의 비슷한 약과 약값을 비교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약사는 대개 한국 기업인 혁신형 제약사 등이었다.

   
▲ 한국 제약산업계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할 예정인 파이프라인 수.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속되는 지적에 결국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고, 지난해 12월 28일 원안 그대로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이 모두 삭제된 대신 세계보건기구(WHO)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필수의약품 등을 수입·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경됐다.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또 우선 문제가 없는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신약으로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 포함)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의 상당 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 미국 FDA의 획기적 의약품 지정(BTD) 또는 유럽 식품의약청(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 등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에는 개정안 기준에 해당하는 약이 없어 실제로 약가 우대를 받는 제약사는 없다. 사실상 제도가 사문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제약사의 R&D 비용이 한국 제약사의 매출 규모와 유사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혁신신약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장 기대되는 의약품으로 볼 수 있다. 적절한 약가를 통해 매출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지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등 다양한 약가 문제로 한국 제약사들은 고난의 행군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본 문제는 저렴한 약값, 가치 중심·합리적 약가 필요

최근 개발돼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약은 CJ헬스케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선진국에서의 발병률이 약 20%로 높다. 한국에서도 해당 질환을 앓는 환자는 2013년 약 352만명에서 2017년 약 427만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위산분비억제제 시장규모는 2014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약 30조원,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 약 4700억원이다.

   
▲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수 추이. 출처=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 CJ헬스케어가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혁신신약 '케이캡' 제품 모습. 출처=CJ헬스케어

혁신신약 케이캡정은 기존에 위산분비억제제 시장을 점유한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의 약물들에서 나타나던 주요 한계점을 극복했다. 이 의약품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P-CAB)로 PPI와 달리 활성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칼륨 이온과 프로톤 펌프의 결합을 방해해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다.

CJ헬스케어에 따르면 케이캡은 복용 하루부터 1시간 안에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분비억제 효능을 나타낸다. 이는 야간 위산과다분비 현상도 억제하는 것을 확인, 새벽에 일어나는 위산 역류로 발생하는 흉통과 수면장애현상 등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이다.

치료와 환자 편의성에 뛰어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 케이캡의 약가도 순탄하게 협상되진 않았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2018년 11월 ‘조건부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이는 신약의 효과를 인정하지만, 제약사의 신청 가격이 높아 약평위 평가 가격과 맞지 않을 때 나오는 판정이다. 케이캡은 약가 재협상을 통해 올해 3월 1일부터 정당 1300원에 출시됐다.

SK바이오팜이 FDA에 판매 허가를 신청한 뇌전증 치료신약 ‘세노바메이트’는 한국 출시 계획이 불분명하다. 이는 유럽에 확정계약금 1억달러(약 1125억원) 총 계약금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에 성공한 의약품이다.

혁신신약임에도 협상에 난항을 겪거나 한국에 출시가 불투명한 점 등을 보면 효능 등 가치 중심·합리적인 약가를 인정하는 약가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도 투자금 등을 회수하는 데에는 약 10년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이 해외에 먼저 출시되고 높은 약가로 역수입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의 보건 공공성을 위해 약가는 더 치밀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진중 기자 zimen@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4.19  10: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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