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일개 보험계리사의 생각만으로 대형 보험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요. 물론 영업 현장에서도 반기지 않았습니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회사의 상품 개발팀을 박차고 나온 오명진 보험계리사. 그가 보험 P2P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이제는 주식회사 ‘두리’의 대표이사가 됐다.

 

상품 개발 10년… 고객 만족 위해 떠나다

오명진 두리 대표는 대형 손해보험회사에서 고객이 내야 할 보험료와 보험회사가 쌓아야 할 책임준비금을 산출하는 업무를 했다. 그의 일은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잘 해내서 좋은 평을 들으며 일에 전념했다. 그러던 중 그는 전략팀을 거쳐 상품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는 상품 기획팀에서 어떤 시장에 어떤 상품을 내놓고 기획할 것인지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그의 목표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객을 위해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상품을 기획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나 영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상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보험업계는 인슈어테크가 자리를 잡지 못한 데다가, 보험회사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내적인 갈등을 겪게 됐다.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즉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등의 정보기술(IT)을 이용해 기존의 보험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 대표는 해외 연구 자료를 살피다 충격을 받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는 고객 맞춤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들이 당시 해외에서는 이미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오 대표는 우리나라의 보험회사들도 이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의료법 규제 등 어려운 장애물이 널려 있는 실정이었다. 그럼에도 오 대표는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오 대표는 당시 자신이 생각했던 고객 맞춤형 상품 등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최소 2~3년 동안의 데이터 집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보험회사에서는 일개 보험계리사이던 오 대표의 뜻을 받아들여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목표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을 하게 된다. 당시 마음이 잘 맞던 동기와 함께 손을 잡고 오 대표는 두리를 창업했다. 그 동기는 바로 진영운 두리 공동 대표다.

 

국내 첫 보험 P2P ‘다다익선’

현재 두리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다다익선’은 두 대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웹 기반의 보험 P2P 플랫폼이다.

오명진 대표는 “보험의 원조는 계모임인데, 계는 자금의 흐름이 불투명한 사모임”이라며 “계와 비슷한 성격이면서 제도권 안에 들어가 있는 게 공제고, 디테일한 자금력을 갖춘 게 보험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계와 공제 사이에서 공식화된 플랫폼이 다다익선과 같은 보험 P2P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즉 계모임은 공신력과 신뢰가 없으며, 공제는 범위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신뢰를 갖추고 소규모 단위에도 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게 보험 P2P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다다익선을 통해 고객은 자신이 생각하는 보험 상품에 대해 제안도 할 수 있다.

 

다다익선에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렇다면 보험 P2P 플랫폼인 다다익선을 통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오 대표는 “공동 구매의 형태이기 때문에 우선 소비자가 많이 모일수록 보험료가 싸진다”면서 “여러 소비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콘셉트의 보장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의해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최대 15%까지 보험료를 낮춰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현재 다다익선은 기존 보험회사와는 다른 차원의 보장을 제공하는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보험료를 싸게 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보통 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보장보다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보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는 보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정 비율의 자기부담금이 존재한다. 그러나 다다익선에서는 자기부담금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한 층 더 나아간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1년에 30만원 한도로 자기부담금을 지원하는 등의 조건이 그 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보험료에다가 만일의 상황에서 자기부담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니 보험 P2P 플랫폼을 이용한 자동차보험 가입이 유리한 셈이다.

 

첫 스타트 ‘펫보험’ 반응 좋아

오 대표는 다다익선을 통해 가장 먼저 펫보험을 시도했다고 한다. 첫 스타트였으나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있었다며 미소를 머금는 오명진 대표.

그는 “천만 반려인 시대에 펫보험은 신선한 영역이었다”며 “상품은 있지만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았고,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활동을 하면 잘 될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와 보험회사 양쪽의 니즈를 자극해서 중간에 연결해주고 알리는 것만으로도 전략이 통했다”며 “다다익선을 통해 가입하면 보험료가 더 싸다는 사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더 열광케 했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다다익선을 통해 현재 펫보험과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여행자보험과 생활체육보험도 판매 중이다. 골프보험의 경우는 현재 고민 중이다.

아울러 실손의료보험에 대해서는 P2P 플랫폼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보험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면책 사유를 제외하고는 질병 영역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반에는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P2P 플랫폼과 잘 맞는 보험 상품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P2P 플랫폼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보험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그 동안 낸 보험료를 돌려주면 되고, 반대의 경우라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험 인수를 거절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실손의료보험은 보험 인수와 관련해 언더라이팅에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되지만 P2P 플랫폼을 통해 운영하면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진행하고 있고, 다다익선에서도 시도해 볼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나중에 최종적으로는 시도해 볼 생각이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실손의료보험이 금융위원회의 통제 아래에 있기 때문에 규제 등에 따라 가능성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보험은 과하지도 적지도 않게 안전하게”

오명진 대표는 보험을 과하게 가입해서도, 적게 가입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안전하게 가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이를 위해 오 대표는 다다익선 이전에 ‘안전빵’이라는 서비스를 이미 시행했다고 한다.

고객이 보험을 안전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던 그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마케팅 미흡 등에 따라 7~8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고객을 위한 보험 상품과 관련된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돈이 되는 상품보다는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계속해서 고민했다. 저렴한 보험료, 기존에 없던 보장, 편리한 가입, 고객의 보장 공백 채워주기 등 고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았다. 그렇게 다시 탄생한 게 안전빵에 이어 다다익선인 것이다.

그는 “보험 P2P 플랫폼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고객을 대신해서 이런 부분들이 안고 갈 수 있는 위험인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보험회사에서 생각하는 한계를 뚫어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 대표는 고객 만족 P2P 플랫폼 사업 외에도 보험계리사 자격을 살려 상품에 대한 진실, 즉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의는 물론 칼럼 등을 통해 보험 상품에 대한 진솔한 얘기들을 풀어놓는 것이다.

그는 “사실 많은 설계사들이 보험 상품에 대해 잘 모르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기승전‘영업’의 형태로 판매에 포커스를 맞춘 정보들을 선별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험계리사로서 객관적으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특정 정보를 선별하지도 않으며, ‘이 상품은 이거다’라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쓴다”고 강조했다.

 

보험에 대한 정답 제시하고파… 3년 내 단종보험사 설립 목표

오 대표는 올해 바쁜 시간들을 보낼 예정이다. 다다익선 서비스와 함께 유튜브 동영상 제작, 강의, 책 등에도 신경을 쏟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고객을 위한다는 보험인들의 잘못된 정보들을 지적하고 정답을 제시해 보고 싶다고 한다.

이를 통해 3년 내에는 단종보험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는 오명진 두리 대표.

“상품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과 소통하면서 새 상품을 개발하고, 현장에 가까이 가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보험 상품을 주문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게 바로 제가 원하던 일이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보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오 대표는 오늘도 다다익선을 통해 고객의 의견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