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디지털 혁신이라는 패러다임이 각 산업영역에 파고들어 격렬한 변화의 파도를 끌어내는 시대, 이에 착안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며 신시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시다발적 디지털 혁신의 시대에 기업이 필요한 로드맵과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고광범 BCG 서울사무소 디지털 부문 대표 겸 파트너는 ‘속도와 에코 시스템’을 꼽았다.

고광범 BCG 서울사무소 디지털 부문 대표 겸 파트너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미디컴

전통을 뛰어넘어 확장시킨다

BCG는 4월 1일 서울사무소에서 BCG 내부 브랜드인 디지털 BCG를 출범했다. 전 산업에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적용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에서다. 그중에서도 고 파트너가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인슈어테크다. 인슈어테크는 디지털 기술로 일컬어지는 빅데이터, 인공 지능,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다.

고 파트너는 인슈어테크를 택한 이유로 성장의 여백을 거론했다. 그는 “디지털 혁신은 스포티파이 등 음원 스트리밍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산업, 우버 등으로 정의되는 물류 산업, 아마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통 산업의 혁명을 일으켰다”면서 “이후 금융과 디지털의 만남으로 핀테크 시대가 도래했지만 보험은 아직 그 속도가 더딘 편이다. 우리가 인슈어테크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험과 디지털 혁신의 만남은 웨어러블 등과의 결합 등으로 최근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일선 보험사들의 대대적인 합류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소위 ‘보험 아주머니’로 통칭되는 오프라인 인맥 영업이 여전히 강한 데다 인슈어테크의 기능성에 보험사들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어려움을 겪는 보험업계의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고 파트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인슈어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기존 보험 영업의 질적인 상승, 새로운 가능성, 다양한 안전장치, 신상품 개척 등을 언급했다. 그는 “전통적인 보험사 오프라인 영업이 사실상 인맥이라는 점에만 매몰됐다면 디지털 혁신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더 빠르고 의미 있는 잠재 보험 가입자를 선별할 수 있다”면서 “보험 심사 과정이나 기타 인공지능 등을 통한 적절한 ICT 방법론은 기존 보험사들이 잡아내지 못한 다양한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인맥 등의 방식으로 전개되는 보험사들의 기존 영업방식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그 연장선에서 디지털 혁신은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양질의 잠재적 보험 가입 고객을 발굴하거나, 보험 상품 자체의 질적인 제고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디지털 혁신, 인슈어테크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 파트너는 “테슬라가 자동차 보험을 기획하고,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보험 전문가를 영입한다”면서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온디맨드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를 겨냥한 특화 보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대가 디지털 혁신으로 접어들며 그와 비례해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 보험의 영역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상이 디지털 혁신의 시대로 나아가며, 보험도 디지털 혁신이 전제되어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보험사들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깔렸다.

인슈어테크의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평안보험그룹(Ping An Group)이다. 중국 평안보험그룹의 경우 핵심 비즈니스를 디지털로 변화시켰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으며, 디지털 서비스용 고객 계좌를 은행이나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용 계좌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나섰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체질 개선, 여기에 방대한 잠재 고객군을 확보한 후 보험과 당장 관련이 없어 보이는 플랫폼까지 연결하는 과감성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파트너는 보험이 이종 산업과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 파트너는 “테슬라는 차량 센서를 통해 자동적으로 운전자 보험과 관련된 데이터를 취합, 이 정보를 보험사와 공유해 궁극적으로 테슬라와 보험사, 운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호주의 한 항공사는 보험사와 협력해 고객이 마일리지를 통해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후자의 경우 보험사는 항공사와의 협력으로 자사 고객 유치는 물론,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우수한 잠재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인슈어테크의 확장성에 우리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보험과 전혀 상관없는 산업군이 보험 영역에 전격 진출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하는 중이다. 고 파트너는 “세계는 이미 인슈어테크의 시대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2015년부터 세계적으로 인슈어테크 기업에 많은 자본이 몰리는 것만 봐도 대세를 직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 외 금융 전반에도 디지털 혁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고 파트너는 “기업 여신의 경우 상당히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금융 전반에 디지털 혁신이 시작될 경우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고,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 고광범 BCG 서울사무소 디지털 부문 대표 겸 파트너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미디컴

“디지털 시대, 속도와 에코 시스템”

BCG 디지털은 인슈어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ICT, 디지털 혁신을 각 산업에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고 파트너는 “BCG 디지털은 기존 디지털 기술 컨설팅 조직과 인공지능 분석 전문, 신사업 조직으로 나눠 운영된다”면서 “기존에는 국내 고객의 디지털 혁신 컨설팅 요청이 있을 경우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가동되고 있는 BCG 디지털이 움직였으나, 이제는 국내를 전담하는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BCG가 국내 디지털 혁신에 집중한 이유는 ‘상황의 변화’다. 고 파트너는 “국내 기업들도 최근 디지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고객사들이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부응해 새로운 BCG 디지털은 두 개의 강점으로 활동한다. 고 파트너는 “조직을 구성하며 본원적 컨설팅에 강하면서도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을 선발했다”면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직접 설계할 수 있으면서 고객사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로 BCG 디지털을 채웠다”고 강조했다. 고 파트너의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반인반수, 양수겸장이다. 그는 “실제 ICT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모두 특화된 인재를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국내 고객사들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BCG 디지털의 미래는 험난한 개척의 길이 될 전망이다. 많은 고객사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기존 기업들의 근본적인 한계 등 다양한 어려움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고 파트너는 “대한민국은 초고속인터넷 속도, 스마트폰 보급률 등 세계에서 혁신으로 보면 1, 2위를 다투는 나라지만 아쉽게도 기업들은 이러한 기반 인프라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들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이 대목에 BCG 디지털의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고 파트너는 “디지털 시대는 속도와 에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디지털로 무장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자가 승리하며, 후발주자는 커다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기업을 분석하면 그 동력의 70%가 사람과 일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 70%에 크게 집중해 디지털의 속도와 에코 시스템 구축을 연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혁신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는 것도 핵심이다.

고 파트너는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며 모든 기술과 서비스는 연결되고 재조합되며 서로의 영역을 침투한다”면서 “디지털 혁신의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BCG 디지털은 기업이 속한 산업군 전체의 혁신에 접근하며 초반 인슈어테크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 고 파트너는 “대한민국은 제조업이 강한 나라며, 이제 디지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적절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도 기본적인 컨설팅 인프라에 새로운 디지털 혁명을 불어넣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했다. 그가 BCG 디지털을 통해 오랫동안 회자되는 국내 혁신 모델 창출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