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유럽연합(EU)이 백도어 논란에 휘말린 중국 화웨이 장비를 두고 ‘전면금지’ 대신 ‘보안위험 감축’으로 선회했다. 화웨이 통신 네트워크 장비가 없으면 5G 인프라를 정상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이 이탈리아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포함시킨 후 모나코, 프랑스 등을 연이어 방문하며 나온 유럽의 반응이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24일(현지시간) EU가 5G 통신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고, 보안위험을 감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서 일종의 리스크 관리만 하는 방향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조만간 화웨이에게 보안 취약성을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할 계획이다.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미국은 화웨이 장비 도입에 우려하고 있으나, 동맹인 EU가 사실상 화웨이의 손을 잡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셈이다. 미국의 주장대로 화웨이에 백도어가 존재한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미 유럽 지역에 화웨이 4G LTE가 깔렸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신 네트워크는 호환성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4G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면 5G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 사용 불가를 외치며 동맹국들의 반 화웨이 전선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으나, 미국의 지나친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동맹국들의 반감을 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화웨이 장비에 보안 취약점이 있다는 주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동맹국들은 화웨이 장비를 단박에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유럽에서 반 화웨이 정서가 표출되기는 했으나, 당시 분위기는 ‘화웨이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며 얻을 것은 얻겠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그 연장선에서 결국 유럽이 자기의 길을 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유럽의 지지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재의 핵심인 미국의 논리를 격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화웨이는 지난 7일 미국 국방수권법(NDAA) 제 889조가 위헌이라고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수권법 제889조는 그 어떤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모든 미 정부기관이 화웨이의 장비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화웨이 장비나 서비스를 구매한 제 3자와도 계약 체결이나, 자금 지원 및 대출을 금지했다. 이는 미 헌법 중 사권박탈법 및 적법 절차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며 국회가 입법뿐 아니라 법 집행 및 판결까지 수행한 것은 미 헌법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 처사라는 주장이다.

궈 핑(Guo Ping) 화웨이 순환 회장은 “미 국회는 지금까지 화웨이 제품 제한을 위한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는 어쩔 수 없이 법적조치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며 “해당 제한 조치는 위헌일 뿐 아니라 공정 경쟁에서 화웨이를 배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화웨이는 법원이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 미국 국민과 화웨이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