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앱 개발자에게 ‘독거 노인’이라는 상황은 오히려 전화 위복이 되었다.

올해 83세인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는 "좋든 나쁘든 나를 돌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앱을 개발하기가 더 쉬웠다”고 말했다. 와카미야 할머니는 2017년에는 노인들을 위한 게임 히나단(Hinadan, ひなだん - 인형을 진열하는 단)을 만들었다.

일본 전통 인형을 순서대로 맞추는 무료 퍼즐 앱으로 노인들이 즐기기에는 안성 맞춤이다. 히나단 게임은 일본의 민속축제 히나마츠리(雛祭り, Hinamatsuri - 매년 3월 3일 여자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단에 인형을 장식하는 축제)에서 영감을 얻었다. 게임 플레이 방법은 간단하다. 화면에 보이는 12개의 인형을 선택해, 알맞은 단상 위치에 올리면 된다. 인형을 올바른 위치에 놓으면 드럼 소리가, 잘못된 위치에 놓으면 '부~' 소리가 들린다. 게임을 클리어하면 퐁 소리와 함께 축하 메시지가 뜬다.

물론 그녀는 게임 개발자나 IT 전문가가 아니다. 마사코 할머니는 1935년생으로 미쓰비시 계열 은행에서 은행원으로 42년간 근무했다. 정년퇴직 후 컴퓨터를 익히기 시작한 그녀는 2016년 80세가 되던 해에 자신과 같은 노인이 즐길 만한 게임 앱이 없다는 것을 알고 게임을 개발했다. 그녀는 "노인이 젊은이 상대로 게임을 하면 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몇몇 사람에게 노인을 위한 게임 개발을 부탁했지만 아무도 관심 주지 않아, 내가 직접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서적 대여섯 권을 구입한 후 독학했고, 궁금한 부분은 지인과 인터넷 개발자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렸다. 와카미야 할머니는 다른 데 신경 쓸 곳이 없다 보니 벅찬 프로그래밍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언어 장벽도 극복하게 되었다.

"(프로그래밍에 관한) 모든 것이 영어로 되어 있었어요. 에러 메시지, 온라인 가이드, 이메일, 그리고 그녀가 개발한 게임을 앱스토에 올리기 위해 애플과 의사 소통하는 것까지, 모두 외국어였지요.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그게 아주 힘들었답니다.”

▲ 와카미야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프레드시트 애플리케이션(Microsoft spreadsheets application)을 이용해 의류와 공예품을 디자인했다. 그녀는 그것을 '엑셀 예술'(Excel Art)이라 부르며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출처= 유튜브 캡처

와카미야 할머니는 60세가 되던 해에 첫 컴퓨터를 구입했는데, 나이든 어머니를 돌보느라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없어 컴퓨터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내 시각이 넓어진 것 같았어요. 세상이 훨씬 크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흥분했습니다."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 새로운 연결 시대를 맞아 고독과 고립과 싸우는 많은 노인들이 기술의 이러한 잠재적인 이점에 대해 배웠으면 좋겠다고 와카미야 할머니는 말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게 되면서,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내 작은 집에서 일종의 PC 살롱을 열었고 내 세대의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와카미야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TED 엑스 도쿄(TEDx Tokyo)에서 강연을 하고,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eh 만나고 UN에서 연설도 했다.

그는 "나 같은 노인의 생각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청중인 TED에서 받아들여질 지 궁금했지만 그들은 따뜻한 박수로 나를 환영해 주었지요. 그들은 세대, 국적, 성별에 상관없이 공감을 보였습니다. 오히려 내가 큰 감동을 받았지요."

와카미야 할머니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프레드시트 애플리케이션(Microsoft spreadsheets application)을 이용해 의류와 공예품을 디자인했다. 그녀는 그것을 '엑셀 예술'(Excel Art)이라 부르며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나 같은 노인들에게 엑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뜨개질이나 예술품이나 공예품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젊은 사람들이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뜨개질 무늬를 엑셀로 표현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세대에 걸쳐 창의성을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이다. 그녀는 또 이런 홍보 활동을 통해, 젊은이들이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찾도록 고무시키기를 원한다.

"나는 창의적이고 싶습니다. 또 우리 아이들도 창의적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항상 그들에게 무언가를 창조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곤 합니다. 항상 자신의 의견과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요.”

와카미야 할머니는 “일본의 노인들은 스스로 개선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60세에 다시 시작되었다며, 다가올 일에 대해서도 열정이 가득하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여겨져 왔고, 나이 들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는 해와 경쟁하는 것 같이 살면 피곤할 뿐입니다. 노을과 싸우기 보다는 석양에 적응하며 함께 즐기는 것을 선택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