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자칫하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위험에 놓였다. 국내 신평사들이 아시아나항공(BBB-)을 와치리스트에 등록했다. 순차익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재무부담이 높다는 의견에서다. 올해부터 리스회계처리 방식이 바뀌면서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2018년 별도 기준 재무 기존 공시 대비 변경공시 차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22일 수시평가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 전단기채 신용등급을 각각 ‘BBB-’, ‘A3-’, ‘A3-’로 유지하면서 와치리스트 하향검토에 등록했다. BBB- 이하 등급인 BB+ 부터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신평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이 공시한 2018년 결산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표명되면서, 회계의 신뢰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원종현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아시아나항고은 단기성 차입금이 약 1조2000억원으로 단기상환 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유동화 차입금에 대한 레이팅 트리거의 존재 역시 유동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성 역시 저하됐다. 이는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 실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CJ대한통운 지분 매각(1566억원), 금호사옥 매각(2444억원), 항공기 선급금 반환(약 3000억원) 등으로 차입금을 전기 말 대비 약 9000억원 줄였다”면서 “그러나 금융리스 차입금과 주요노선의 현금흐름이 담보로 제공되는 유동화 차입금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1일 외부 회계 감사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과 아시아나항공은 한정 사유에 대해 ▲운용리스항공기 반납정비 충당금 ▲마일리지 충당금 추가반영 ▲관계사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에 대해 이견이 갈렸다.

삼일회계법인이 충분히 받지 못한 적합한 감사 증거는 별도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재무제표에 대해서 운용리스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이연수익의 인식과 측정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의 주식 공정가치 평가다. 연결 기준으로는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여부와 연결재무정보 등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정 의견을 받은 이유는 회계 기준이 엄격지면서 충당금 추가 설정 문제와 관계사 주식 등의 영향이 컸다”며 “회사의 영업 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상의 차이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른 시일 내에 재감사를 신청해 회계법인이 제시한 ‘한정 의견’ 사유를 신속히 해소하고 ‘적정 의견’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결산 재무제표 상의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를 대폭 수정했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기존 6조8506억원에서 6조789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784억원에서 886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당기순손실은 104억원에서 105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10배 가량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재감사 신청을 진행하면서 추가 변동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강서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거래소 상장기업으로서 한정 의견이 부여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제한되는 등 자본시장에서의 원활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이에 대한 회사의 대응전략도 점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회사의 재감사 신청에 감사의견, 주요 재무제표 수치 변화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리스 회계기준 변경이 리스이용자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회계기준, 한국기업평가

회계기준이 문제였나?

업계는 한정의견 부여와 관련해 회계상 이슈가 발생한 항목은 주로 충당부채 등의 적정수준에 대한 의견 차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 회계처리 상계 방식에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리스 회계처리 방식이 문제였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리스 관련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 16 리스가 적용됐다. 항공기 도입에 리스를 사용하는 항공업의 경우 회계기준 변경의 영향이 크다.

아시아나의 경우 운용리스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항공기 82기 중 운용리스 기체는 50기다. 리스비중이 61%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항공기 164기 중 운용리스 비중은 28기로 17%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 대비 운용리스 활용 비중이 크다. 다만 총자산과 자본규모의 차이로 인해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 증가분도 재무구조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다르다.

2018년 6월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598%다. 차입금의존도는 48%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203%포인트, 차입금의존도는 12%포인트 각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이 바뀌면서 영업이익 측면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영업이익은 감가상각 등 세부적인 가정에 따라 상시 변화한다. 회사의 잔존 리스기간 중 시간이 흐르면서 기간 만료료 리스계약이 감소하기 때문에 잔여 리스기간 초기에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크다. 기간 말에는 그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에 따라 연간 초기 550억원에서 최대 115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2017년 영업이익이 25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회계상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경쟁사 대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무보증사채 계약이 기한이익 상실 조항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설정돼 있다. 이는 1000%이상 초과 시에만 공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회계기준 변경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8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무구조 관리를 위해 영구채와 CB 등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일부 업종에 한해 문제가되고 있다”면서 “사용권 자산과 리스부채 계상으로 재무구조가 변경되는 데다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항공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항공기 도입등 회사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고려해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