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고자 시작한 제로페이가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모두 외면받고 있다. 본격 운영 3개월이 지났지만 제로페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민들도 허다했다. 제로페이 사용자들은 어떤 어려움과 불만을 갖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영등포 지하쇼핑센터에 붙어있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기자

취지는 좋지만 실상은 암울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 계좌기반의 모바일 결제서비스다. 공동가맹점(QR)을 활용해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 시 중계업체 개입을 최소화해 수수료 원가를 낮춘다는 취지다. 작년 12월 20일 본격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가맹점은 제로페이에 가입, QR코드를 매장에 설치하면 된다. 소비자는 은행 스마트뱅킹, 페이코, 네이버 앱 등에 설치된 제로페이를 실행해 QR코드를 인식, 금액을 입려한 후 전송해 결제할 수 있다. 은행 앱은 결제 시 바로 개인계좌에서 이체된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가맹점의 수수료는 0%대가 된다. 연 매출 8억이하 가맹점은 수수료가 0%이며, 8억초과 12억이하 매장은 0.3%, 12억 초과 매장은 0.5%다. 또 참여사별 할인·포인트 적립·캐시백 등 각종 프로모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로페이를 활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서울시가 소득공제 우대혜택 40%를 지원하고, 공공시설 이용료도 할인해 준다. 또 공영주차장,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암담하다. 사용실적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건수 15억6000건의 0.0006%,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의 0.0003%에 그쳤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와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 입주업체,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bhc·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 등 26개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 등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했음에도 실적은 저조했다.

▲ 영등포 지하쇼핑센터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소비자가 체크카드로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기자

“굳이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있나요?”

제로페이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시장반응 역시 싸늘하다. 21일 <이코노믹리뷰>가 찾은 영등포 지하쇼핑센터 곳곳에서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하나같이 제로페이를 사용해본 적이 없거나,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남성복 가맹점 직원 김모(33)씨는 제로페이를 설치한 뒤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는 손님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사실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지하쇼핑센터 운영회가 함께 제로페이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나, 점주들에게 설치를 권유하고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복점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제로페이 도입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긴 했지만, 가맹점주들을 모아 활용방법과 혜택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사실 손님들이 찾지도 않는데 왜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제로페이 설치를 권유하면서도 실제 결제 시 제로페이를 사용해야하는 점주들의 이해를 돕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 제로페이 결제방법. 출처=제로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소비자들의 제로페이에 대한 정보도 매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 지하상가를 찾은 소비자들 중 ‘제로페이가 무엇이냐’, ‘지하철역에 붙은 포스터는 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근처 직장에 근무하는 강모씨(28)는 “제로페이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굳이 내가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소비자 김모씨(30)는 “제로페이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다”면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는 좋지만, 자세히 어떻게 쓰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등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모아봤을 때, 제로페이에 대한 홍보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직접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 등을 찾아 홍보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에게 홍보효과로 전달되지 않았다. 지하철역에 붙은 포스터에 ‘소득공제 40%’라는 파격적인 문구가 적혀있음에도, 시민들의 발목을 잡기엔 부족했다.

홍보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점과 더불어 제로페이가 소비자들의 기존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기에는 실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신용기능이 없는 점을 제로페이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제로페이와 같이 신용기능이 없는 체크카드를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 중 제로페이의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이 제로페이에 신용공여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말했으나,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문제는 신용공여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신용카드의 전월실적을 채우기 위해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윤모씨(32)는 “신용카드의 신용기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할인이나 적립 등 혜택을 위해 사용한다”면서 “전월실적을 채워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소비를 신용카드로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기존에 누리고 있던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기하고, 소득공제와 같은 당장 와 닿지 않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 제로페이 가맹점 이용절차. 출처=제로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영등포 지하쇼핑몰 가맹점주 이모(34)씨는 상인들을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소비자와 가맹점 주 모두에게 불편함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시민 중 제로페이로 결제한 경우는 정말 손에 꼽는다”면서 “경기불황으로 손님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사용는 데 제로페이를 사용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부담을 덜어준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결국은 손님들이 사용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가맹점주도 윤모(42)씨도 “주인이나 손님이나 불편한 면이 크다”면서 “소비자는 직접 결제금액을 입력해 결제해야 하고, 가맹점주는 포스에서 바로 계산이 되는 것이 아니어서 주문량이 많으면 모두 일일이 계산해 가격을 손님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입금확인 시에는 가맹점주가 자리에 없을 경우 확인하기가 번거롭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그는 “제로페이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가맹점이나 소비자나 사용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예산낭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제로페이의 존재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올해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각각 38억원, 60억원의 예산을 제로페이를 위해 설정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3월까지 포스 연동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3월의 하반기로 접어든 현재 아무런 변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영등포 지하쇼핑몰 구역별 운영회 중 운영회 1곳만 제로페이 시범운영에 동참하고 있다. 따라서 영등포 지하쇼핑몰 모든 곳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가맹점주들이 제로페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 제로페이 시범운영 첫 날인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로페이 결제 시연을 보이고 있다. 출처=서울시청

홍보보다 ‘기능개선·현실적 혜택’ 우선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제로페이의 기능개선과 소비자 혜택추가가 시급하다고 진다했다, 서 교수는 “제로페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사용자) 측면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많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형가맹점에서 CPM(변동형)방식과 함께 MPM(고정형)방식을 병행해, 소비자들에게 CPM방식을 익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PM방식은 가맹점의 QR코드를 소비자가 스캔하는 방식이며, CPM방식은 소비자의 QR코드를 가맹점이 단말기를 활용해 스캔하는 방식이다. CPM방식은 통상 대형가맹점들이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서울시는 개인 QR코드 또는 바코드를 가맹점 스캐너로 인식하는 변동형 CPM 방식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 교수는 “결제시스템, 금융상품 등은 간편함, 실용성, 풍부한 혜택을 담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사용이 늘어난다”면서 “현시점에서는 홍보보다 기능개선과 소비자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개인 유튜브 영상을 통해 ‘소득공제 40%’혜택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40% 소득공제를 통해 연간 47만원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100만원 이상을 제로페이로 써야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이 전체 연봉의 25%(1250만원)을 제로페이로 써야, 47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100만원을 현금으로 쓰기에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40% 소득공제는 오는 2020년 전 법안이 개정돼야 실현 가능한 혜택이다. 만일 혜택이 적용될 경우 제로페이 가맹점 중 일반 가맹점에서 결제한 내역은 30%, 소상공 가맹점에서 결제한 내역은 40% 소득공제 된다.

서울시 "3개월밖에 안됐는데..."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시행한지 3개월이 됐을 뿐인데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창현 서울시 제로페이 총괄팀장은 “처음 신용카드가 출시됐을 때보다 제로페이의 실적이 훨씬 많다”면서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는데 기대치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등포지하쇼핑센터의 제로페이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등포지하쇼핑센터의 제로페이 사용률이 저조하다기 보다, 매출 자체가 낮은 것이 문제”라면서 “손님이 없으니 제로페이 사용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제로페이의 핵심은 가맹점확보로 서울시는 가맹점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창현 팀장에 따르면  제로페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자주 방문하는 곳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4월 중에는 편의점에 제로페이가 들어갈 예정이며, 5월 중에는 협약 프렌차이즈 매장에 포스연동된 CPM방식의 제로페이가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3월 안에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2달 늦어진 것이다.

또 사업비 책정방식에 대해 문자 이팀장은 “홍보마케팅비용의 경우 이번 사업자체가 소상공인 지원이 목적이자 미션”이라면서 “이를 위한 사업비(예산)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 “소득공제 40%의 경우 전통시장 이용금액 등과 같이 국가에서 필요에 따라 이미 결정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제로페이 소득공제 40% 개정안은 국회에서 절차를 밟는 단계로,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에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