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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S화재, 고사 아닌 거듭나는 계기 마련해야

정부 조사 바탕으로 ESS 시장 경쟁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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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계절은 봄이 성큼 다가왔는데 국내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는 한겨울이 찾아왔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ESS에서 발생한 20여건의 화재 사고가 직접적인 이유다. 화재로 인해 올해 국내 ESS신규 발주는 멈춰섰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조사단을 꾸려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인데 공식 발표는 5월에 나올 예정이다. 국내 ESS시장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될 수 있는 시기도 5월 이후로 예상된다. 조사 발표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를 포함한 국내 ESS업체들도 하반기 시장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12일 산자부가 비공개로 진행한 ‘ESS 화재사고 관련기업 간담회’서는 화재 발생 원인이 크게 4가지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ESS시스템 통합 제어 미흡, 배터리 외부 충격, 배터리 설계 문제, 설치와 운영관리 문제가 4대 화재발생 이유로 지목됐다.

한마디로 배터리 제조사부터 PCS(파워컨디셔닝시스템), BMS(배터리 운용시스템), EMS(전기량 모니터링시스템)제조 업체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5월 산자부의 최종 발표를 기다려봐야겠지만 ESS업체들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도 ESS화재서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정책을 강조하면서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된 ESS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자부는 작년 11월 ESS화재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밀 안전진단을 포함해 긴급 가동중지 권고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확실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 LG화학 익산공장 ESS 전경(화재와는 무관). 출처=LG화학

ESS업체들 위기감 커져...중소업체는 생존 위기

ESS업계는 현재 국내 ESS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ESS관련 중소형 업체들은 돌아오는 차입금 만기 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ESS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는 삼성SDI, LG화학으로 대기업 계열사지만 시공, 전기공사 등과 관련된 ESS 중소업체들은 당장 직원들의 월급조차 주기 빠듯한 상황에 몰려있는 업체들도 있는 만큼 중소형 업체들의 위기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소 업체들의 위기만큼이나 배터리 제조사들의 위기감도 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ESS 배터리 시장은 삼성SDI가 약 60%, LG화학이 40%비율로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ESS용 배터리 매출의 50%는 국내서 발생하고, LG화학의 ESS용 배터리 매출의 30% 가량이 국내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매출액은 양사 모두 밝히지 않았지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일련의 국내 화재 사고는 해외 ESS용 배터리 수주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양사는 산자부의 5월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ESS. (화재와는 무관)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ESS화재 누구의 책임인가...납득할만한 정부 조사 필요

산자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ESS화재의 원인은 ESS시스템 통합 제어 미흡, 배터리 외부 충격, 배터리 설계 문제, 설치와 운영관리 문제다. 배터리 자체의 문제,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PCS시설의 문제, 배터리를 통제하는 BMS, 시공의 문제 등 여러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삼성SDI, LG화학은 산자부 조사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자체적으로도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가 나와야겠지만 만약 배터리 셀과 BMS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양사는 ESS사업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지만 ESS용 배터리 기술력에서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을 수도 있다.

LS산전, 효성 등 ESS의 PCS를 제작하는 업체의 책임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면 이들 기업들도 ESS 사업에 타격을 받게 된다. ESS관련 사업에만 올인 했던 중소업체들은 지금도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데 화재 책임까지 짊어지게 되면 폐업 수준에 들어서게 된다.

정부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전체 비중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높이려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특히 ESS 화재 발생 중 절반 이상이 태양광발전 연계, 풍력발전 연계 ESS임을 생각해보면 안전기준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우후죽순으로 재생에너지 ESS 시장에 기업들이 뛰어들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산자부의 5월 발표가 중요하다. 화재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조사 결과가 ESS시장 플레이어들에게 납득할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특정 기업에게 책임을 덜어주거나 더 지우는 것이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어디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하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을 명확한 근거도 제시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ESS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가의 산업경쟁력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을 고사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재점검을 통해 한국 ESS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묘안도 기대해 본다.

김동규 기자 dkim@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3.22  10:44:11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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