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젠이 1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다. 신라젠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신라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수도권내 신규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을 위해 제약바이오업계 단일회차 전환사채(CB)로는 최대 금액인 1100억원 규모 무기명‧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공시한 가운데 업계 전망과 신라젠 사업 등이 주목된다.

신라젠, 펙사벡 적응증 확장‧항암 바이러스제 개발 목표

신라젠은 CB 발행 배경은 ▲펙사벡 적응증 확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수도권내의 신규 R&D센터 설립을 위한 자금 마련 등이라고 밝혔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간암과 유방암 치료용 ‘펙사벡+ICI(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간암 병용요법은 ‘동종최고의약품(Best-in-class)’를 목표로 뒀다. 이는 펙사벡과 넥사바 병용요법 이외에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해 펙사벡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방암 치료 병용요법 임상은 해마다 전세계에서 약 26만명의 환자가 질환을 앓고 있어 시장 규모가 약 19조원에 이르는 등 공공성과 시장성이 뚜렷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방암 치료 적응증 확대는 펙사벡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되기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두경부암, 신경내분비 종양 등에 대한 병용요법도 준비 중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크므로 각각 동종최고의약품, 혁신신약(First-in-class)라는 목표를 두고 임상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펙사벡에 이어 두 가지 차세대 항암바이러스제 개발 방침을 밝혔다. ‘신라젠은 펙사벡 뿐이다’라는 일각의 지적을 극복하고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항암바이러스 신약후보물질 ‘JX-970’은 ICI에 내성이 생긴 전이성 종양을 대상으로 ICI와 병용요법으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ICI 유전자를 항암바이러스에 직접 삽입해 병용요법을 하나의 바이러스로 해결함으로써 안정성과 효율성의 증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신라젠은 또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의 대학, 연구소, 병원 등과의 공동연구를 더 원활하게 추진하고자 연구 전문인력 추가 채용, 동물실험센터 설치 등을 포함, 신규 R&D 센터 설립을 검토‧준비할 방침이다.

초기 CB 목표액 3000억원…1100억원도 대단하지만 ‘아쉽’

투자업계에서는 신라젠 CB 발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은 보유하고 있는 패를 투자자들에게 모두 보여줘야 했다”면서 “주관사는 목표액인 3000억원의 삼분의 일(1/3) 밖에 자금을 모으지 못했다. 1100억원은 큰 금액이긴 하다”고 설명했다.

▲ 신라젠 전환사채발행내역. 출처=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

긍정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신라젠 CB 발행 확정은 자금 조달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분석이다. 신라젠은 R&D 비용, 인건비 등으로 해마다 약 500억원에 이르는 고정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신라젠 CB 발행 조건은 전환가액 7만111원으로 최근 하락한 주가가 반영됐다. 신라젠 CB의 금리는 표면이자율 1%, 만기이자율 3%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펙사벡의 무용성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만기수익률은 6%까지 높아진다. CB 최종 만기는 5년이지만 투자자들은 2년 뒤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3% 금리인 2년 만기 회사채라고 보고 있다.

신라젠 CB 발행 30회차…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이번 신라젠 CB 발행은 30회차다. 이 기업은 지난 2013년부터 총 56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2016년 4월 126억원 규모의 CB가 29회차다. 시장성 자금 조달은 2016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신주를 발행해 1500억원을 확보한 이후 첫 CB 발행이다.

신라젠이 내건 펙사벡 무용성 결과에 따른 만기수익률 6%는 일종의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해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뜻한다. 펙사벡은 20여개국에서 진행성 간암환자 약 6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중으로 올해 상반기 1차 중간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라젠의 ‘보수적 회계처리’도 펙사벡에 임상 결과에 대한 자신감 중 하나로 꼽힌다. 신라젠은 다른 바이오기업들이 R&D 비용 중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는 것과 달리 전부 비용으로 처리해왔다. 신라젠의 지난 2분기 연구개발비는 191억 23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420.1%이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부터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회계처리하면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지난 2016년 468억 2421만원, 지난해 506억 1783만원에 이어 지난 2분기에는 154억 1567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한 회계사는 “사업 분야가 기하학적으로 다양해지면서 원칙 중심 회계인 IFRS가 도입됐지만, 아직 잡음이 많아 감독당국은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고 있다”면서 “바이오 의약품은 임상 3상부터 무형자산화 할 수 있지만, 신라젠은 지속해서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통해 R&D비용을 비용으로 계상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제품 개발 후 상각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재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