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롯데지주는 기업어음(CP) 시장의 큰 손이다. 출범 후 줄곧 만기 1년 미만의 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전통적으로 CP 발행을 많이 해왔지만 회사채보다 CP 발행량이 큰 것은 일반적인 자금조달방식은 아니다. 더구나 지주 출범부터 주식매입으로 1조원, 인수합병으로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안고 출발해 현재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다.

CP는 재무구조 측면에서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CP 비중이 높은 롯데지주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10월 1일자로 구 롯데제과의 제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하고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된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그 당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주주들에게서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 중에 계열사가 매입한 주식과 차입금 대부분을 롯데지주에서 이관하면서 차입금이 1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에도 추가적인 분할합병과 지분 매입으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케미칼 지분 79만주(지분율 23.2%)를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롯데지주는 인수자금액 약 2조2274억원으로 전액을 단기차입금으로 마련했다. 롯데지주는 기업어음 5000억원, 단기차입금 1조8500억원 등 총 2조3500억원의 단기차입으로 연 715억원의 이자비용을 내게 됐다.

▲ 롯데지주 채권발행 비중. 출처=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을 인수 재무부담이 커지자 차입 구조 장기화를 위해 지주 출범 1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CP 만기를 맞은 롯데지주는 장기 신용등급이 없어 사모채로 만기 5년, 400억원 규모의 차환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2월에도 롯데지주는 만기 2년, 5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회사채 400억원, CP 7100억원으로 CP 발행잔량이 18배가량 높았다. 롯데지주는 500억원 규모의 CP만기 시점에 사모채를 발행해 차환자금을 조달했다. 3월 22일 기준 롯데지주의 회사채와 CP 발행잔량은 각각 900억원(11%), 6635억원(89%)이다. CP 비중이 90%를 육박할 정도로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

롯데지주의 수익 구조는 안정적이다. 자회사 등으로부터 받는 경영지원수익 및 배당수익, ‘롯데’ 브랜드의 권리를 소유하며 사용자로부터 수취하는 상표권사용수익, 소유건물의 임대를 통한 임대수익, 보유현금성자산 등으로 구성된 경상적인 영업현금창출력과 금융권 미사용여신한도를 고려할 때 자체적인 유동성 대응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다.

롯데지주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해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1조원), 롯데캐피탈(1132억원) 등 금융사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지분 매각 완료 시 재무부담이 완화되고 매각 과정에서 매각차익이 발생해 자기자본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올해 산업별 전망을 담은 보고서에서 유통산업의 전망과 신용전망을 각각 비우호적,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향후 이중 레버리지 등 자체 재무부담 수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는 통상 중장기적 자금 조달에 쓰이고 CP는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재무구조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롯데지주가 유동성 대응력이 양호한 수준이지만 향후 재무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