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면을 도와준다는 나이트푸드(Nightfood) 아이스크림에는, 소화를 방해해 잠드는 데 지장을 주는 성분들은 줄였고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마그네슘 함량을 높였다.  출처= Nightfoo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숙면을 도와주는 새로운 아이스크림 ‘나이트푸드’(Nightfood)라는 제품이 등장했다.

이 제품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것이 정말 천재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그들의 말 대로 이 제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그 아이스크림이 앰비엔(Ambien, 미국의 대표 수면제)처럼 잘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면증 환자들에게 쿠키와 크림 맛이 나는 잠 잘들게 해주는 아이스크림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켁 메디컬센터(Keck School of Medicine)의 라지 다스굽타 수면전공 임상의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그런 마케팅을 고안하지 못했다는 것이 질투가 날 정도입니다. 그들은 공략해야 할 목표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혀끝으로 맛보면 나이트푸드의 아이스크림은 카페인 없는 차가운 맥주, 와플과 시럽, 초콜릿 체리와 쿠키 맛이 난다. 아이스크림 자체에는 멜라토닌이나 다른 수면 보충제를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잠 드는 데 꼭 도움이 되지는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아이스크림이 당신을 잠 못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스크림에는, 유당, 설탕, 카페인 같이 소화를 방해해 잠드는 데 지장을 주는 성분들이 덜 들어 있고, 대신 수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마그네슘 같은 특정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을 높였다.

이 회사는 ‘슬립 닥터’(Sleep Doctor)라는 별명을 가진 수면 전문 의사 마이클 브레우스를 이 제품의 개발에 컨설턴트로 참여시켰다.

당신은 물론 졸리지 않은 낮 시간에도 언제든지 나이트푸드를 먹을 수 있지만, 이 제품은 사람들이 밤에 잠에 잘 들게 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먹는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는 밤 시간대다.

하지만 정크 푸드에 속하는 아이스크림이 정말로 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스굽타 교수는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을 잘 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위생을 실천하는 것이다. 즉, 매일 잠 자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고, 늦은 밤에 카페인과 스크린(TV나 스마트폰)을 피하며, 잠자리에 들기 2 시간 이내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의지력은 민트 초콜릿 칩이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 1파인트(0.5리터)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다스굽타 교수는 "그 회사는 아무도 수면 위생 충고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짝지근한 스낵은 누구든 잠자기 전에 먹고 싶어하지 않는 간식입니다. 어차피 먹을 거라면, 크림이 잔뜩 들어있는 케이크 보다는 영양가 있는 자기네 아이스크림을 먹게 하려는 것이 그들의 의도지요.”

▲ 수면 전문의들은 “실제 효과와는 별개로 수면위생 충고를 듣지 않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Nightfood

그리고 여기 한가지 진짜 사실이 있다. 나이트푸드의 아이스크림은 실제로 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고단백, 저설탕, 저지방을 자랑하는 다른 ‘기능성’ 아이스크림과는 달리, 나이트푸드는 대체 감미료가 아닌 진짜 설탕을 사용한다. 이 제품의 성분 목록에는 우유와 크림이 있다.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칼로리가 적지만 식감이나 맛으로는 그것을 거의 눈치챌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건강에 좋은 아이스크림이라고 주장하는 다른 기능성 아이스크림 같이 보이지 않아서 더 호감이 간다. 하겐다즈(Haagen Dazs)에 비해 나이트푸드의 아이스크림에는 확실히 설탕과 지방이 크게 적지만, 할로톱(Halo Top) 같은 다른 저지방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이 좋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실제로 수면을 개선시켰는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 제품 뿐 아니라 피부 건강, 불안감 완화, 집중력 향상 등 특정 생리적 기능을 촉진하는 자연 화합물이 들어있다고 주장하는 식품들이 급유행을 타고 있지만, 그런 제품이 그들의 주장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효과 없는 가짜 약을 먹고도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가 강한 탓일 것이다. 나이트푸드를 먹고 난 후 잠드는 데 크게 방해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도 크게 수면 방해가 있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다스굽타 교수는 "그러나 이 아이스크림에 대해 이중 눈속임 재판까지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수면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는 제품은 나이트푸드 뿐만이 아니다. 2013년에도 천연 수면 보조제인 발레리안(Valerian)이 함유된 카페인이 없는 커피 카운팅 쉽 커피(Counting Sheep Coffee)라는 제품이 출시되었고(웬일인지 최근에는 볼 수가 없다), 솜(Som)이나 뉴로 슬립(Neuro Sleep)이라는 탄산음료도 몇 가지 나와 있다.

다스굽타 교수는 그런 식품들이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수면 촉진 식품이 만병 통치약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이런 식품을 먹었다고 해서 금방 푹 잠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잠들지 못하는 데에는 그런 성분 말고도, 전반적인 건강 상태, 스트레스 정도, 그리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침대에서 트위터를 스크롤하는 것 등, 많은 다른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신이 잠들지 못할 때 의사가 아이스크림을 처방할 시대가 조만간 올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