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NH농협생명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141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홍재은 새 대표이사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생명은 어쩌다 위기를 맞았나

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출범 이후 2015년까지 꾸준히 실적을 올려왔다. 2014년 858억원이던 실적은 2015년 1555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2016년부터 줄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인 2018년에는 무려 1141억원의 순손실을 입고 말았다.

농협생명에 따르면 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높였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해외 투자와 관련한 환 헤지 비용 손실과 줄어든 저축성보험에 대한 판매 실적은 농협생명의 전체적인 실적 상황을 안 좋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수입보험료가 크게 잡히는 반면, 보장성보험은 수입보험료가 작다는 것이다.

또 다른 농협생명 관계자는 “환 헤지 비용 손실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유로화에도 관심을 갖거나, 금리 역전 상황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동안 농협생명의 영업 실적은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새 보험국제회계기준 IFRS17에 따라 저축성보험 대신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에 치중하게 되면서 농협생명의 실적은 나빠졌다. IFRS17에 따라 그 동안 많이 판매한 저축성보험은 농협생명에 많은 부채를 안겨줄 전망이다.

 

홍재은 새 대표이사에 대한 기대

이처럼 농협생명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자 서기봉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농협생명을 떠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에 홍재은 새 대표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대폭 축소된 농협생명의 영업실적은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홍재은 대표는 2012년 NH농협은행 PE단 단장을 맡았으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농협은행 자금부의 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을 하다 올해부터 농협생명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즉 보험업에 대한 경력은 없다.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홍 대표는 일단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500억원의 흑자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적으로 전국 17개 지역의 영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해법을 모색했다.

그 뒤 외부 보험 계리 전문 업체인 말리만에 컨설팅을 맡겼다. 아직까진 초기 단계로 경영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한다. 내부적인 문제를 들어낸 뒤 보완하고, 강약점을 분석하는 게 현재 진행 중인 단계라고 한다.

이후 과제 등이 도출되면 부문별로 비공개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말리만에 의해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경영진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기 때문에 최소 몇 개월은 지금의 초기 단계가 더 진행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말리만의 제안과 경영진들의 철학, 사업구조 등에 대해서 조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대략 5개월에서 6개월은 이 같은 작업이 더 진행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홍 대표는 외부 컨설팅과 관련해 지주와의 협의뿐만 아니라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농협생명은 외부 전문 컨설팅 회사에 장기적인 해결책을 의뢰했다면, 자체적으로는 단기적인 과제를 모색 중이다. 자체적인 진단을 마친 뒤 20~30개의 과제를 도출해 평가 중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생명은 단기 과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변화에 맞춰 조율한 뒤 우선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관적 전망에 보험 영업 해결책은

농협생명은 농협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상품으로 그 동안 높은 실적을 쌓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즉 은행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가 그 동안 농협생명의 위상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장성보험 상품 위주로 영업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초반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고객을 상대로 보장성보험을 판매해 실적을 이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을 가입해 줄 고객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다 가입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농협생명 관계자는 “나빠진 실적은 외부 충격에 의해 잠깐 그런 것”이라며 “보장성 위주로 아직 보험 상품은 잘 팔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판매 상품 중 60%는 보장성”이라며 “비용을 줄이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다가 장기 체력 구축을 위해 컨설팅도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농협생명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 채널과 독립보험대리점(GA), 텔레마케팅(TM) 등의 비중을 높일 전략”이라며 “우수 설계사를 영입하는 등 보험 판매에 능력이 있는 설계사들을 많이 데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GA와의 제휴를 늘려 영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농협생명의 캐릭터. 이미지=농협생명 홈페이지

“고객은 잡고, 비용은 줄여라”

농협생명은 새로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최근 트렌드인 미니보험을 개발하고, 고객 편의 서비스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니보험은 올해 5~6월을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이다. 온라인보험을 통해서 판매할 계획이다. 오는 4월에는 기존 보험 상품 리뉴얼에 들어간다. 새 경험생명표, 질병‧재해와 관련해 축적된 DB 등을 반영하며, 보험료와 사업비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또 전자청약 서비스 등 하반기를 목표로 스마트한 청약과 설계 등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은 늘리고 쓸데없는 비용은 줄여야 한다”면서 “관리성 비용과 불필요한 이벤트를 줄이고 연차 휴가를 늘리는 등 회사 자체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는 복사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실적이 심각했던 탓에 일각에서는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노조의 영향력이 강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농협생명 관계자는 일축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당분간 농협생명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3~4년 뒤에는 정상화되지 않을까”라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의 가입자들이 추가로 보장성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보장성은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며 “젊은 층의 경우 니즈가 없고, 보험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러 보험 판매채널을 통해 보장성보험에 대한 판매 비중을 늘리고, 실손의료보험 자동청구 서비스 등 고객 편의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게 농협생명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