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은 마치 '공기'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가진다. 지상파 방송사는 오랫동안 국내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시장을 선도했으며 네이버는 ICT 플랫폼의 측면에서 국내 인터넷 업계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행보다. 지상파 방송사와 네이버의 입지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이제는 예전과 같은 플랫폼 파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대항마로 붉은색 로고를 사용하는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가 거론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네이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누가 지상파 봐?" "검색도 유튜브로"
지상파 방송사는 낮은 직접수신율이 말하듯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장악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평가다. 최근 지역 케이블 방송사와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장면이 중요하다.

지상파 방송사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시절에는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이 지상파 콘텐츠를 활용해도 큰 탈이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수주한 광고를 지역 케이블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었고,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상파 콘텐츠 파워로 시장 장악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장악력을 상실하는 등 위세가 급격히 위축되자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최근 법원의 판결처럼 콘텐츠에는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달라진 상황은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다.

이제 지상파 방송사가 가진 것은 미디어 콘텐츠가 유일하다는 말이 나온다. IPTV와 케이블에 대부분 콘텐츠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상파 콘텐츠들이 '루틴'한 영상문법으로 막장 가족 드라마에 매몰되어 헤엄을 치는 사이 다양한 뉴미디어 콘텐츠들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당장 드라마 왕국이라는 칭호가 MBC에서 CJ로 넘어갔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1020 세대는 썰물처럼 지상파를 떠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던 미디어 콘텐츠 게이트 키퍼의 권력이 사라졌다.

여기에 넷플릭스까지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진출에 나서며 국내에서는 딜라이브와 협력하는 선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와 협력해 본격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성공으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을 정점에 달하는 분위기다. 그와 비례해 지상파 방송사의 마지막 보루인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도 급격히 힘이 빠지는 중이다. 최근 CPS 협상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LG유플러스 모바일 플랫폼에 콘텐츠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관련한 감정적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도 최근 상황이 심상치않다. 드루킹 사태 등을 거치며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기본 경쟁력인 검색도 흔들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는 국내 PC/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의 주요 서비스 이용 행태 및 광고 수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60%가 유튜브에서 검색을 한다고 밝혔다. 특히 10대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7명은 검색에서 유튜브를 택했다. 아직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상당하지만 결과 자체만 보면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네이버는 최근 노동조합 문제로 내홍도 겪고 있다. 일각에서 이해진 창업주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집단행동 범위도 커지고 있다.

▲ KT와 지상파가 5G UHD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KT

지속가능한 플랜B 찾아라
지상파 방송사와 네이버가 외산 '빨간맛'에 일격을 당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플랜B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경우 나름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는 '무료 보편의 방송 서비스' 일부를 포기하며 OTT 플랫폼 푹을 출시했으며, 올해 초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연합전선을 꾸렸다. SK텔레콤과 미디어 분야에서 협력하는 한편 KT와 함께 5G UHD 실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뉴미디어 실험에 나서며 지상파 방송사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네이버도 최근 네이버TV의 약관을 변경하는 한편, 단순 검색을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 모바일 메신저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격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종합 ICT 플랫폼 존재감을 키워 새로운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