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업계를 좌우하는 실리콘밸리의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최근 연이은 구설에 휘말리거나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잔인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거대 ICT 플랫폼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 문화를 둘러싼 잡음도 동시다발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잦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페이스북 "전전긍긍"
페이스북은 FANG 기업 중 가장 잔인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유출 논란에 휘말린 상태에서 최근에는 서비스가 멈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망 다운 현상을 일으켰다. 다른 사이트의 URL 주소를 복사해 게시해도 실제 게시로 이어지지 않는 등 오작동의 연속이었다. 인스타그램도 동일하게 침묵했다.

페이스북은 15일이 되어서야 간신히 서비스를 정상화시킨 후 오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당사의 서버 설정 변경으로 인해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당사의 앱과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몇 시간에 걸쳐 해당 이슈가 해결되어 현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복구되었다. 불편을 드린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대형사고를 친 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도 논란이다. 많은 가입자는 물론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인스타그램은 오프라 윈프리가 환호하는 이미지를 걸며 서비스 정상화 소식을 알려 구설수에 올랐다. '자기들이 대형 사고를 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대형사고가 필요이상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두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서비스되는 플랫폼이며, 여기에서 사고가 벌어졌다고 '석고대죄'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른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페이스북의 동영상 파급력과 관련된 논란도 크다. 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충격적인 총격 테러 사건을 저지른 백인우월주의자가 테러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고, 해당 동영상이 일파만파 번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즉각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관련 영상을 모두 지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영상은 불법 복제를 거듭하며 증식하고 있다. 가짜뉴스 논란과 더불어, 페이스북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키우는 장면이다.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을 사용한 미국인은 전년 67%에서 62%로 줄었으며 올해는 61%가 예상된다. 12세부터 34세 사이 미국인 중 페이스북 이용자는 2017년 79%에 달했으나 올해는 62%로 폭락했다. 페이스북은 '올드 플랫폼'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지나친 개방형 SNS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페이스북이 변신을 예고한 이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개방된 플랫폼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방점을 찍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페이스북은 이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방형 SNS가 아닌 거실형 SNS를 표방하며 중국의 위챗이 보여주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지난해부터 연결이 아닌 커뮤니티 전략을 강조한 큰 그림이 폐쇄형 플랫폼으로 변신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 제프 베조스의 경영철학이 논란이다. 출처=갈무리

아마존...미국의 폭스콘?
이커머스 업계의 강자 아마존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오프라인 소매점이 연이어 폐업하며 골목시장을 위협하는 '거악(巨惡)'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비판도 받은 바 있다.

아마존의 열악한 직원 처우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더 데일리 비스트는 2013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미국 내 총 46개 아마존 시설에서 189건의 직원 자살 시도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물류센터의 열악한 작업환경은 '글로벌 기업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일각에서 아마존을 미국의 폭스콘으로 부르는 이유다. 폭스콘도 열악한 직원 처우로 악명이 높으며, 심심치 않게 직원 자살 사건이 벌어진다.

아마존은 집착에 가까운 고객만족을 중심에 두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이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실패 자체를 가볍게 용인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직장 내 압박이 있다는 것이 전현직 직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아마존의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프 베조스는 실패한 직원에게 "괜찮아, 다시 잘 할 수 있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CEO가 아니라 "넌 왜 내 인생을 낭비하게 만드나?"라는 독설을 날린다. 일각에서는 이를 강렬한 '수컷 리더십'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으나, 곰곰히 생각하면 잔인한 CEO에 가깝다.

아마존의 플랫폼 다운 현상도 눈길을 끈다. 2018년 11월 22일에 아마존의 AWS가 침묵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고 국내에 국한된 사태였다. 쿠팡과 업비트 등 주요 모바일 서비스가 대부분 먹통되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AWS 코리아는 당일 오후 “AWS 서울 리전에서 일부 DNS 서버 설정 오류로 인해, EC2 인스턴스가 84분 동안 DNS 기능을 할 수 없었다”면서 “설정 오류는 해결되었으며 서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 넷플릭스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넷플릭스.."이 영화가 언제까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글로벌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유럽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구글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매기며 반 실리콘밸리 정서가 강한 유럽연합은 최근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콘텐츠 기업에게 현지에서 제작하거나 투자한 콘텐츠 비중을 3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는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나라에서는 넷플릭스가 현지에서 거두는 수익의 2%를 세금으로 납부하야 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이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을 마련해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 ICT 플랫폼 콘텐츠 기업의 진격을 저지할 대책을 마련한 지점도 리스크다.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콘텐츠 파워가 강한 지역에 전략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으나 역시 견제구 일색이다. LG유플러스와 협력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타 IPTV와 지상파 방송사는 넷플릭스에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로이모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2년 영국에 진출해 현재 83%의 OTT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문화적 콧대가 높은 프랑스에서도 68%의 점유율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각 국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와 주류 영화계의 충돌도 논란이다. 넷플릭스 영화로 분류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가 제75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유럽 영화인들까지 강력히 비판하는 분위기도 연출됐으며,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도 보이콧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탄력을 받으며 상당히 오래된 논란이 됐지만, 여전히 골치거리다. 최근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까지 넷플릭스 비판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말 공개되는 디즈니 플러스, 새롭게 달리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자기들의 경쟁자가 유튜브나 게임 포트나이트라며 '고객의 시간'이 최우선 목표라 주장했지만, 이러한 호언장담이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에도 이어질 지 여부는 미지수다.

구글 "미치겠네"
구글은 유럽연합의 가장 강력한 견제를 받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강력한 ICT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와의 유착으로는 세계적인 시장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서비스도 논란이다. 2018년 10월 17일 구글의 유튜브가 세계적인 망 이상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대들이 유튜브 관련 뉴스에 집중되며 해당 뉴스가 포털에서 연령별 뉴스 1위가 되는 기현상이 목격되기도 했다. 13일에는 구글 지메일 및 구글 드라이브가 약 3시간 동안 먹통되는 일이 벌어졌다.

구글은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유용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악평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위치정보 무단수집이 단적인 사례다.

AP통신 등 주요외신은 지난해 8월 13일 프리스턴대학 컴퓨터 과학 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구글이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세밀하게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서비스는 대부분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저장하지만 반드시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다. 만약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싶지 않으면 관련 기능을 차단할 수 있다. 구글의 위치기록 저장은 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이들은 위치정보 저장 기능을 중지할 수 있다.

문제는 사용자가 위치정보 수집 중단을 설정해도 구글이 계속 관련 정보를 취득했다는 의혹이다. 일부 구글 서비스 앱에서 사용자의 위치기록 저장 여부를 묻지도 않고 자동 저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은 "위치정보와 관련된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미국연방통신위원회 수석 기술자를 지낸 미국 프린스턴대 컴퓨터 공학자 조너선 메이어는 AP통신을 통해 "구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사용자 환경 설정을 위반해 위치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확인됐고,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 FANG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출처=각 사

국내외의 싸늘한 눈길
FANG의 거대한 플랫폼 전략이 탄력을 받으며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앨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이들 독과점 기업들의 폐혜를 지적하며 기업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끈다.

워런 의원은 또 “아마존과 구글 등은 우리의 경제와 사회, 문화에서 너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거부하며 우리의 개인정보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맹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워런 의원이 2020년 대선을 준비하며 테크 기업의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런 의원은 플랫폼 독과점을 막기 위해 ‘판매자와 플랫폼의 분리’도 주장하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 플랫폼이 내부 플랫폼에서 판매자처럼 동일한 비즈니스를 한다면 공정경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마존이 광고비를 많이 집행한 셀러를 최상단에 위치시키는 것을 포함해,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생태계에서 비즈니스에 나서는 모든 현상을 부정하는 뉘앙스다.

FANG을 바라보는 국내 ICT 업계의 시선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이들의 선진 기술이 국내 ICT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당장 망 사용료 이슈에서 페이스북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하 국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국내 대리인 지정을 통해 이들을 현실적인 규제의 범주로 넣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끼워팔기 논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