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높은 배당성향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명 ‘섹시오일’로 일컬어졌던 에쓰오일(S-OIL)의 배당금 축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고배당정책 철회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완료된 4조8000억원 규모 투자에 대한 차입금 상환과 이자비용 지출로 현금 감소가 불가피한 중에, 오는 2023년까지 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예정돼있어 현금 지속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지난해 결산 총 배당금은 874억원을 기록했다. 보통주 1주당 750원, 우선주 1주당 775원이다.

주당순이익(EPS) 2189원로 배당성향 34% 수준이다. 에쓰오일 배당성향이 30%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14년 당기순이익 적자 시기를 제외하고는 10년 내 처음이다. 그간 에쓰오일은 배당성향 40~60%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6년 배당성향은 무려 60%대로 주당배당액 6200원이었다.

▲ 에쓰오일 당기순이익, 배당금, 배당성향 추이. 출처=DART

배당금 왜 줄었나? 실적 저하 및 투자비용 증가가 원인

에쓰오일 배당액 급감 원인은 실적 저하와 대규모 투자 확대가 맞물려 잉여현금흐름(FCF)이 대폭 감소한 결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FCF는 직전년도보다 7000억원~1조원 가량 감소한 마이너스(-) 2조2000억원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FCF는 간단히 말해 기업이 영업활동, 투자 등을 하고 남은 자금으로 통상 배당의 근거가 된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395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53.4% 감소했다. 유가 폭등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감소로 당기순이익도 직전년도보다 79.3% 감소한 2580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평균 국제 유가 상승으로 판매단가가 올라 매출액은 늘었지만 정제마진 축소에 따라 정유부문 손익이 급감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 기준 손익분기점은 통상 4~5달러 내외인데 지난해 말에는 2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에쓰오일의 사업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정유사업이 79.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프로젝트에 소요된 자본적지출(CAPEX)이 큰 영향을 줬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APEX 예상치는 약 1조7665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감소한 것이다. 2017년 CAPEX는 무려 2조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업체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4조8000억원 규모의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ODC)에 투자했다. 해당 시설은 지난해 11월 가동 시작했다.

RUC는 원유에서 휘발유 등을 생산하고 남은 잔사유를 통해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과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여기서 생산된 프로필렌 등을 ODC에 투입돼 플라스틱 등의 원료가 되는 폴리프로필렌(PP)을 만든다.

▲ 에쓰오일 고부가치 시설 중 하나인 중질유 접촉분해설비. 사진=에쓰오일

배당성향 변화하나? 5조원 예정 투자에 따른 현금 지속 지출 전망

잉여현금흐름 지속 감소 전망 등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의 이번 배당금 축소가 ‘장기 배당정책 변화 가능성’과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금 지속소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투자에 대한 차입금 상환이 지속될 전망이다. 에쓰오일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5조6000억원으로 지난 2016년 대비 5조1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만 연간 1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쓰오일은 오는 2023년까지 NCC 시설 확충에 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원유 밸류체인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 경우 투자 지속에 따른 CAPEX 증가는 불가피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NCC 투자는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사업타당성 검토 진행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전우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채상환을 제외한 FCF를 고려해도 평소와 같은 50% 배당성향을 유지하면 현금이 감소할 수 있겠다”라며 “줄어든 주당순이익에도 기존 배당성향 40~60%를 감안하면 배당액 900원~1300원이었어야 하므로 750원을 지급한 것은 장기 배당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도 “배당지급 축소 결정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 영향에 추가 검토중인 5조원 규모의 투자를 대비해 현금유출을 최소화 할 필요가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자금 조달 계획(외부차입 60~70%수준) 이 분명해지기 전까지 고배당 매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투자와 고배당정책이 함께 유지되면 신용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원인도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차입에 대한 이자율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재무구조 약화와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 에쓰오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정유업체 신용도 방향성은 유가 변동보다는 신규 투자 및 배당정책 등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배당은 실적을 중심으로 투자와 재무건전성을 검토한다는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배당 역시 이들 지침을 중심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NCC 투자의 경우 아직 실제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결국 향후 배당규모는 실적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은 ‘정제마진’... 배당 회복은 전문가 의견 갈려

에쓰오일 배당성향 지속 여부는 결국 정제마진 회복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이 회복돼야 실적이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와 고배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집계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3월 첫째 주 기준 4.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 에쓰오일 원유정제시설. 사진=에쓰오일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된다”라며 “미국 정유사 가동률이 지난해 말 기준 97.2%에서 3월 초 기준 87.5%까지 떨어지면서 휘발유 재고가 감소했고 드라이빙 시즌(6~8월)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 배당성향 회복을 위해서는 정제마진 상승 정도가 관건인데,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우제 애널리스트는 “배당이 회복되려면 NCC 증설이 연기되거나 시황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라며 “정제마진이 당사 예상 장기 시나리오보다 배럴 당 4달러 이상 높다면 NCC증설과 배당성향 40%대 회복이 동시에 가능할 것”이라고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아시아 정제마진 반등과 함께 휘발유 마진이 가장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라며 “NCC 설비 투자가 결정될 경우에도 현금흐름상 투자 집행 시기는 2023년 또는 그 이후일 것으로 보여 신규 투자로 인한 배당성향 하락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