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제약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대웅제약이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진출을 하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과 오픈 콜라보레이션, 현지 지사‧법인 설립, 파트너사와의 협력 강화 등에 투자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웅제약은 최근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판매명 주보)’의 품목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 받는 등 매출 성장 잠재력을 키워가고 있다.

대웅제약, 신약개발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

대웅제약은 연구조직을 개편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센터 2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연구조직은 신약센터, 바이오센터, 신제품센터와 최고기술경영자(CTO)전략팀, 비임상개발팀으로 구성됐다. 또 각 센터 안에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R&D 프로젝트의 성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익스트림팀이 있다. 이 팀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시점에 만들어지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체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팀 리더에 프로젝트 운영 권한을 모두 부여했다”면서 “조직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중 프롤릴-tRNA 합성효소(PRS) 항섬유화제, 안구건조증 치료제, 위산펌프길항제(APA) 항궤양제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중장기 파이프라인으로 이 세 가지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RS 항섬유화제 ‘DWN12088’은 전임상을 완료한 상태로 올해 상반기 임상 1상에 대한 임상시험신청(IND)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최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신약개발사업 부문에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 연구’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해외 임상 1상과 비임상 시험을 위한 R&D 비용을 지원 받는다.

DWN12088은 PRS 단백질의 활성만을 선택적으로 감소시켜 폐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시키는 기전을 나타내는 경구용 섬유증 치료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전임상 결과, 난치성 폐섬유증인 특발성 폐섬유증(IPF) 동물모델에서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용 바이오신약 ‘HL036’도 임상이 순항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이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HL036 임상 3상 시험 첫 투약을 미국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HL036은 미국 임상 2상에서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기 전후에 객관적인 안구건조증 징후(ICSS)와 주관적 증상(ODS) 모두 위약에 비해 빠르게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안구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TNF-α를 억제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나타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HL036은 우수한 치료 효능을 나타내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다”면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등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시장이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APA 항궤양제 ‘DWP14012’는 품목허가 시 한국에서 네 번째 항궤양 신약이 된다. 위, 십이지장 등에서 나타나는 궤양과 역류성식도염을 치료하는 항궤양제는 2021년까지 글로벌에서 45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의 경우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DWP14012는 동종 최고(Best-in-class)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으로 개발을 목표로 여러 가지 관련 적응증을 획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법인 다수 설립…파트너사 협력 강화 쌍두마차

대웅제약은 해외 현지화 전략과 파트너사 협력 강화 등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는 주춧돌을 만들고 있다. 12개 현지 법인에 더해 인도에서는 대학과 협력 R&D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에는 법인에 더해 조인트 벤처도 설립했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대웅 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대웅제약이 현지 법인 10곳, 지주회사 대웅이 100% 지분을 보유한 대웅바이오가 1곳, 대웅제약 계열사 한올바이오파마가 1곳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 법인은 현지에서 의약품 제조‧판매를 담당하고 있고, 몇몇 법인은 R&D도 맡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지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대웅제약 관계자들과 베트남 베트남 트라파코 관계자가 협력식을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대웅제약

대웅제약은 현지 법인 설립뿐만 아니라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동시에 활용하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7년 지분을 인수한 베트남 빅 2제약사 ‘트라파코(Trapaco)’와는 최근 본격적인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을 위한 미팅을 진행했다. 협력 강화로 트라파코는 전문의약품(ETC) 분야의 기술을 보완할 수 있고, 대웅제약은 베트남 현지 입찰그룹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 기업이 입찰할 수 있는 비율과 외국 기업이 입찰할 수 있는 비율이 나뉘어 있다. 수주 대부분은 현지 기업이 성공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지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이사회에 대웅제약 인원을 참여시켜 해당 기업의 의사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파트너사를 통해 입찰에서도 타 외국계 기업 대비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트라파코가 현지 기업으로 입찰을 하고, 대웅제약이 외국계 기업으로 입찰하는 방식이다.

2018년 실적은 ‘아쉽’…“장기 투자에 따른 것. 성장 가능성 높다”

올해 초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판매명 주보)’가 미국 FDA로부터 판매허가 승인을 획득해 본격적인 매출과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대웅제약의 2018년 실적이 주목된다.

▲ 대웅제약 연결 기준 2018년 실적(위)와 별도 기준 실적(단위 억원). 출처=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

대웅제약은 2018년 연결기준 매출 1조314억원을 기록해 대웅 역사상 최고 매출을 나타내면서 ‘1조클럽’에 들어섰다. 이는 전년 매출 9603억원 대비 7.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390억원에 비해 36.9% 감소한 246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354억원에서 적자전환한 마이너스 53억원(-53억원)이다.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은 전년 8668억원 대비 8.9% 증가한 943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46억원에 비해 31.1% 감소(-31.1%)한 308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367억원 대비 –96%인 15억원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하락은 오송과 나보타 신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공장 인건비, 기타 초기운영비와 R&D 비용, 인력 확대 충원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투자비용 증가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R&D 비용은 2009년 434억원에 비해 2017년 1143억원으로 2.6배 확대 되는 등 총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올해 하반기 경영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등의 공유를 효율화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대웅제약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 제품 모습. 출처=대웅제약

시장은 대웅제약이 장기 성장 목표에 따른 투자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시장 투자자들은 단기에 영업이익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보타(주보)의 판매가 결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보타(주보) 마케팅 파트너인 에볼루스는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앨러간 출신으로 구성된 기업으로 보톡스 마케팅 경험과 관련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에볼루스는 나보타(주보)를 상반기 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2013년 당시 두 기업이 맺은 수출 공급계약 약 2900억원 중 70%가 의무 최소구매물량이므로 대웅제약의 수출액은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