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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IT 인프라의 공포...‘지구가 멈추는 날’

AWS부터 KT, 유튜브, 페이스북까지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3.14  10: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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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8에 참관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습니다. 현장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ICT와 생활가전의 초연결 인공지능 인프라를 만끽하며 취재에 정신이 없던 순간, 갑자기 정전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전시관만 정전이 된 줄 알고 태평했으나 저 멀리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LG디스플레이가 자랑하던 OLED 협곡이 암흑에 휘말리자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건 공포의 감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기술과 문명의 혜택을 활용하고 그 위에서 놀고 있습니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기술의 발전도 근간을 이루는 전기가 없으면 고철덩어리가 된다는 것을, 지난해 CES 2018 기간 동안 깨달았습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전기 없으면 다 장난입니다.

   
 

가장 당연한 인프라의 붕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13일(현지시간) 대형 사고를 냈습니다. 전 세계적인 망 다운 현상이 벌어지며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USA투데이 등 주요 외신도 이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페이스북의 망 다운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조금씩 망이 구동되는 곳은 있으나 완전한 복구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데이터 유용 논란을 거친 후 최근 광장에서 밀실로 들어오려던 페이스북의 로드맵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SNS에 불과합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써도 그만, 쓰지 않아도 그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약 23억명이 찾아오는 글로벌 플랫폼이자 많은 돈과 정보가 오가는 또 다른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페이스북을 통해 마케팅 광고를 집행하고 콘텐츠 홍보를 지속하던 기업들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사용하던 페이스북의 침몰은 그 만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플랫폼 인프라가 정말 중요했구나’라는 교훈을 남깁니다.

최근 이러한 사례가 많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10월 17일은 유튜브가 멈췄습니다. 유튜브가 어떤 플랫폼인가요. 국내는 물론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장악한 최강의 플랫폼입니다. 당장 유튜브가 세계적인 망 다운 현상을 일으키자 유튜브를 포털처럼 활용하던 1020 밀레니얼 세대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몰려와 유튜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관련 뉴스를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다운 후 1020 세대가 포털 뉴스로 몰려와 유튜브 관련 뉴스만 보는 바람에, 세대별 인기뉴스에서 1020 세대는 유튜브 관련 뉴스가 ‘올킬’하는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2일 있었던 AWS 다운 사태는 더 심각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실생활 플랫폼이지만 클라우드의 AWS가 멈추는 것은 말 그대로 산업의 심장이 멈추는 것도 비슷한 파급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당장 쿠팡과 배달의민족,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멈췄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대부분의 앱 서비스가 AWS의 침묵에 모두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입니다. AWS 코리아는 당일 오후 “AWS 서울 리전에서 일부 DNS 서버 설정 오류로 인해, EC2 인스턴스가 84분 동안 DNS 기능을 할 수 없었다”면서 “설정 오류는 해결되었으며 서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으나 한동안 그 충격파는 계속됐습니다.

   
▲ AWS 오류로 쿠팡이 멈췄다. 출처=갈무리

KT 아현지사 화재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11시 경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4개 구 지역의 무선 전화와 IPTV, 카드결제 단말기가 멈추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스마트폰이 멈추고 소상공인 점포의 결제 시스템이 침묵했습니다. 경찰서 무전도 다운됐고 일대 지역은 사실상 철기시대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최근인 13일에는 구글 지메일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ICT 인프라가 멈출 경우, 우리가 얼마나 큰 고통에 빠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 황창규 KT 회장이 화재현장을 찾았다. 출처=뉴시스

기술과 인프라는 ‘공기’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전 회장은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기술은 공기가 되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이 진짜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고, 기술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작동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뜻입니다.

최근 CES, MWC 등 주요 ICT 전자 통신 박람회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포착됩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은 이제 기술 그 자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당연한 것이며, 이 기술 위로 펼쳐지는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로 로봇 관절 기술을 개발한 것이 중요하지 않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립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이렇게 기술은 눈에서 사라지고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하고 있으며, 인프라에서 작동하는 표피에 집중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글로벌 ICT 인프라의 붕괴는 ‘천하태평한 인프라 세상’을 마냥 낙관하기에 어렵다는 불안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KT 아현국사 화재는 단순 사고에 불과한 해프닝이 일대 ICT 인프라를 거의 완벽에 가까운 붕괴시키는 놀라운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고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ICT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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