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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기업회생 기준은 사람, 사라질 일자리부터 지킨다”

구조조정 전문가 김두일 유암코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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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조직이 있다. 바로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유암코’다. 2009년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이 연합해 한시적으로 부실채권을 담아둘 수 있는 회사 유암코를 설립했다.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부실채권처리기구, 구조조정기구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은행 주도하의 조직은 유암코가 처음이다. 여기에 좋은 실적까지 거두고 있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김두일(46) 구조조정 본부장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구조조정은 경영진, 주주, 채권자들의 이해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구조조정 전문가는 결국 회사의 이해관계인들을 잘 이해하고 설득하며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숫자가 아닌 사람사이의 관계로 구조조정을 정의했다.

   

▲ 김두일 유암코 구조조정본부장(46)은 “구조조정은 경영진, 주주, 채권자들의 이해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구조조정 전문가는 결국 회사의 이해관계인들을 잘 이해하고 설득하며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숫자가 아닌 사람사이의 관계로 구조조정을 정의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구조조정 민간 자본시장 활성화의 마중물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유암코 사무실에서 만난 김두일 본부장은 유암코가 구조조정 민간 자본시장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맡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2008년 이후 은행들은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으로 부실채권의 자체적 유동화 처리가 불가능해지자, 민간 자본시장을 통해서 부실채권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목적 하에 2015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유암코를 설립했다. 이후 2015년 정부에서 구조조정기관 역할을 부실관련 경험이 많은 유암코에 맡기게 됐고 주주은행이 6개에서 8개 주주(산업은행, 수출입은행)로 확장되면서 구조조정본부가 신설됐다.

김 본부장은 2001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부실 관련 업무를 8년간 맡아 온 베테랑으로서, 2015년 유암코에 신설된 구조조정본부로 자리를 옮겨 본부를 진두지위하고 있다.

그는 한계기업에 기술력 등 회생가능성을 검증해 운전자금을 지원하고 지분 또는 화사채 투자로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3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회생시킨 회사는 43곳이다.

새로운 구조조정 기법 도입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으로 2014년 가장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맡은 ‘세하’를 꼽았다. 그는 세하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법정관리 기법을 워크아웃기업에 대입해 새로운 구조조정 기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워크아웃기업은 채권을 일부 출자전환 해주고 출자전환 된 주식을 매각·유상증자를 통해 외부투자자가 들어오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세하는 차입금이 많고 성장가능성이 낮은 종이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김 본부장은 가장 먼저 채권딜을 제안했다. 그는 세하 측의 담보채권을 100% 사와 출자전환했다. 여기에 추가 자금을 더 넣어 자본을 보완했다. 이로써 세하의 유일한 채권자이자 주주는 유암코가 됐다. 이 같은 방식은 현재 기업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안의 기본 모델로 정착됐다.

김 본부장은 1년 반 동안 오전에는 세하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오후에는 유암코로 출근했다. 그는 CAPEX(미래 이윤 창출을 위한)투자, 신규자금, 운영자금을 풀고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잠재부실을 다 털어냈다. 그 결과 2015년 영업손실 300억원의 세하는 지난해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구조조정의 바닥을 관통하는 가장 큰 원칙은 ‘이해관계 통일’이다"고 강조하면서 "기업에는 '주주, 채권자, 임직원'  이 셋의 이해관계가 중요한데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회사는 망가지게 된다"고 세하의 구조조정 당시 주주, 채권자, 임직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김 본부장은 “구조조정투자는 경험적으로 원금의 30% 이상 날려먹지 않는 시장이고 망하더라도 부동산이 남는다”면서 “통상 부실기업 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미들리스크 미들리던 시장”이라면서 시장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 김두일 유암코 구조조정본부장(46)은 “구조조정 시장 민간 활성화를 위해 중소·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관리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플레이어들이 생겨야 한다”면서 “경쟁을 하면서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정상화시켜 실적경쟁을 해야지만 건전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구조조정 기준도 '사람'

김 본부장의 구조조정 철학은 바로 ‘사람’이다. 그는 “유암코의 투자신탁 보고서의 첫 페이지가 기업에 대한 개요가 아니라 사람으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매락"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력이 아무리 우수하고 업황이 매출을 뒷받침하는 구조라도 경영자가 횡령과 배임으로 점철될 수 있는 사라밍라면 회계와 투자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는 유암코가 한계기업을 정상화 시키는 기준이 '수익률' 이전에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도 심플하다. 바로 이해관계자들의 '회생의지'다. 

그는 “구조조정은 경영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하면 된다”면서 “외부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좋은 경영진을 보내고 이익은 합리적으로 공유하면 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회생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암코는 구조조정 기업 선정에 있어 오너, 경영진, 임직원들의 회생가능성과 의지,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채무를 줄여주고 법적인 절차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암코 같은 회사 또 있어야 경쟁적 구조조정 시장 개척 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구조조정 시장 민간 활성화를 위해 중소·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관리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플레이어들이 생겨야 한다”면서 “경쟁을 하면서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정상화시켜 실적경쟁을 해야지만 건전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그의 말대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2018년 9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 수는 3112곳이다. 전체 외감기업(2만2789곳) 중 13.7%를 차지한다. 이중 장기존속 한계기업 수는 942곳으로 한계기업의 30.3%다. 분석기간(2008년~2017년) 중 이자보상배율이 연속 100% 미만인 기업도 393곳이나 됐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구조조정 업무를 할 수 있는 기관은 유암코의 구조조정본부가 유일하다. 정부가 구조조정 시장에서 마중물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규모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시장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을 활성화 하기 위해 1조원의 '기업구조조정혁신펀드'조성을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3년이 동안 43곳의 회사에 구조조정자금만 총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실제 유암코 자체 자금만 1조원이다. 유암코의 투자로 5000명의 직접 고용과 1만명의 간접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구조조정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를 붙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99%는 중소·중견기업이다. 대기업은 이들의 부품을 받아서 조립하는 것이 산업의 큰 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은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가는 것이 맞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을 따라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지만 철강에서 석유화학까지 산업의 기초 소재가 전부 세팅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들도 충분히 기술력 있는 부품을 만들어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채무를 줄여주고 법적인 절차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업이 살고 죽는 것은 순간이다. 때문에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간은 정책당국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과감하다. 정책당국이나 은행은 부실기업에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

그러나 아직은 구조조정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의 구조조정에는 더욱 관심이 없다. 김 본부장은 유암코가 좋은 실적을 거둔다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텐데, 구조조정은 실적이 나오려면 최소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혹자는 오해하지만 우리는 유암코의 독주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구조조정투자에 대한 인식이 변해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규모 있는 운용사들이 시장에 많이 참여하고 LP(유동성공급자)출자를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견다희 기자 kyun@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3.21  16: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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