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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벤처붐 '명과 암' ③] VC 모럴헤저드, NDA 해결책 될까

암묵적 신뢰지만 NDA 필요해

장영성 기자 runforres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3.14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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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A씨는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S기업을 방문했다. S기업의 심사역인 B씨는 A씨의 기업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 공유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A씨 회사의 사업 전략이 매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B씨는 얼마 후 퇴사를 결심했다. 심사역을 내려놓은 B씨는 A씨의 기업과 비슷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를 알아차린 A씨는 B씨가 심사역 지위를 활용해 갑질을 했다고 하소연을 풀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하는 특별한 수단은 없다.

전기스쿠터 공유업체 올룰로 최영우 대표가 겪은 일화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월 투자 유치를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전문 한국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찾아갔다. 최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처럼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핵심 사업 자료와 데이터를 공개해야만 했다.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심사역인 김 씨는 최 대표 몰래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회사의 사업 원본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다. 최 대표는 이를 알게 됐고, 사업 업무가 많으니 김 씨가 직접 데이터를 검토하겠다는 주장에 마지못해 최 대표는 자료를 넘겼다.

최 대표는 기밀유지협약(NDA)을 맺지 않았다. NDA를 맺지 않는 것이 VC 업계 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는 반려됐고 한 달 뒤 김 씨는 심사역을 그만두고 전기스쿠터 공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최 대표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회사의 대부분 자료와 노하우는 김 씨의 회사에 넘어간 뒤였다. 최 대표는 즉각 김 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들어갔지만 사업모델을 따라 했다는 것만으로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시 뒤늦게 김 씨의 창업을 만류했으나 실패했다. 회사는 김 씨의 창업이 카피캣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올룰로 측의 문제 제기로 논란이 더욱 불거질 우려도 전했다. 김 씨의 퇴사도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의 권고사직 결정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내부에는 심사역 개인이 회사 승인 없이 사업체를 영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법인 설립을 마치고 엔젤투자자까지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다른 심사역도 김 씨와 함께 창업하기 위해 퇴사까지 결정했다.

   

VC와 스타트업, 생태계 보전될까

올룰로 카피캣 논란은 쑨과 니더, 띵스플로우와 봉봉 등 여러 스타트업 카피캣 사례와 비슷하다. 그러나 VC 심사역이 심사 대상 기업을 모방하는 회사를 차렸다는 점에 스타트업과 VC 업계 모두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특히 심사역이 현재 창업 생태계에서 도덕적 해이를 보인 사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통상 피투자기업은 자금 유치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탈에게 구체적인 창업 전략과 방향, 운영과 내부 정황, 시장 조사 결과 등 여러 사안을 공유한다. 벤처캐피탈은 피기업의 기밀 사항 노출방지를 위해 회사마다 윤리규정을 마련하고 기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심사역 동의를 받는다.

투자 프로세스가 까다로운 기업의 경우 피투자기업과 NDA를 맺기도 한다. 그러나 투자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NDA를 맺지 않는 것이 관례다. 신뢰 관계가 기반인 만큼 암묵적으로 당연한 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롤로 카피캣 논란은 NDA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법정에서 논란이 해결될 전망이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저작권법 등 위반 분쟁은 해당 기업이 소송 비용지출 등의 피래가 초래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법적 소송비용은 경영상 부담이 된다. 특히 부경법이나 저작권법 재판은 소요 기간이 길어 회사 입장에서 지치기 마련이다. 특허가 등록돼 있다면 김 씨의 법적 침해 범위를 가려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경법과 저작권법으로 넘어간다. 부경법과 저작권법은 법적 보호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김지훈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낸 사람에게 구제를 해주는 법적 장치가 있지만, 국내는 특허 등록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히 부경법과 저작권법은 법적 보호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보호 정도에 대해 공방이 치열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2018년 12월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하고 오는 6월부터 이를 적용해 아이디어 도용 및 베끼기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관련 법률을 숙지하지 못한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지속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이슈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후발주자가 시작한 뒤 앞선 사업자로부터 소(訴) 제기가 들어오는 일이 많다”면서 “후발주자 회사에 법무팀이 따로 있다 하더라도, 법무팀이 저촉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추후 소송에서 문제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무엇보다 창업 생태계에서 도덕적 해이가 벌어지는 일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VC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시작 단계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한다”면서 “올룰로 카피캣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태펀드의 경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지는 일”이라면서 “암묵적인 신뢰 이외에 NDA 간략화 등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창업법, 벤처법 등 VC 관련 법들의 중복과다 규제를 일원화하면서 투자자와 피기업 간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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