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제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906가구 가운데 552가구가 전세 매물로 나올 정도로 적체가 심하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청약을 넣을 생각이긴 한데 가격대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높아서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임이 있다” - 홍제동에서 방문한 40대 김혜선(가명) 씨.

청약 경쟁률이 지역을 막론하고 낮아지는 가운데, ‘불패’ 지역으로 불려온 서울 지역도 속속 분양 단지들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종로 접근성이 높은 홍제동 지역에 재개발 단지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고, 주변 개발호재와 입지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분양가인 점이 실거주와 투자 요소를 가를 청약 포인트로 거론된다.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은 지난 21일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견본주택을 열고 방문객을 맞았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를 모두 지나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역세권에 자리했고, 최근까지 청약 불패의 자리를 지킨 서울 지역 내에 9억원 이하로 공급되는 단지라 견본주택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고 있고, 신축 아파트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적어 관람객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전체 18개동에 전용면적 39~114㎡로 이뤄진 총 1116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일반 분양 물량은 419가구로, 홍제3주택재개발사업의 조합원 약 600가구를 제외한 양이다.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면적별로 ▲39㎡ 11가구 ▲48㎡ 19가구 ▲59㎡A 42가구 ▲59㎡C 3가구 ▲59㎡D 4가구 ▲84㎡A 78가구 ▲84㎡B 174가구 ▲84㎡C 66가구 ▲114㎡A 22가구 등이다. 단지는 2월 2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6일 1순위 해당지역, 27일 1순위 기타지역의 청약을 받는다. 입주 예정일은 2021년 12월이다.

단지의 단위면적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2469만원 선이다. 이는 당초 계획인 1980만원에서 약 400만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평형대별로 적게는 2000만원대 초반에서 많게는 2500만원에까지 이른다. 공급금액은 저층 기준 최소 3억원에서 고층 대형평형 기준 최대 10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114㎡A형은 중도금 대출의 기준점인 9억원을 넘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은평구 홍제동에서 방문한 40대 이소현(가명) 씨는 “역이 가까운 평지에 들어서는 대단지지만 역시 가격이 고민”이라면서 “주변에서 그래도 개발호재와 역세권이라는 장점 때문에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한 편으로 워낙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어 그 돈이면 조금 더 외곽에서 안락하게 살 수 있다는 조언도 들었다”고 전했다.

▲ 입지와 가구 분포 등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견본주택 관람객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가격 강한 만큼 비전 있을까

현재 홍제동 일대의 대장주인 ‘홍제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단위면적당 2925만원에 이른다. 해링턴 플레이스와는 456만원 차이로, 30평대 아파트를 가정했을 때 약 1억3000만원의 시세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당시 ‘로또’로 불린 아파트들의 시세차익이 최소 3억원 이상 기대된 전례를 감안하면 다소 약하다는 게 수요자들을 고민하게 만든 것이다.

다만 개발 호재 등 시세를 끌어올릴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개발되는 홍제역 지하와 특화공간으로 꾸며지는 홍제역 지상 일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개발하려는 유진상가 등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 다만 당초 계획안의 진척이 더디고, 구체적인 시기도 아직 정해진 건 없어 호재로 작용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게 중개사들의 평가였다. 3구역 외에도 여러 재개발구역에 속속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신축 아파트 블록을 형성하는 것도 입지 상의 매력이라고 홍제동 M중개사는 전했다.

서울시가 지난 20일 발표한 ‘2차 도시교통망 구축계획안’ 역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목동과 청량리를 잇는 ‘강북횡단선’이 평창동, 상명대학교 인근을 지나면서 교통 환경을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는 이러한 호재 외에도 이미 내부순환로 홍제IC, 홍은IC, 통일로 등을 교통 환경으로 갖추고 있어, 지하철 3호선과 더불어 종로·강남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 터닦기 공사에 한 창인 홍제제3주택재정비구역.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또한 도보도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인왕초등학교와 인왕중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학세권’의 입지도 갖추고 있다. 효성중공업 측은 단지와 학교가 가까우면 주변의 유해시설을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정주여건이 쾌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견본주택은 동쪽으로는 인왕산과 단지가 면하고, 서쪽으로는 안산과도 마주보고, 가까이 홍제천을 끼고 있는 녹지 환경 또한 강조하고 있었다.

이러한 호재들을 감안하면 단위면적당 2469만원도 시장성이 있다는 게 분양사 측의 주장이다. 분양 관계자는 “무엇보다 20년 만에 이 지역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이자 대단지라는 점에서 주변의 니즈와 맞는 부분이 있다”면서 “가장 높은 가격대인 114㎡는 22가구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수요를 끌어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수년전 홍제역 센트럴 아이파크가 약 1600만원대에 분양했는데 지금 2900만원대를 달린다”면서 “사업 지연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의 영향이 있지만, 터무니없이 싸거나 적었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 보증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HUG는 입주한지 1년 미만인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2018년 2월 입주가 시작된 홍제역 센트럴 아이파크가 분양가의 척도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단위면적 3.3㎡ 당 약 2469만원의 분양가로 공급될 계획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홍제동 지역 전망은?

이 때문에 서대문구와 은평구 등 지역 주민들의 수요가 높지만, 투자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양관계자와 지역 중개사들의 반응이었다.

견본주택 방문객 역시 지역 주민이 다수로 보였다. 현재는 양천구에 살고 있지만 친정이 홍제동에 있는 30대 한 모씨는 “태어나서 줄곧 홍제동에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주민등록을 옮긴지 이제 6개월도 안 됐다”면서 “이 동네가 좋아 무조건 청약을 넣을 참이고 무주택 기간이 길어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생각보다 분양가가 센 것이 걱정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이 지역으로 진입하려는 방문객도 있었다. 광진구에서 방문한 40대 홍수희(가명) 씨는 “남편 직장이 종로에 있어 출퇴근이 편한 이곳으로 터전을 옮기려고 한다”면서 “지난해보다 분양가가 많이 올라 생각보다 비싼 게 사실이지만, 입지가 좋기 때문에 지금까지 모은 돈과 대출로 어떻게든 충당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단지가 들어서는 홍제동 H공인중개사는 “서울도 아무래도 부동산 경기가 꺾여 청약 경쟁률에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학교, 출퇴근, 녹지 등 입지상 장점 때문에 인기는 있겠지만 주변 시세에 육박하는 분양가가 앞으로 경쟁력이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다만 “비싼 가격에 원 조합원 가운데 떠나는 사람도 많고, 재건축 사업 자체가 2006년부터 추진된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분양권 손바뀜도 활발했다”면서 “분양권 가격이 약 4억원 정도도 붙어있기 때문에 조합원 물건이 나와도 가격이 많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나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대문구 홍제동과 불광 등 은평구 권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지금까지 다소 낙후화하고 저평가된 점도 향후 시세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기 직전 분양한 ‘녹번역 힐스테이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59.05:1로 높게 나타난 게 그 예다. 은평, 서대문구는 비슷한 낙후도를 보이고 있는 동대문구, 중랑구 등과 함께 향후 서울, 특히 강북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H중개사는 “서울 시내 역세권을 낀 입지 중에 이 정도로 개발이 더딘 곳은 거의 없다”면서 장래 가치가 없지 않음을 주장했다.

 

반면 홍제동 W공인중개사는 흥행 요소 자체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전세 매물이 적체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중개사는 “예전 이 지역에 분양한 여러 아파트들이 인왕산 자락 등 비탈에 지어진 것과 달리 해링턴 플레이스는 평지에 있어 더 후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면서 “거래가 없다는 걸 감안하고 봤을 때, 센트럴 아이파크의 호가가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약 12억원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W중개사는 “9월 대책 이전에 저평가 지역을 잡으려고 투기와 갭투자 수요가 많이 몰려들었다”면서 “당시 구매한 집이 전세 매물로 한꺼번에 나오다보니, 적체현상과 가격 하락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개사에 따르면 9월 이전 약 7억원대 중반에 거래된 전세 매물은 현재 4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실제로 네이버 부동산이 제공하는 내용에 따르면 홍제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전체 906가구 가운데 전세매물이 552가구다. 중개사는 “예전엔 전세 매물이 귀했지만 지금은 정 반대로 매물이 너무 많아서 몇 달 째 거래가 되지 않거나 매우 뜸하다”면서 “설사 거래가 되더라도 거래가 이뤄지는 텀이 점점 길어지면서, 전세가 하락, 매도가 하락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매수자들이 더욱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해당 중개사는 “9월에 ‘상투 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버티고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인구구조가 점차 바뀌고 젊은 사람들이 집을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전세로 사려는 수요가 많아질 텐데 건전한 거래 형태는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 84㎡B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견본주택 가보니...'방을 더 넓게'

실내 구조는 최근의 트렌드를 일부 반영하면서도 개성을 살린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견본주택에는 59㎡A와 84㎡A, 84㎡B 주택이 마련돼 있었다. 59㎡A의 경우 약 18평의 면적에 방 3개와 욕실 2개를 배치했다. 해당 주택형은 주방과 거실의 일체감이 강조돼 있었고, 침실 또는 발코니의 창호 크기를 여럿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다만 방의 크기를 늘이다보니 팬트리 등 별도의 수납공간은 배치되지 않았다.

84㎡A의 경우 팬트리 대신 안방의 붙박이장을 선택할 수 있고 드레스룸을 배치해 수납공간을 챙겼다. 해당 평형은 판상형 구조로 맞통풍이 가능하다. 반면 84㎡B는 탑상형 구조로 거실과 방 세 곳 모두에서 햇빛을 받을 수 있었다. 방 배치 역시 현관을 기준으로 안방과 작은방을 분리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구조였다.

해당 단지는 모두 정남향으로 채광을 최대화했고, 층상배관을 적용해 혹여 수도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가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층상배관이란 본래 변기 아래쪽에 매설된 수도권을 해당 가구 내부로 들여 수리가 용이하도록 적용된 것이다. 층상배관은 물셈현상 뿐 아니라 욕실에서 들리는 타가구 소음까지 막아준다고 분양 관계자는 설명했다.

단지는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 스마트폰 관리 시스템, 옥상발전과 태양광 발전, 대기전력 차단장치 등을 적용했다. 또한 스마트주차관제시스템, 안전을 위한 지하주차장 비상콜버튼 등을 도입한다.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로는 주민공동시설·당구장, 피트니스센터와 함께 보육시설과 경로당이 들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