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이폰 매출 하락에 허덕이고 있는 애플이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협력, 최대 2년 무이자 할부를 단행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이 22일 보도했다.

애플은 고가 아이폰 정책을 통해 높은 마진율을 거두며 영업이익적 측면에서는 선방하고 있으나 글로벌 아이폰 매출은 하락 일변도를 거듭, 심각한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도 급격한 점유율 하락을 경험하면서 고고한 자존심을 버리고 2년 무이자 할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알리페이와의 협력으로 2년 무이자 아이폰 판매를 시작, 일종의 진입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지나친 고가 정책으로 현지에서 점유율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중국 기업인 알리페이의 손을 잡아서라도 반등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신용카드 결제보다 모바일 결제 방식이 대세이기 때문에, 7억명 알리페이 가입자를 아이폰 구매로 끌어내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애플이 중국에서 파격적인 아이폰 무이자 2년 할부 카드를 꺼내는 배경에는, 심각한 아이폰 매출 하락이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6450만대로 전년 대비 11.8% 하락했다. 톱 5 제조사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에 돌입한 가운데 중저가 라인업의 입지가 강해진데다, 200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폰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7년 4분기 14.6%였던 애플의 중화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8.8%로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아이폰 판매량 2.7%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애플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는 하반기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처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아이폰의 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기술 경쟁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5G 원년을 맞아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을 공개하며 5G 라인업을 빼들었고 LG전자는 LG V50에 5G 포지션을 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5G 기약이 없다.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인 카메라 측면에서도 아이폰은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다. 여전히 듀얼 카메라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개 카메라인 펜타 버전도 나온 상태다.

폴더블 측면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가 태블릿 수요까지 빨아들일 수 있는 갤럭시 폴드를 공개한 가운데 애플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최근 폴더블 특허를 일부 공개하기는 했으나 명확한 방향성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의 다소 느린 폼팩터 경쟁은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천편 일률적인 베젤리스 기반의 하드웨어 폼팩터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는 200만원 초중반 수준의 갤럭시 폴드를 공개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으나 애플의 아이폰은 200만원 고가 정책으로만 일관하며 폼팩터 경쟁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라인업의 고급화를 끌어낸 앤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부사장이 사임하고 그 자리에 애플의 피플팀을 이끌었던 디어드레 오브라이언 부사장이 등판하는 등 내부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이폰 매출 하락 속도가 빨라지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 연장선에서 트렌드 주도에도 실패하자 무이자 할부를 남발하며 마지막 끈을 잡으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