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부회장의 오프라인 초저가 가격 전략이 국내 유통업계에 점점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해외 시장 분석중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출처=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실적과의 연결을 떠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대단한 것은 항상 당대 오프라인 유통 트렌드를 이끌었고,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이마트에서 시작된 오프라인과 이커머스의 생필품 최저가 대결이 그랬고, 피코크로 시작된 HMR(가정간편식) 열풍이 그랬고, 노브랜드로 시작된 PB열풍이 그랬다. 이번에는 ‘초저가’ 전략이다. 이마트에서 시작된 초저가의 파장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 (국내 유통)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며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올해 이마트 계열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마트는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많이 찾는 상품들을 국내 오프라인 최저가 혹은 파격 할인가로 판매하는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현재까지 총 4차(1차: 전복/삼겹살, 2차: 생닭/쌀, 3차: 초밥/회, 4차: 한마리 광어회/대패삽겹살)에 걸쳐 다양한 품목들을 기존 가격의 최대 50%까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매출 성장으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 이마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제1차 국민가격 프로젝트가 실시된 1월 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이마트의 매출은 2018년 1월의 같은 기간 대비 6.5% 증가했고, 행사상품들이 속한 소분류 상품 매출은 평균 42% 늘어났다. 

이러한 가격 전략은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신세계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적용됐다.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22일까지 5일간 최대 50%할인 가격으로 인기 상품을 판매하는 할인 이벤트 ‘블랙 쓱(SSG) 데이즈’를 열었고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는 자사의 PL라면 ‘민생라면’의 가격을 한 봉지 390원으로 조정해 유통업계 최저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 이마트의 초자가 전략 프로젝트 국민가격과 국내 유통업계 최저가 라면 이마트24 민생라면. 출처= 이마트/이마트24

물론 지난 14일 발표된 ‘연간 영업이익 전년 대비 20% 감소’라는 이마트의 지난해 부진한 실적은 수익성이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가격할인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현재의 가격 전략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마트의 움직임에 경쟁사인 롯데마트도 대응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1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새해의 테마를 ‘품질’과 ‘가격’이라는 키워드를 합친 ‘품격’으로 정한 가격 마케팅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단순히 박리다매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 보다는 가격과 동시에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품질과 가격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품격 마케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품격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들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크게 과일과 채소, 축산, 수산을 포함한 신선식품의 품질을 선별한 ‘생활의 답’ 섹션과 온리프라이스·요리하다·룸바이홈 등 다양한 PB 신상품과 행사상품을 제안하는 ‘가성비의 답’ 섹션으로 운영된다. 마케팅 전개의 일환으로 롯데마트는 이번 20일까지 황금당도 충주 사과(4~6입, 1봉), 황금당도 천안 배(2입, 1봉)을 9900원, 황금당도 담양딸기(1kg, 박스)를 1만3900원에 판매한다. 

일련의 가격 정책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점점 국내 유통 산업 내 영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대형 할인점들의 위기 전략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도 마트의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 10조2177억원, 영업이익 4031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각각 –3.3%, -17.8%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 롯데마트 가격 전략 '품격' 마케팅. 출처= 롯데쇼핑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대형마트의 주요 상품 최저가 전략은 이마트를 시작으로 국내 유통업계에 점점 확산될 전망이다. 대형마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격의 ‘메리트’로 위기의 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트의 외형 성장 둔화는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과 소비자들의 구매 이전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 “오프라인 고객 수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없다면 올해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각 마트는 가격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제안한 오프라인 가격 전략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과연 이번에도 이마트발(發) 변화는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일련의 전략들은 대형마트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