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박람회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보험 영업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보험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적용될 새 회계제도 IFRS17의 영향으로 저축성보험 판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줄어들 줄 모르는 가계부채와 낮은 보험 계약 유지율, 보험 불신 등도 보험 영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보험 불완전판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불완전판매가 많은 게 현실이다.

타깃 분명하고 접촉 쉬운 박람회

특히 베이비박람회, 웨딩박람회 등 각종 박람회에서 불완전 판매를 비롯한 보험 영업 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타깃이 분명해 접근하기 쉬우며, 어렵게 힘 들이지 않고 많은 소비자들을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박람회의 한쪽 구석에 만들어진 금융 부스에서 다른 업체를 방문한 고객의 동의 여부에 따라 금융 상담이 이뤄졌다. 반면 최근에는 박람회 여기저기에 큰 현수막과 함께 금융 부스들이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적극적인 영업을 위한 호객 행위도 이뤄지며, 타 금융사를 가리키면서 비난하는 행위도 이어진다. 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들은 베이비박람회 혹은 웨딩박람회를 방문한 것인지, 금융박람회를 방문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 베이비박람회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보험영업의 최종 목적은 종신보험

영업인들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멘트는 소비자에 맞춰 달라진다. 그러나 알고보면 상품은 한결 같다.

예를 들어 웨딩박람회에서는 "신혼부부 재테크 상담 받으세요" 혹은 "신혼부부 재무설계 해드립니다"라는 멘트로 소비자들을 불러 모은다.

실제 결혼을 앞두고 웨딩박람회를 방문한 30대 A씨는 재무 설계를 받았다가 종신보험을 가입했다. A씨는 "부부 생애 주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저축을 강조하며 들이민 상품이라 종신보험인 줄 몰랐다"며 "신혼여행을 위한 공짜 여행자보험을 선물로 가입해줘 더 현혹당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베이비박람회에서는 "교육자금, 양육자금 마련하세요"라며 소비자를 불러 세운다.

아이와 함께 베이비박람회를 방문한 B씨는 '교육과 양육자금 마련'이라는 말에 솔깃해 상품 소개를 받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B씨가 가입하게 된 상품은 각종 특약을 추가한 어린이보험과 종신보험이었다.

이처럼 들어보면 결론은 종신보험이다. 영업인들은 그럴싸한 이유들을 들이대며 다른 보험 상품들을 곁다리로 끼워넣고, 결국 돌고 돌아 최종 종착지인 종신보험에 소비자들이 도착하도록 만든다.

재무설계 혹은 교육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시작된 보험 상담이 결국에는 종신보험 가입으로 끝나는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보험 영업 현장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종신보험이 장기 상품인데다가 높은 보험금 때문에 보험료도 높기 때문이다. 설계사에겐 많은 수수료를 안겨주는 효자 상품이다. 따라서 보험회사와 설계사 입장에서 다른 보험 상품 10개를 파는 것보다 종신보험 1개를 파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즉 별 도움 안 되는 상품을 힘들게 발품 팔아 파느니, 도움되는 종신보험 판매에 올인해 열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 보험회사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들의 보험 영업력이 많이 약해지고 독립보험대리점(GA)의 힘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의 영업 활동 범위가 넓어짐과 함께 불완전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의 사업비와 수익률 등을 공개하도록 방침을 정함에 따라 영업 활동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를 눈속임한 불완전판매가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