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渾然和氣(혼연화기), 26×20㎝, 2006

영문학을 전공한 산하(山下)가 그의 생애 첫 번째 개인전을 전각으로 정하고 2,3년간 열심히 준비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전각의 용도가 매우 좁아지고 그 예술성과 가치에대한 이해조차 옛날같지 않은 현시점에서 이 고독한 분야를 걸어가겠다는 산하(山下)의 의지에 우선 깊은 격려를 보낸다.

산하(山下)의 전각작품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법(子法)을 대부분 한전문체(漢磚文體)에서 취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선택은 고박(古樸)한 맛과 방원(方圓)이 결합되어 졸경(拙勁)한 운치를 느끼게 한다. 동시에 도식적인 인전(印篆)의 형식에서 벗어난 일탈의 자연미를 불러들이고 있다.

둘째, 산하의 장법은 한전(漢磚)의 서체를 대소(大小), 조세(粗細), 장단(長短), 소밀(疎密)의 참치(參差)한 관계를 면밀히 살펴 그 호응과 처리에 있어 다소 느슨하고 삐딱한 이완의 고졸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다.

▲ (왼쪽)赤壁賦(적벽부), 57×23㎝ (오른쪽)歸去來辭(귀거래사), 72×33㎝, 2006

셋째, 그의 도법은 급취장의 운도법처럼 직필(直筆) 쇄도(碎刀)의 방법을 씀으로써 기세가 웅강하고 혼후(渾厚)하여 포만, 충실한 넉넉함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변관의 양식에서 종횡으로 질창한 각법과 입체감이 있는 풍격은 한결 개성을 느끼게 하는 모습을 띄고 있는 점이다.

윤종득의 아호는 산하(山下)이다. 어느 시인은 산을 이렇게 읊었다. “山은 바위와 시내를 거느리고 초목과 금수를 말없이 기르며, 누구보다도 태양을 일찍 맞이하고 누구보다도 태양을 늦게 보내며, 낮이면 구름과 동무하고 밤이면 별들과 속삭이며, 발은 땅에 있으되 머리는 하늘에 솟았다.”라고.

이러한 산을 향해 그 아래 살며 그 산의 맥박을 호흡하여 그 모습을 닮고자 하는 의지가 ‘山 아래’라는 말의 본뜻인 것처럼 山下(산하 윤종득,윤종득 작가,山下 尹鍾得,ARTIST YOON JONG DEUK,YOON JONG DEUK, PAINTER YOON JONG DEUK)는 이제 예술세계의 산을 향해 인외구인(印外求印)하는 정신으로 독수일치(獨樹一幟)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글=근원 김양동(近圓 金洋東), 계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