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보험부문 자회사 실적부진으로 은행에 순이익 쏠림이 심화됐다.

19일 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2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부문이 농협금융지주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출처:농협금융지주

작년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감안 후 순이익은 1조3472억원으로 은행에서 발생한 순이익이 전체의 90.8%를 차지했다. 비은행부문인 보험, 증권, 기타 금융사는 전체 순이익의 9%수준에 그쳤다.

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지주사 전환이후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의 실적은 크게 축소됐다. 은행의 순이익 편중도가 대폭 상승한 이유다.

◇ 농협생명, 투자손실 탓 적자전환…농협손보,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 상승 반영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각각 투자부문 손실과 손해율 상승으로 실적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농협생명은 지난해 외화자산 헷지비용과 운용자산 중 주식가치 하락으로 투자손실이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영업손실 규모는 1141억원으로 2017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농협생명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채권의 자산 듀레이션을 높이기 위해 장기채 물량이 많은 외화채권을 대폭 매입했다. 특히 지난해 금융당국이 보험 부채 듀레이션 만기를 최장 30년까지 확대하면서 농협생명도 실질만기(듀레이션)가 장기인 채권이 필요해 2년간 외화자산을 1조원이상 샀다.

농협생명은 외화채권 매입과 함께 환율 헷지를 위해 여러 금융기관에 환헤지 거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이 증가했다. 지난해 농협생명이 환헷지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손실액은 총 7645억원으로 2017년 결산 1004억원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농협생명이 투자한 운용자산 가운데 주식가치가 하락하면서 유가증권평가·거래손실도 1년간 2208억원 발생해 적자폭이 커졌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투자부문에서 손실이 증가해 누적 운용자산이익률이 2.63%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다보니 일시납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료수익이 줄어 영업수익이 1년새 1조5554억원(-13.1%) 줄어 영업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기 어려웠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이러한 실적부진으로 손익 누적을 반영한 이익잉여금도 축소돼 지급여력 (RBC)비율 하락도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이익잉여금은 5326억원으로 2017년 7497억원 대비 29% 축소됐고 전체 자본총계는 2017년 대비 2367억원 축소된 3조628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농협생명은 이러한 투자부문에 부진을 털고 보장성보험 영업에 더욱 집중하기로 계획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올해는 보장성 강화전략으로 순이익 500억을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잉여금 감소 및 올해 자본확충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추가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농협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자회사인 농협손해보험도 지난해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 농협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20억원으로 2017년 265억 대비 10배 이상 줄었다. 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장기보험 판매와 함께 정책 상품인 농작물재해보험 판매에 집중했는데 손해율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례적으로 강추위가 발생해 과수작물에 동상해 피해가 발생했고 같은 기간 상반기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 접수가 급증해 관련 손해비용이 늘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일반적으로 수확기 이후 손해평가가 완료된 후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지난해는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보험금을 미리 지급하기도 했다. 이에 연간 누적 손해율은 95.3%로 역대 최고 상승했다.

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사업비율도 18.9% 수준으로 전체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114.2%에 달했다. 한해 동안 보험료로 번 수익보다 손해가 더 많았던 셈이다.

◇ 농협은행, 대출채권 증가로 농협금융지주 실적개선 주도

비은행 자회사와 달리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대출채권이 증가하면서 이자수익만 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이자부문 이익은 5조1991억원으로 2017년 결산 4조5879억원 대비 13.3% 확대됐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신규 및 기존 부실대출 감소로 충당금 전입액이 축소돼 비용부담도 크게 줄었다.

출처:농협금융지주

지난해 말 농협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7355억원으로 2017년 9439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6년부터 부실채권을 대폭 정리하면서 충당금전입액이 점차 줄었다.

농협은행은 과거 조선·해운업에 부실대출한 탓에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해 이익이 축소됐지만 2016년 지주사차원에서 부실채권을 모두 반영한 일명 ‘빅배스’를 진행하면서 건전성도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은 건전성 기준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1%로 2016년 1분기 2.15% 대비 1.24%포인트 하락했다. 농협은행의 건전성·영업이익 모두 상승해 농협금융지주 실적 개선을 주도했지만 전체 순이익이 은행에 편중된 점은 지주사 입장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매년 자회사 순이익을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이유도 농협금융지주와 같은 이유에서다. 자회사에 자본확충을 추가진행해도 은행 의존도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의 은행 수익 편중이 심화된다면 사업다각화를 위해 비은행부문에 투자를 확대해도 결국 예대마진으로 수익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