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봄기운이 흐르고 있다. 지난 11일 실무급, 14~15일 고위급 등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내주 워싱턴 D.C.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무역협상의 쟁점 사안에는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지만, 최종 합의를 위한 양국의 대표단 의지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포한 ‘90일 휴전’ 마감시한이 연장될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 종료 뒤 성명을 통해 “세밀하고 집중적인 협상이 진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일이 산재해 있다”면서 무역 협상의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백악관은 “다음 주 워싱턴D.C.에서 각료 및 차관급 수준에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추가 협상에 따른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2000억달러 규모) 인상 시한인 오늘 3월 1일에 앞서 모든 이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양국은 회의에서 모든 약속을 양해각서(MOU)에 명기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번 MOU는 백악관에 관세율 인상 시한을 연장할 수 있는 단초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의 무역협상 대표단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지난 14일부터 베이징에서 2차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지난 11일부터 베이징에서 이뤄진 양측간 실무 협상에 연장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신에너지 차량 등 국내 생산 차량에 지급하던 보조금 중단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지난 워싱턴 1차 고위급 회담 때보다 일부 진전된 '양보안'을 추가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재무장관 등과 면담을 하고 “양측이 중요한 단계적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내주 워싱턴에서 협상을 계속할 것이다. 남은 협상에서 상호 간 이익이 되는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이슈에서 진전을 보였다”면서 “비록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희망적이다”라고 화답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위터에 중국 대표단과 찍은 사진을 게시하고 “류허 부총리 및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함께 한 ‘생산적 회의’”라고 강조했다.

“협상은 매우 잘(extremely well) 진행되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매우 복잡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연기할 수 있다”면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합의가 가까워진다면, 혹은 옳은 방향으로 협상이 진전된다면 현재 관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매우 잘 되고 있다"면서 "시 주석과 나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실무 무역협상보다 더 친밀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미국은 3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00억 달러(약 225조9000억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릴 계획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에 대해 우려도 비친다. 핵심 사안에 대한 주요 진전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구매와 산업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미국측에 제안했지만 미국이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이견이 좁혀진다면 현행 관세를 유지한 채 협상을 지속할 수 있지만 현재 무게중심은 옮겨가지 않았다.

특히 무역 이슈가 해결되면 이는 위안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위안화의 가파른 상승은 달러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달러에 대한 투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협상 이슈는 마무리 전까지 안도할 수 없다”면서 “10월 미국의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9월 중순부터 적극적인 환율 관리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