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물량이 약 5만가구에 이르는 강동구 강일동과 경기도 하남시는 9호선 4단계 연장 지연 소식에 낙담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의 4단계 연장 사업이 서울시 추진 사업에서 제외될 기로에 놓였다. 연구용역조사에서 사업성이 부족하단 판단이 나온 가운데, 하남시로 추가 연장되는 노선 또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강일동 일대와 연장노선이 향하는 미사지구는 수 만명의 인구가 추가 입주할 전망인 만큼 교통대책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2차 도시교통망 구축계획을 수립 중으로, 현재 사전협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덕동과 강일동을 잇는 9호선 4단계 연장 계획이 사업성 부족으로 교통망 계획에서 제외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연구용역을 맡긴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 연구실이 2017년부터 약 2년 동안 이어온 사업성 조사에서 미달 판정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연구원 측은 서울시의 허가가 있지 않고는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없다면서 완강히 답변을 거부했다.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은 현재의 동쪽 종점인 보훈병원에서 강동구 강일동까지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이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보훈병원에서 고덕강일1지구까지 이어지는 4단계 사업은 이미 지난 1기 도시교통망 수립계획에 포함돼,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 기본계획 수립, 착공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에 제외 논란이 된 곳은 통상 '4.5' 단계로 불리는 지점이다. 고덕강일1지구와 미사지구를 잇는 추가 연장선 가운데 '강일동' 역사를 설치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사업성이 발목을 잡았다. 해당 지점은 현재 5호선 차량기지 부근으로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지만 상습 교통체증을 앓는 곳이다.

진선미 의원실은 "무리 없이 4단계는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4.5단계 연장 여부를 두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도시철도망은 아직 완성된 바가 없으며 현재 정책적 판단 및 관계기관 협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해당 보도를 두고 “비용과 수요만을 기계적으로 계산한 실무자 초안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라면서 “강일동 구간의 필요성을 모든 노력을 기울여 호소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강동구에서 강남 등 업무지구로 출퇴근하기 위해선 5호선 상일동역에서 천호역으로 간 뒤, 8호선 2호선 환승 등 두 번의 환승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구나 해당 노선은 강동구 고덕동·강일동과 맞붙은 미사강변지구에서 유입되는 인구로 인해 극심한 교통체증과 혼잡을 보이는 곳이다. 2018년 상일동역의 승하차량은 총 845만명, 일평균 2만3000명 수준으로 5호선 역사 51개 가운데 22번째로 많았다. 현재 강동구 강일2지구와 하남시 미사지구에서 입주가 완료된 가구는 약 4만8000가구에 이르고, 오는 9월 과거 고덕주공2단지의 재건축인 고덕그라시움 약 5000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 교통난은 배가될 전망이다.

5호선 하남연장선은 2014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상일동역 이후 진척이 늦어 5년째 연장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개통시점은 2018년 말로 계획됐지만, 2019년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뤄진 뒤 다시 2020년 초로 연기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남을 관통하는 9호선이 강동구에 들어서면 인구유입 분산과 함께 강남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해당 지자체인 강동구와 하남시, 그리고 거주민들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이 확정되지 않은 채 이용객 이용 부족이 예상되면서 사업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서울시 도시철도국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속하는 비용편액이 1.0을 넘어야 사업 추진이 원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고, 교통정책과의 수립 내용에 따라 사업 존폐 여부가 가려진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 역시 “아직 수립용역 결과를 갖고 의사결정 중으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서울 시내 약 40~50여개의 노선 구축 방안이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내용이 없어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관련 내용을 결정한 뒤 이번 달 안으로 2차 도시교통망 구축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구축계획엔 양천구 목동과 동대문구 청량리를 잇는 신설노선인 ‘강북순환선’과 함께 4개의 경전철 노선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낙담한 주민들, “18일 집회 열 것”

당장 ‘지하철9호선 연장추진위원회’ 측은 격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위원회 관계자는 “고덕동과 강일동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라면서 “임대주택 추가 공급을 두고 서울시가 주민들과 정치적 ‘딜’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강일 1·2지구의 임대주택 비율은 80%로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고덕 2·3지구에 추가로 1만5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추가로 건립한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라고 위원회 관계자는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미 고덕동과 강일동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약 790억원의 교통 분담금을 걷어간 상태”라면서 “돈은 돈 대로 받고, 추진 과정에서 엎어지면 그 돈의 행방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서울교통정보센터 ‘토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통한 9호선 3단계에 속하는 삼전~보훈병원 8개역의 개통으로 하루 평균 3만명이 해당 노선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와 강동구의 지하철 이용객은 하루 평균 53만1000명으로, 9호선 개통 후 약 2만8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출근시간대 여의도역을 포함한 9호선 주요 5개역 혼잡도는 평균 16% 감소했다.

중개사를 겸하고 있는 한 추진위 관계자는 “18일 서울시청에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면서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국토부와 지자체, 진선미 국회의원 등이 공언한 부분이기도 하고, 최근 대통령이 직접 예타면제 사업을 챙겼듯 3기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9호선 연장은 필요하다는 말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사업 40여개 가운데 비용편액 0.85 이상인 10군데를 우선으로 고려중이라 9호선 4단계가 밀렸다는 얘기도 있어,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에 집중 항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 사이에선 만약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이 연기된다 하더라도 당장 불편이 더욱 가중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실감하지 못 하는 분위기도 일부 존재했다. 고덕동 M공인중개사는 “강일동과 고덕동 지역은 이미 기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크지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땐 반응도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라면서 “다만 연장추진위 등이 움직이면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일동 A공인중개사는 “시세 변동은 더욱이 없고 9호선에 관련한 문의도 아직은 적은 편이지만, 입주가 시작되고 교통체증이 와닿는 시점이 오면 주민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강동구 뿐이 아니다. 강일동과 연접한 경기도 하남시는 본래 9호선 4단계에서 미사강변지구까지 추가로 연장하는 노선을 추진 중이었다. 특히 미사강변도시의 출퇴근 혼잡도가 강동구에도 영향을 미쳤고, 5호선 ‘강일역’의 무정차 개통 건으로 갈등의 씨앗도 남아있는 상황이라 심각함은 더하다. 미사지구 H공인중개사는 “실망감이 큰 주민들이 많다”면서 “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 곳의 몇몇 단지는 그동안 입지 면에서나 가격 면에서 특수를 누려오기도 했는데, 기대치에 못 미치니 반응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S공인중개사는 “아직은 불편하지만 5호선이 개통되면 일부는 해소될 것이고, 현재 나오는 얘기도 사업 무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희망을 표하는 분들도 많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9호선 하남방면 추가 연장노선 사업은 서울시가 아닌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 광역도시철과 관계자는 추가 연장노선은 4단계 구간이 선행해 전제된 것이라, 사업 추진 성과에 따라 추가 연장의 가능 여부도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도시교통망 수립계획의 수립권자가 서울시인 만큼, 국토부는 수립된 내용을 전달받은 후 검토하고 있는 사전 협의 단계에 들어서 있다”면서 “영구적인 무산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서울시의 의중을 재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서울시와 지자체를 대신해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을 묻자 관계자는 “철도사업은 예산 규모가 큰 편이라 개별 사업별로 추진하는 일은 드물고, 도시교통망 계획의 상위 계획인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될 경우는 여타의 계획과 함께 예산이 배정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고덕-강일 구역은 도시철도가 어느 정도 전제되고 타 노선과 연계되는 게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원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서울시 수립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예산 배정이나 집행 등은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광역 자치단체에서 구축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원 분배나 사업 시급성을 판단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자체의 고유 권한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