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급증하는 등 제약바이오산업이 무역흑자를 나타내는 가운데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바이오의약품 수출액 1위를 달성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제품 모습.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 동력인 연구개발(R&D) 역량 향상이 요구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을 승인하기 전에 신약을 테스트하는 임상 과정은 약 7년에서 12년이 소요된다. 비용은 약 1억6010만달러(약 1800억원)에서 2억달러(약 2200억원)까지 사용될 수 있다고 추정된다.

후보물질 탐색에 필요한 재원까지 고려한다면 기간과 비용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10개 중 1개만 FDA로부터 승인을 받고 시판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산업 특징에 따라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R&D에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 이와 관련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한국 바이오의약품, 수출 효자 품목으로 성장 중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가 조사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2017년을 기준으로 8030억달러(약 904조원)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0억달러(약 233조원)로 전체 의약품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7.7% 성장, 향후 2024년까지 연평균 9.1% 성장해 2024년 시장 규모가 3830억달러(약 431조)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의약품 대비 바이오의약품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3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액과 전체 의약품 대비 매출 비중(단위 십억달러). 출처=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20조358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3% 늘어나 2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같은 기간 2조 6015억원으로 전년 2조79억원 대비 29.6% 증가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바이오의약품 무역수지는 같은 기간 100% 이상 증가해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바이오의약품 무역흑자는 2017년 기준 3687억원이다. 이는 전년 1770억원 대비 108.3% 증가했다.

▲ 바이오의약품 연도별 수출입실적(단위 만달러).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2017년 13억6851만달러(약 1조5471억원)으로 전년 10억6397만달러(약 1조2346억원) 대비 29% 증가했으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2017년 무역흑자 증가는 바이오시밀러 등 유전자 재조합의약품 수출이 전년 7억1985만달러(약 8055억원) 대비 37.7% 증가한 9억9156만달러(약 1조1095억원)를 나타내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이 전년 5077만달러(약 589억원)에 비해 100.8% 늘어난 1억195만달러(약 1153억원)를 기록한 것에 따른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이 바이오의약품 수출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의약품 수출 1위 품목은 셀트리온의 ‘램시마원액’으로 5억6458만달러(약 6382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업이 개발한 ‘트룩시마원액’은 3억4817만달러(약 3936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와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의 SC-Pen 제형을 선보였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정맥주사제형(IV)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피하주사제형(SC)로 개발해 환자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판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44개국에 허가된 램시마는 이후 생산과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보툴리눔 제제 수출은 2년 연속 100% 이상의 고속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의약품의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한국 바이오기업은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온스로 각 기업은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상태로 수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최근 ‘나보타’가 미국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해 한국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진출했다.

글로벌 임상에 막대한 비용 필요…실질적 지원해야

불모지로 여겨졌던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등을 통해 새로운 수출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유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두빈 삼정KPMG 연구원은 “수출동력 확보는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오래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노력에 대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이유로는 혁신신약 개발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구조다.

R&D 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시판 확률이 9.6%에 불과한 결과를 보면 기회비용 또한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망도 중요하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혁신신약 R&D다”면서 “기업은 임상 실패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기업은 신약 R&D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에 기반을 두고 협력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과 기업의 연계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뤄지지만, 기초기술과의 연계는 미약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과 연구소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업화를 위한 연구가 부족하다”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등 임상 검증이 필요한 부분과 논문 성과가 요구되는 연구자 입장이 엇갈려 대학과 연구소 등은 상업화 연구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기업이 원하는 지원방안은 R&D 지원비용의 확대다.  한국 사업구조가 유사한 벨기에는 전체 국가 예산의 약 40%를 제약 부문에 투자하고, R&D 인력에 대한 원천징수세와 특허세 등을 감면하는 등 혜택을 준다. 벨기에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R&D 예산 약 20조원 중 약 8000억원을 제약바이오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신약 R&D 투자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정부 지원만 뒷받침되면 1400조원 규모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을 상대로 한국의 수출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