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삼성바이오-증선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전문가 토론회에서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본안소송, ‘법의 안정성’ 회복하는 계기 돼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처리는 기존 회계기준인 K-GAAP 감독과 새로 도입돼 기업이 활용한 K-IFRS 처리가 엇박자를 나타내면서 발생한 것일 뿐 고의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4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삼성바이오-증선위 집행정지·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전문가 토론회에서 “K-IFRS는 K-GAAP와 달리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원칙과 근거’만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원칙중심 방식은 기업에게 일정부분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됐으나, 감독당국의 기준은 여전히 ‘규정중심’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K-IFRS와 K-GAAP 차이 무엇이길래?

조동근 교수에 따르면 K-IFRS의 기업회계기준은 K-GAAP과 크게 2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K-GAAP에서는 개별 재무제표가 주(主)재무제표이지만, K-IFRS에서는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경우 연결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가 주재무제표이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 주요 회계이슈로 부각된 이유다. 

두 번째 차이는 K-GAAP는 취득원가 내지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에 입각해 자산을 평가하지만 K-IFRS는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시장가치)로 평가(fair value accounting) 하도록 하고 있다. K-IFRS의 기본철학은 기업의 실질적 시장가치에 기초해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동근 교수는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문제는 결국 K_GAAP와 K-IFRS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다”면서 “기업은 IFRS에 기초해 회계처리를 했지만 금융당국은 K-GAAP에 기초해 회계감독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설명했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삼성바이오-증선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회계처리는 정당”

조동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14년까지 바이오에피스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5년 10월과 12월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에 대한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잇따라 한국 식약처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올라갔다.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와 플릭사비’의 상용화로 바이오에피스는 실적이 급증했다. 이들 제품 상용화 직전인 2015년에는 매출이 239억원에 불과했지만, 상용화 첫 해인 2016년에는 1474억원, 2017년에는 3148억원으로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2015년 하반기 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판매허가를 받아 기업가치가 증가하면서 바이오젠의 콜 옵션 변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이익이 그 행사비용을 훨씬 상회함(내가격 상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가 되었고, 이에 IFRS에 따라 바이오젠의 지배력을 반영해 ‘지분법 관계회사’로 전환했다는 것이 삼성바이오의 설명이다.

K-IFRS 제 1110호 B23항은 '자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판단할 때 잠재적 의결권을 보유한 당사자가 이를 실제로 행사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하도록 돼있으며, 행사 가능성을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들 중 하나인 B23항(3)에는 '잠재적 의결권의 계약 조건은 상품이 내가격 상태이거나 투자자가 상품의 행사나 전환에서 효익을 얻을 경우 실질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논란 주요 쟁점과 입장에 대한 논거. 출처=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조 교수는 “요약하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그 행사로 효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 실제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면서 “2015년 하반기 미국 바이오젠은 공동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의향을 문서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바이오젠은 실제로 콜옵션 행사 만기일 2018년 6월30일 하루 전인 29일에 콜옵션을 행사했다. 2018년 11월7일에 자산양수도가 완료되면서 삼성바이오와 바이젠은 바이오에피스의 이사회 구성에서 동수의 선임권을 보유하게 됐다.

조 교수는 “이 같은 흐름에서 볼 때 ‘종속회사’가 아닌 부분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관계회사’로의 전환에 대해 논리적 하자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4조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이익에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의적 회계분식’이 아닌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