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고소 고발 논란이 불거져 눈길이 끈다. 펀딩에 나서는 메이커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비판한 댓글 작성자에게 법적인 조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와디즈는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제품은 ‘글로벌 335% 펀딩 달성! 맥을 윈도우로 바꿔주는 매직스틱'이다. 지난해 11월19일 종료됐으며 목표액 대비 1791%를 달성했다.

문제는 해당 제품의 펀딩 댓글란에 댓글을 게시한 A씨가 지난 21일 정보제공청구서를 메일로 받으며 시작됐다. 청구대상 이용자란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명칭은 와디즈로 기입되어 있으며 ‘소로써 구하는 취지’는 손해배상(민사), 형사처벌(형사)로 되어 있다. 별첨문서에 따르면 A씨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펀딩에 나서는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봤고, 댓글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갑자기 정보제공청구서가 날아와 놀랐다”면서 “크라우드펀딩을 가끔 하지만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경우는 봐도, 펀딩에 나서는 업체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A씨가 제공한 문제의 댓글은 비속어는 없으며, 제품을 비웃는 글만 적혀있다.

A씨는 또 “해당 업체는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람들에게 환불을 하면서도 자사규정에 따라 가격의 39%를 차감해 제공한다고 공지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법적인 조치를 시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정보제공청구서와 그 내용에 따르면 펀딩에 나선 메이커가 댓글로 제품을 비판한 사람들에게 법적인 조치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해당 메이커가 지난해 11월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를 했고, 피 신고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방심위는 플랫폼 사업자 와디즈에 관련 내용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와디즈는 이러한 사실을 지난 18일 인지했으며, 이후 A씨 등에게 고지했다.

와디즈는 메이커의 댓글 작성자에 대한 법적인 조치 가능성을 두고 “우리도 처음있는 일”이라며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한편, 자세한 내막을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와디즈는 또 “프로젝트 창에 지난 17일부터 댓글작성 유의사항을 공지하며 신중한 댓글 작성을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와디즈는 최근 신중한 댓글 작성에 나서야 한다는 공지를 시작했다. 출처=갈무리

문제가 된 메이커의 제품은 펀딩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메이커의 ‘글로벌 335% 펀딩 달성! 맥을 윈도우로 바꿔주는 매직스틱'이라는 프로젝트명만 보면 마치 USB로 순식간에, '매직'처럼 맥을 윈도우처럼 바꿔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해당 제품에는 윈도 라이선스(정품키)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는 별도로 구입하거나 비정품 상태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와디즈는 "해당 메이커는 USB 3.1 Gen2 등의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고속 USB (1000MB/s)를 개발한 것"이라면서 "핵심은 USB 그 자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메이커도 “독보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하며 윈도 라이선스(정품키)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프로젝트 오픈예정부터 캠페인 진행시에도 항상 윈도우는 별로도 구매해서 라이선스 키를 넣어야 한다고 공지를 했으며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항상 캠페인 참여자들의 오해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품에 대한 이견이 큰 상태에서 몇몇 이용자들이 댓글을 통해 제품을 비판했고, 메이커가 이를 인지해 방심위에 신고를 하자 와디즈가 이 사실을 A씨에 알린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모처럼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훈풍이 도는 가운데, 메이커가 댓글을 작성한 사람에게 법적인 조치를 시사하는 등 플랫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터지자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 15일 발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기업의 발행한도가 기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나는 한편, 와디즈의 누적 펀딩액이 1000억원을 넘기는 상황에서 내홍이 깊어지는 것은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와디즈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이 과정에서 100% 상황을 제어할 수 없는 사태가 종종 벌어진다. 이번 논란에서 와디즈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메이커와 댓글 작성자라는 생태계 일원들이 충돌하는 장면을 손 놓고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