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Visualcapitalis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각국 정부의 부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가들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세계 정부 부채가 글로벌 GDP의 80%에 육박하고 있다고 CNBC가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 Ratings)의 발표 자료를 인용,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치가 이날 발표한 새 글로벌 정부 부채 차트 북(Global Government Debt Chart Book)에 따르면, 2018년에 전 세계 국가 부채가 66조 달러(7경 4500조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피치의 제임스 맥코맥 국가신용등급 평가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정부 부채가 많은 나라들이 갑작스러운 금융 긴축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IMF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부채 비용 부담이 적었지만, 이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정상화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2015년 12월 이후 8차례나 금리를 인상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외환 위기이후 극도로 완화했던 통화정책을 끝내고 있다.

선진국들의 부채는 지난 2012년 이후 50조 달러 규모의 안정적 수준을 보였지만, 미국 정부의 부채는 같은 기간 동안 15조 2천억 달러에서 21조 9천억 달러로 무려 44% 급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년 동안에만 10% 이상 증가했다. 피치는 미국의 총 부채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의 부채를 합한 것보다 거의 1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253%를 기록한 일본이다(그러나 일본 국채는 거의 이자가 없을 정도로 안전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신흥국 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리스가 178.6%, 이탈리아가 131.8%, 싱가포르가 110.6%, 미국은 105.4%, 프랑스가 97%, 캐나다가 89.6%, 영국이 85.3% 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유럽연합 전체로는 81.6%를 기록했다. 

심각한 곳은 신흥국들이다. 신흥국 부채는 2012년 이후 10조 달러에서 15조 달러로 50% 증가했다.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104%)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75%)들이다.

그러나 이 두 지역 국가들 부채 규모는 1조 달러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11개 ‘AAA’ 등급 국가들이 전세계 부채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B 등급 이하 국가들의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신흥국 중에는 브라질이 74%, 인도가 68.7%, 아르헨티나가 57.1%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신흥국들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신용등급도 악화됐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평균 신용등급은 ‘BB+’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피치의 맥코맥 팀장은 "지난 몇 년간 국가등급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던 각 국가의 통화 긴축 정책, 물가 변동, 지정학적 환경 같은 공통의 주제들이 2019년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국가 부채가 많은 나라들이 성장이 둔화되면 금융 위기를 다시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출처= IMF

한편, 국제금융연구소(IIF)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부채 규모는 세계 경제 규모의 3배가 넘는 244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IF는 지난 주 공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 글로벌 부채-GDP 비율이 318%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IIF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정부 부채는 10년 전 37조 달러에서 2018년에 65조 달러를 초과했으며, ▲비금융권 기업부채는 지난해 72조 달러로 글로벌 GDP의 92%까지 상승하는 등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가계부채는 중국의 가계부채 급등으로 30% 늘어난 46조 달러에 달했다. 체코, 인도, 멕시코, 한국, 말레이시아의 가계부채도 20% 이상 증가했다. ▲금융권 부채는 10년전에 비해 10% 증가에 그치며 60조 달러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들은 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미래의 위험에 대한 완충 대책을 강구하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 한국 정부부채 GDP 대비 비율.   출처= tradingeconomics

2018년 한국의 정부 부채는 735조 2000억원으로 GDP 대비 42.5%로 전년(43.7%) 대비 1.2% P 떨어지며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514조원으로 GDP 대비 96.9%로 100%에 육박했다. 가구당 7500만원 꼴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비율은 호주(120%)와 캐나다(100%)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보다 증가 속도가 빨라 조만간 불명예스러운 1위가 될 전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위험한 조합이 높은 부채 비율과 급격한 증가 속도”라고 지적했는데, 그가 지적한 최악의 조합이 바로 한국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