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넷플릭스가 24일 서울 더 프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 및 수급 전략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을 공개했다. 좀비와 조선시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의 스트리밍 서비스 직전, 이와 관련해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과 매력에 주목했으나, 넷플릭스를 둘러싼 부정적인 현안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소위 물타기하는 모습도 보여 빈축을 샀다.

▲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넷플릭스 “우리는 대단하다”

제시카 리 넷플릭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우리는 20년 이상 된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서비스한 것은 3년에 불과하다”면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나이젤 벱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는 “우리는 DVD를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부터 스트리밍을 생각했다”면서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첫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고 2016년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 지금은 190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지난해 기준 1억3900만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외 유료회원 비중은 60%다.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나이젤 벱티스트 디렉터는 “스마트폰이나 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TV 제조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셋톱박스, 유료방송 등의 파트너와도 행보를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벱티스트 디렉터는 “한국에서 딜라이브와 LG유플러스 등 다양한 사업자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셋톱박스 사용자 경험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젤 벱티스트 디렉터는 스마트폰에서 TV로 즉각적인 콘텐츠 소비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의 관계에서 사용자 경험 자체에 집중하며, 세밀한 부분까지 보완과 설계를 거듭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넷플릭스는 다양한 인터넷 환경에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소비자가전, 유료방송 및 통신사업자와의 폭 넓은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된 높은 수준의 영상과 음향을 전달하는 것이 넷플릭스가 이루고자 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앤디 로우 넷플릭스 모바일 및 웹 프로덕트 디자인 디렉터는 “1700종의 기기에서 물 흐르듯 콘텐츠가 흘러가야 한다”면서 “우리의 최종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화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다. 앤디 로우 디렉터는 “취향을 고려한 맞춤 이미지를 제공하는 한편, 자막과 음성에 있어서도 개인화 사용자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앤디 로우 디렉터는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 7개 언어로 공개됐으나 킹덤은 올해 27개 언어로 공개된다”면서 “각 지역에 맞게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개인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다운로드, 다이나믹 옵티마이저 인코딩 등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한편, 이러한 진화를 모바일에서 다른 생태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이나믹 옵티마이저 인코팅에 시선이 집중된다. 앤디 로우 디렉터는 “2011년 우리 콘텐츠를 통합 인코딩으로 제공했다면 2015년 타이틀 별 인코딩 방식을 구분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장면당 인코팅을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한 화질을 시청하면서도 소비되는 네트워크 대역폭을 64% 절감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엔터 기업이자 테크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앤디 로우 디렉터는 시청자가 스토리를 결정하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설명하며 “우리는 인터넷 TV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면서 “엔터와 테크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라이선스 콘텐츠 수급을 총괄하는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우리는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하며,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와 창작자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으며 글로벌 사업자기 때문에 다양성을 적극 추구할 수 있다”면서 “콘텐츠에 있어 넷플릭스는 기본에 충실한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로컬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 콘텐츠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인 가입자 확보가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디렉터는 또 “최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순기능의 단면”이라고 말했다. 킹덤의 글로벌 전략을 동영상으로 시연하기도 했다. 킹덤에서 배우들은 한국어로 대사를 하지만, 다양한 언어로 더빙과 자막이 적절하게 지원되는 장면이 확인됐다.

▲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망 중립성? 투자규모? 볼 것 없다? ‘아몰랑’

넷플릭스의 기자회견 내용은 지금까지 알려진 현황을 소위 재탕하거나, 다시 상기시키는 점에 그쳤다. 신년이라는 특수성을 내걸었으나 특별한 멘트나 아젠다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저 <킹덤>의 흥행을 위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됐다. 국내에 YG전자와 범인은 바로 너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왔는데 성과를 묻는 질문에 김 디렉터는 “모두 다르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모호한 말로 대체했다.

LG유플러스와 협력하며 수익배분을 9:1로 정한 지점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도 나이젤 벱티스트 디렉터는 “파트너와 함께 성장한다”면서 “구체적인 수익배분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를 전혀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도 역시 ‘상생’을 노력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올해 한국 콘텐츠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김 디렉터는 “구체적으로 투자 규모를 정하지 않았다”면서 “콘텐츠의 비전을 연구하고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확실한 멘트는 구독료다. 제시카 리 총괄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구독료가 미국에서 올랐지만, 한국에서는 구독료 인상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넷플릭스가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발견하도록 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말이 나왔다. 통합 방송법에 넷플릭스가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