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 18일 저녁 7시 경, 출입처와의 술자리로 이동하던 중 카카오톡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하는 모 취재원이 지금 당장 코인제스트 거래소를 확인하라고 난리입니다.

즉각 자리를 펴고 상황을 살펴보니 심상치 않았습니다. 홈페이지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가운데 대부분의 코인들이 급락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비트코인과 리플 등이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다른 거래소를 보니 모두 평온...아니, 눈물이 나왔지만 일단 정상적입니다. 코인제스트에 무슨 일이 생긴겁니다.

아직 다른 언론이 아무도 쓰지 않았길래 간단히 취재된 내용으로만 기사를 올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찰라, 제목의 액수가 틀려 지옥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했습니다. 이어진 후속취재로 에어드랍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코인제스트는 19일 입장자료를 보내왔습니다. 코인제스트는“전산 오류는 모두 해결됐고 19일 05시 거래가 재개되었다”면서 이벤트를 진행하며 400여명의 회원에게 암호화폐 WGT토큰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의 입금 내역이 실제와 다르게 반영되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으며, 일부 고객이 오입금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매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시세 하락이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사고도 있었습니다. 코인제스트는 “10여명의 회원은 오입금 및 전산 오류를 인지하고도 약 6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및 한화 출금을 시도했고, 해당 고객들에 즉각적으로 연락해 자산 반환을 요구하고 대다수의 회원이 반환을 약속받았다. 당일 반환된 암호화폐와 한화는 약 3억원 상당”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3억원 상당의 한화와 암호화폐는 타거래소에 협조문을 보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회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객 피해가 없도록 보상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자세의 문제입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 자체가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잦은 사건사고가 벌어집니다. 때로는 해킹이 발생하고 때로는 불미스러운 사기 사건도 벌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성과 각오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최소화시키고 어물쩍 넘기려는 자세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코인제스트 전종희 대표는 "거래소 출범 후 전례 없는 전산 오류로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며 “임직원 모두가 비상대응 체제로 움직여 현재 거래 서비스가 정상 운영 중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 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입장자료의 제목에는 코인제스트가 '발 빠른 대응으로 큰 사고를 막았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실제 발 빠르게 대응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사태는 이미 벌어졌고, 그것도 에어드랍 이벤트라는 일시적인 상황에서 발생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 빠른 대응을 거론할 수 있으나 입장자료의 제목으로 쓰는 것은 투자자와 시장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내가 실수해서 피해를 봐 미안하다. 그런데 이 정도에서 그쳤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심지어 코인제스트는 입장자료 말미에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는 신선함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코인제스트는 “한편 코인제스트는 기존 마이닝 토큰 코즈의 생태계를 보완할 새로운 마이닝 구조의 거래소 토큰(가칭 코즈2)을 출시하고 기존 코즈 토큰 스테이킹 홀더들에게 10:1 비율의 에어드랍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이럴 상황이 아닐텐데요.

코인제스트 논란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업계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코인제스트 사태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큰 뜻을 품고 역경을 딛고 나아가는 가운데, 당국의 서슬퍼런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이런 사태를 타이밍좋게 일으켰다는 점은 쉽게 넘어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옥석 가리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인제스트가 돌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이상의 높은 신뢰도를 담보하고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상거래가 재개된 가운데 추후 코인제스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