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처=에픽게임즈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에픽게임즈가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대박을 낸 포트나이트의 유저풀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트나이트와 언리얼엔진 사용자 규모를 앞세워 기존 플랫폼 강자에게 도전하는 형국이다. 

에픽게임즈는 지난달 자사의 게임 스토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공개했다. 회사는 자사의 게임런처인 ‘에픽게임즈 런처’를 이용해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이 런처를 발전시켜 다른 개발사의 게임도 끌어와 유통해주는 PC 게임 플랫폼인 셈이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스토어는 지난 2014년 에픽게임즈 런처를 출시했을 때부터 준비된 계획이다. 이미 플랫폼 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는 의미다. 회사 측은 지난해 포트나이트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대규모 유저 풀을 끌어모았기 때문에 이젠 스토어를 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PC게임 플랫폼에는 이미 압도적인 강자가 스팀(Steam)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많은 게이머들이 스팀을 사용하고 있으며 각종 할인행사 등으로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스팀의 일일 사용자는 4700만명, 최대 동시 접속 사용자 1850만명, 매월 신규 구매자 160만명 수준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대작 패키지 PC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이며 인디게임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스팀에 맞서기 위해 우선 수수료를 낮게 잡았다. 개발사에 88% 수익을 준다는 설명인데, 즉 유통 수수료가 12%다. 기존의 인기 게임 플랫폼 스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이 모두 30%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유통 수수료를 낮춰 성과를 낸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7월 마켓 유통 수수료를 최대 25%까지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2018년 4분기 기준 게임 부문 월매출이 애플 앱스토어를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토어는 3분기 게임 부문 매출액 878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엔 매출액이 26% 증가한 1108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수료 인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게다가 에픽게임즈는 게임 개발 엔진인 언리얼엔진의 개발사라는 큰 장점이 있다. 언리얼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약 500만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이용할 만큼 활용도가 높다. 회사 측은 언리얼엔진으로 개발한 게임의 경우 매출액 5% 로열티를 면제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은 무료로 제공하고 분기로 매출액이 3000달러를 넘기면 초과분에 5%의 로열티를 받는다. 로열티 면제 정책으로 자사의 엔진을 사용한 게임을 최대한 마켓에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언리얼엔진을 사용하지 않은 게임도 입점할 수 있다.

수수료 인하 정책은 이른 시간에 성과를 거두었다. 게임 업체 유비소프트는 지난 9일 오픈 월드 슈팅 게임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2(Tom Clancy's The Division 2)의 PC버전을 스팀에 출시하지 않고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유비소프트의 자체 스토어 2곳에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비소프트는 일부 후속 게임도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시를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디비전2의 에픽게임즈 스토어 입점을 주시하고 있다. 디비전2는 존재감이 큰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작인 디비전은 200만장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킬러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은 대형 게임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된 신생 게임 플랫폼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도 주목할만하다.

통상 개발사가 높은 수수료를 견디면서도 1위 게임 플랫폼에 입점하는 건 사용자가 많이 찾는 플랫폼 안에서의 마케팅이 가능하고 더 많은 잠재 수요자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게임 시리즈 또는 개발사 자체의 인지도가 높고 게임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있으면 어느 플랫폼에서 건 소비자는 그 제품을 구입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가정에서 유비소프트는 수수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선택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에픽게임즈는 스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정책을 채용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게임 구매 이후 2주 안에 2시간 미만으로 플레이했으면 무조건 환불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책이 그 예다. 해당 정책은 스팀이 지난 2015년 적용해 게임을 실수로 산 유저, 구입하고보니 PC 사양과 맞지 않아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유저, 1시간 정도 플레이해 보니 게임이 재미없는 유저 등이 환불을 할 수 있게 돼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게임 무료 배포 전략도 펼치고 있다. 판권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무료로 제공해서 게임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지난 2010년 발매된 인디게임 슈퍼 미트보이를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했다. 에픽게임즈는 2주 간격으로 무료게임을 지속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한 서브노티카도 무료 배포 게임의 예다.

개발사에게는 낮은 수수료로, 소비자에게는 구매 혜택 등을 앞세워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시장은 사용자 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출시 초기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순항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플랫폼은 수수료율과 무료 게임 제공, 할인 등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제품 보유, 사용자 편의를 위한 UI, 게임 추천 기능 등 요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는 올해 안에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게임 플랫폼도 내놓을 계획이다. 유통을 PC게임에 국한하지 않고 모바일 게임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플랫폼 시장 또한 중요하다. iOS 운영 체제 기반의 애플과는 향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포트나이트와 언리얼엔진의 대규모 사용자 풀을 이용해서 플랫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에픽게임즈가 또 하나의 대규모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