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부동산·오락·서비스 기업들을 줄줄이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Seattle Business Magaz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의 대미 투자가 2018년에 무려 83%나 줄어들었다.

미국의 로펌 베이커 맥킨지(Baker McKenzie)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부동산·오락·서비스 기업들을 줄줄이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킨지 보고서는, 그런 기업들의 매각까지 포함하면 2018년 중국인들의 대북미 직접투자는 55억달러(6조 1500억원)나 준 셈이며,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올해 120억 달러(13조 4000억원)의 중국 자산이 추가로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중국 자본 증발은,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도 한 몫하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에서 중국 기업 및 정치경제 프로젝트(Project on Chinese Business and Political Economy)를 맡고 있는 스캇 케네디 소장은 "중국이 해외 투자에 재갈을 물리고 있고,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도 모든 기업에 '매물 아님'(not-for-sale)이라는 표지를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매킨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부동산, 운송, 인프라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이후, 최근 이 부문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대거' 사라졌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미뿐 아니라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크게 후퇴했다. 유럽 전체에 대한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도 2018년에 70%나 감소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의 투자가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캐나다도 지난해 중국의 투자가 80% 증가해 27억 달러(3조원)로 늘어나면서 미국보다 더 많은 중국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의 대미 투자는 지난 2016년, 중국 최대 보험사인 중국 하이난 항공그룹(海港, HNA)이 힐튼(Hilton)의 지분 25%를 사들이고, 안방 보험(安邦, Anbang Insurance)도 최고급 호텔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456억 달러(51조원)를 투자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2017년부터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투자에 제한을 가하면서 중국의 대미직접투자는 290억 달러(32조 4000억원)로 급감했다. 그러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무역 전쟁을 일으키며 중국에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의 대미직접투자는 48억 달러로 주저 앉았다고 CSIS의 케네디 소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투자를 더욱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 미국내 외국인 투자 위원회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는 지난해, 1170억 달러(131조원)에 달하는 브로드컴(Broadcom)의 퀄컴(Qualcomm) 인수를 포함해 몇 건의 인수 합병 거래를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해 CFIUS에게 외국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 대미 투자를 활발히 해왔던 중국의 거대 미국 자산 구매자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중국 당국은, 지난 2014년에 미국의 상징 중 하나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Waldorf Astoria) 호텔을 19억 5000만 달러(2조 2000억원)에 인수했던 안방보험의 회장을 체포하고, 이후 안방보험에 100억 달러(11조 2000억원)을 쏟아 부으며 경영권까지 박탈했다.

항공사에서 부동산, 보험업까지 성장한 재벌그룹 HNA도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인수 활동을 벌여 온 회사다. HNA는 도이치 은행에서부터 힐튼호텔까지 닥치는 대로 게걸스럽게 외국 기업을 사들였다. 그러나 HNA도, 중국 당국이 해외 투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보험 부문의 막대한 부채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그동안 인수했던 기업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CSIS의 케네디 소장은 "중국 당국이 HNA의 날개를 크게 잘라버렸다."고 비유했다.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투자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지난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중국 투자계약이 각각 14건, 7건 취소됐으며, 액수로는 각각 40억달러, 15억달러에 달한다.

베이커 맥킨지의 마이클 드프랑코 인수합병(M&A)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새로운 투자 심사 규제와 무역 갈등, 중국의 투자 통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거래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거래 당사자들은 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실사를 받고 있으며, 거래를 평가하기 위해 심층적인 규제 자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