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과 ICT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교집합이 많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통신 사업자로서 5G에 집중하는 한편, 탈통신 기조도 적극 추진하며 ICT 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두고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만들어 자동차들에게 수수료만 받던 SK텔레콤은 이제 휴게소 비즈니스 모델까지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포털보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와 접점이 많아지는 이유다.

▲ T맵 택시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처=SKT

SK텔레콤은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전략에 나서는 한편, T맵과의 연동에 나서며 모빌리티 전반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인프라까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모빌리티의 초입인 택시호출앱 T맵택시도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도 인공지능인 카카오i를 중심에 두고 활동하는 한편,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 T 택시를 전면에 세웠다. 택시업계와 카풀 상용화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T맵택시의 반격에 휘청이고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T맵택시의 MAU는 120만5000명이다. 10월 9만3000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1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T맵택시 리뉴얼에 나서며 연내 100만 MAU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T맵택시 가입기사 수도 지난해 기준 15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6월말 3만명 수준이었던 가입기사는 지난해 11월5일 리뉴얼 발표 당시 6만5000명, 11월24일 10만명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두 기업의 모빌리티 경쟁은 전장 자체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에 나서며 카카오와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차량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함으로써 편리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파트너인 현대기아차와 협력해 강력한 플랫폼 인프라도 구축했다.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과 미디어(음악 듣기 등), 커뮤니케이션(전화, 메시지) 등의 기능을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두 손을 사용하지 않고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통합된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영어 외에 지원되는 언어는 한국어가 처음이다.

▲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카카오내비와 손을 잡았다. 출처=구글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를 탑재했으며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한국어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가 보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하며 카카오내비와 협력한 것은 국내 정밀 지도 반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내린 고육책이지만, 현지 사업자와 처음으로 오픈 생태계를 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내비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협력으로 빅데이터 운용의 기회를 잡는 한편, 소프트웨어 파워를 더욱 키울 수 있게 됐다. 현재 카카오는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를 현대기아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에 확대 적용하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시작했으며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반면 SK텔레콤은 T맵을 통해 인공지능을 연결했으나 카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는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카카오와 협력하자 사내 메일을 통해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애플 카플레이 지원을 서두르며 전열을 추스르는 중이다.

음원 경쟁도 치열하다. 카카오가 일찌감치 멜론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SK텔레콤은 최근 플로를 공개했다. 최근 플로는 바이브로 브랜딩 통합을 시도하는 네이버뮤직을 앞지르는 등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플로에는 ‘내가 원하는 음악이 물 흐르듯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는 의미가 담겼다. 인공지능 기반 음원 큐레이션 기능이 탑재됐으며 다양한 사용자 경험이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음원 순위 조작 등에서 일부 자유로운 것도 플로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해 초 공언됐던 블록체인 기술 적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멜론은 한 때 SK가 운영하던 서비스며, 이를 카카오가 인수했다. 최근 주춤하고 있으나 멜론을 서비스하는 카카오M은 동영상까지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 플로의 기세가 상당하다. 출처=SKT

콘텐츠 시장에서도 두 기업은 충돌한다.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 옥수수가 지상파 OTT 푹과 만났다. 두 회사의 결합은 넷플릭스를 의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 막강한 투자를 단행하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플랫폼 인프라까지 동원해 미디어 시장에 스며들고 있다. 통신사와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협력 관계도 타진하면서, 코드컷팅이 통하지 않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선봉은 카카오페이지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텐센트와 장기 제휴 관계를 맺고 카카오재팬의 픽코마 성공으로 콘텐츠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기점으로 패스 모바일 실패로 무릎을 꿇었던 인도네시아 중심 동남아시아 시장 전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 네오바자르를 인수했다. 2015년1월 설립된 네오바자르는 인도네시아의 대표 웹툰 서비스 기업으로, 현재 웹툰, 웹소설 플랫폼인‘웹코믹스(WebComics)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는“이번 인수는 해외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카카오페이지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첫 행보” 라며“‘네오바자르’ 인수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확대, 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고 한국 웹툰의 세계화를 리딩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TV가 실시간 플랫폼으로 변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카카오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TV가 실시간으로 대표되는 방송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가 카카오TV의 실시간 방송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이는 시기의 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카오TV에만 약 300만명의 월간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 2017년 2월 다음 TV팟과 카카오TV가 결합한 후 크고 작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인공지능 자막 등 특기할만한 기술 역량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중심으로 사실상 OTT 서비스를 전개하면 한 방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카카오M이 콘텐츠 역량을 크게 키우는 장면도 중요하다. 김성수 신임대표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콘텐츠 전략 시동을 걸었고 기존 크리스피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선보였던 웹드라마, 웹예능에 올해부터는 더욱 다양한 장르, 다수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며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카카오M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킹콩 바이 스타쉽(유연석, 이광수, 이동욱 등), E&T스토리 엔터테인먼트(김소현)에 더해 약 100여명의 방대한 배우군을 확보하는 등 광폭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은 RCS를 통해 카카오톡도 정조준했다. 15일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과 갤럭시S9 시리즈에 서비스한다. RCS 서비스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정한 표준 문자 규격(RCS, Rich Communication Services)에 맞춰 기능과 서비스가 대폭 확대됐다. 별도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거나 서비스 가입없이 스마트폰에 기본 설치돼 있는 문자메시지 앱을 업데이트하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모든 통신사 가입자들이 RCS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 3사간 연동을 준비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상반기 내에 통신사간 연동이 마무리되면 통신사에 관계없이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RCS 서비스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올해 내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물론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OS기반 스마트폰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대다수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통신사와 공동으로 RCS 역량을 키워왔으며 초기 테스트 베드는 갤럭시노트9이 될 전망이다. 단체 메시지가 가능해지고 전송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용량 크기가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모바일 메신저 기능이 대부분 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RCS는 제조사나 통신사의 전유물은 아니다. 실제로 RCS는 국태 통신3사가 의욕적으로 키운 바 있다. 조인은 2012년말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모바일 메신저다. 네트워크 사업자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되며 상당한 관심을 끌었으나 2015년 결국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으로 굳어버린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 갤럭시를 통해 구현될 RCS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총반격이자 통신사와의 협력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RCS 서비스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이동통신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혁신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SK텔레콤은 2019년에도 많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이 직접 체감하는 서비스 혁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로밍 요금제 개편을 통해 음성 매출 일부를 포기하면서 mVoIP(모바일 인터넷 전화) 시장 강화에도 나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에 체류하며 카카오의 보이스톡을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피아식별은 더욱 선명해진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정조준했다.

SK텔레콤은 로밍 요금 매출 일부를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는 한편, 데이터 상품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타 통신사의 mVoIP 가입자를 끌어온다면 로밍 음성 매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라이벌은 mVoIP를 주로 사용하는 타 통신사 고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카카오의 보이스톡 수요도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 SKT가 mVoIP 강화에 나서고 있다. 출처=SKT

전국민 메신저앱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보이스톡은 간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강점이지만 지연시간이 길다는 약점이 있다. 이 대목에서 SK텔레콤은 T전화 플랫폼 기반으로 해외 데이터 망과 국내 음성 망을 연동하는 기술 방식을 제공해 통화 연결 시간도 평균 5초에서 1초 이내로 80% 이상 단축됐고 음성통화 품질, 통화중 음성 전달 속도가 기존 로밍 대비 평균 20%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탈통신 전략을 빠르게 전개하며 카카오의 영역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콘텐츠는 물론, 카카오의 핵심인 카카오톡을 노리는 장면이 새롭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자로서 5G 정국을 중심으로 일종의 제로레이팅 등 '내식구 챙기기 전략'도 구사할 수 있다. 카카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