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과 간담회를 연다.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자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신년 간담회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과 재계의 소통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힌트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첫 청와대 나들이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간담회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주요 경제인들이 청와대에 방문하는 것은 2017년 7월 이후 18개월만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청와대 행사에 초청받은 것은 현 정부들어 처음있는 일이다.

이번 간담회 참석자는 대한상공회의소 주도로 정해졌으며 대기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22명이 참석하고 중견기업으로는 정몽원 한라 회장, 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 우오현 SM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등은 지역을 대표해 참석하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도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하고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간담회는 별도의 시나리오가 없는 타운홀 미팅, 즉 난상토론 방식으로 이어질 전망이며 박용만 회장이 진행한다. 대한상의는 이미 질문지를 정부에 전달했으며, 관련 내용은 질문집으로 별도 제작될 전망이다.

이번 간담회는 문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행보와 관련이 크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행사를 열어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년회 장소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어 국내 경제의 대표주자들과 함께한 장면이 단적인 사례다.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며 부침은 있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원만하게 하락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면서 “매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우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경제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러한 일은) 경제 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이며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 있다”면서 “이 길은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4일 스타트업 현장 방문으로 이어진다. 제조 스타트업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은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3D 프린터와 레이저 가공기 등을 직접 살펴보며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혁신에 주목했다. 3D 프린터가 전통적인 제조 인프라와 ICT의 만남이라는 점도 문 대통령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7일에는 중소 벤처 기업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별도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경제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낙연 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가긴 가운데 이 부회장은 "대표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2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정부의 소통 행보를 종합하면 크게는 경제 활성화, 세부적으로는 '상생'과 '정부 기존 경제 정책의 고수'라는 2개의 키워드가 보인다. 강성욱 한국인사이트경영연구소 부소장은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나 경제 활성화에 중심을 둔 상태에서 중소기업과의 외연을 넓히는 장면은 상생의 의지, 즉 모든 경제 주체들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기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많은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당분간 동일한 경제 기조를 추구할 것임을 선언했고, 최근의 경제 관련 행보에는 이에 대한 재계의 협조를 당부하는 포석도 깔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상생과 정부 기존 경제 정책의 고수라는 키워드는 올해 정부의 경제 로드맵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만 만나지 않고 중소 벤처인들을 동시에 만나는 장면과, 이낙연 총리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상생의 키워드를 언급한 대목이 단적이다. 10일 이 총리는 이 부회장과의 비공식 간담회가 종료된 후 “(이 부회장께서) 먼저 일자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 말씀을 주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80조원을 향후 3년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논란의 연속이던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봉합했다. 나아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7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직접고용 대상은 협력사의 정규직과 근속 2년 이상의 기간제 직원으로, 수리협력사 7800명, 상담협력사(콜센터) 900명이 대상이다. 지금은 상생의 가치를 말하기에 최적의 시간대다.

기존 경제 정책의 고수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도 확인됐고, 당분간 현 정부의 의지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국내 경제가 강한 압박을 받고있기 때문에 일정정도 정책 기조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행보가 신기술로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는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를 연상하게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처음으로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생산 전문 업체를 방문해 “제조업 분야의 활력이 시급하다”면서 “중견기업이 활용가능한 연구개발 사업 등 다양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의 부흥을 지원하면서,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 전략을 덧대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를 방문한 이낙연 총리가 5G 네트워크 생산장비 현장을 둘러본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평가다. 15일 간담회에서 이러한 전략을 염두에 둔 토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 '관심집중'
이번 간담회에 한진, 부영, 대림은 빠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두고 지난 14일 "일부 대기업의 경우 참석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대한상의의 자체적인 판단"이라면서 "사회적 여론과 논란이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진은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물컵사건 등 오너가 갑질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부영은 회장의 횡령 및 배임 문제가 불거졌고 대림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간담회에서 한진과 부영, 대림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와대 방문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간담회 당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상태였기 때문에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그는 지난해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올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 부회장이 한진과 부영, 대림과 달리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지적은 이재용 부회장이 인도 노이다 공장 기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 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건 정부의 행보는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릴 여지가 있는 가운데, 이번 간담회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