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한솔제지의 단기성 차입금이 현금 보유량 및 창출력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담보설정 유지에 따른 차환 등으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환경 규제 영향으로 영업실적이 회복세라는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단기차입금 4977억원... 현금성자산 117억원 불과

▲ 한솔제지의 차입금 만기구조. 출처=한국기업평가

한솔제지(A0, 안정적)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78%였다. 유동비율은 현금성자산과 매출채권 등 유동자산을 단기차입금 등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100% 미만이면 통상 단기 부채 상환 능력을 되짚어보게 된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솔제지의 전체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789억원(명목금액)이다. 이 중 1년 내 만기가 오는 차입금 규모는 4977억원으로 전체의 55.8%다.

▲ 한솔제지의 현금성자산. 출처=한국기업평가

반면, 보유중인 현금성자산은 117억원에 불과하다. 회복중인 영업현금창출력도 차입금 대비 다소 부족한 편이다. 한솔제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647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6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감열염료 수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를 대량 확보해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누적 재고자산 증가액은 직전년도 말 대비 3.8배 높은 1028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적지출(CAPEX) 영향도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630억원이 지출됐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가동된 신탄진 공장의 감열지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목적 등이었다.

▲ 한솔제지의 잉여현금흐름(FCF). 출처=한국기업평가

유동비율 낮지만 유동성 위험도 낮아

신용평가사들은 한솔제지의 단기 유동성 위험이 외려 낮다고 평가했다. 대응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다.

우선 차환이 용이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비중이 큰 단기차입금에 담보가 설정돼있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일반대출, 유산스(Usance) 등 총 23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산업은행은 한솔제지의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담보설정액은 7763억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게 빌린 무역금융 단기차입금 607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에도 재고자산 담보 설정이 돼있다. 재고자산 장부금액은 3624억원이다.

현금창출 유지도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류생산업체로 매출비중은 2017년 기준 인쇄용지 41%, 산업용지 30%, 특수용지 26%다.

신인도 등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 차환도 고무적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2월 발행한 1000억원 회사채에서 총 2550억원 주문을 받았다. 2016년 6월에는 700억원 발행에 4배 이상인 2870억원을 모집했다.

유사시 대출여력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솔제지의 미사용 여신한도는 3377억원이고, 유형자산 담보여력은 1556억원이다.

▲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산업용지 및 특수용지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류제조회사다. 2015년 1월 인적 분할을 통해 존속회사인 한솔홀딩스와 신설회사인 한솔제지로 분할되었다. 출처=한솔제지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단기성차입금은 보유 현금성자산 대비 큰 규모”라며 “그러나 담보부 차입금 연장가능성, 미소진 여신한도 등을 종합 감안할 때 회사의 단기 유동성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도 “주 거래은행인 산업은행 차입금 등에 대해 유형자산 담보가 제공되어 있어 차환의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사용 여신한도 등의 대체자금 조달력을 감안시 전반적인 유동성 대응능력은 우수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중국 환경 규제 영향으로 업황 ‘긍정적’

영업실적도 대체로 회복 중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률은 11.4%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는 등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솔제지의 펄프, 골판지 등 원재료 매입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845억원으로 매출원가의 41%를 차지한다.

중국은 지난해 1월 미분류 폐지 수입 등을 제한했다. 환경 규제 강화 영향이다. 이로 인해 국내 폐골판지(OCC) 수출이 일부 제한돼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해 1월 킬로그램(kg)당 136원이었지만 지난해 7월에는 62.8원을 기록했다. 2배 이상 떨어진 것이다. 한솔제지는 폐지의 90%를 국내에서 수급하고 있다.

물론 폐골판지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76.1원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의 환경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상승 여력 폭은 비교적 적다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펄프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840달러였다. 지난해에는 최대 900달러까지 상승했다. 앞으로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 내 분석이다.

폐골판지 수입 금지로 인한 반사효과 때문이다. 폐지 공급이 막힌 중국 업체 등이 펄프를 찾은 까닭이다. SBHK 가격은 2017년 9월 톤(t) 당 715달러였다. 더불어 펄프 가격 상승에 보여줬던 대응 여력도 일부도 주목받고 있다. 한솔제지는 펄프 가격 상승에 대해 인쇄소재사업의 판매가격을 약 11% 올렸다.(지난해 3분기 기준)

▲ 국내 펄프, 폐골판지 가격.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마진율이 높은 특수용지 판매 비중의 확대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부터 투자한 신탄진공장의 감열지 혼류 생산설비가 본격 가동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특수지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인쇄용지 비중은 1%포인트 감소했다.

김현 수석연구원은 “판가-원가 스프레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탄진 공장 감열지 설비가 본격 가동되면서 고마진의 특수용지 판매 비중이 확대되어 지난해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현 책임연구원은 “중국 환경규제 지속 등에 따른 원재료비 하향안정화와 신탄진공장의 감열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우수한 영업수익성의 지속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펄프가격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수익구조 개선에도 일조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