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가격은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데 계속해서 오르는 커피 소매가격. 커피 유통구조를 통해 알아보자. 출처= 구글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원두가격은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커피 소매가격은 왜 오르나요?’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는 원두가격과 달리 업체들은 커피 소매가격을 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판매하면 농부에게는 30원, 커피수출업자에게는 270원이 돌아간다. 커피 한 잔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8%로 300원가량이다.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여기에 원부자재비, 인건비, 임대료, 시설비, 마케팅비 등을 빼면 커피전문점 운영자는 1000원을 가져가게 된다. 월 3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하루에 100잔씩 팔아야 하니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유통의 구조적 문제다.

미국 경제지 포춘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커피원두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1.13달러였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거래 가격은 1.018달러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보다 20% 하락한 것이다.

▲커피 생두는 농산품으로서 가뭄, 서리, 질병 등과 환율에 민감하다. 출처= 인베스팅닷컴

커피 생두는 농산품으로서 가뭄, 서리,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수확이 적정 물량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커피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고 가격과 거래가 불확실해 질 수 있다. 지난 2016년 브라질의 가뭄으로 원두 가격이 폭등한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생두는 환율에도 민감하다.

때문에 업체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hedge) 전략을 이용한다. 원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세 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장기·대량 구매하는 것이다. 이를 선물거래라고 한다. 선물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선물거래소에서 만나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커피를 사고팔기로 합의한다. 실제 그 시점이 오면 당일의 거래 시세와 무관하게 미리 합의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다.

커피선물거래소를 살펴보면 세계 커피의 흐름과 가격 결정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커피선물거래소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있다. 뉴욕에는 아라비카 커피를 거래하는 커피설탕카카오거래소가 있고 런던에는 로부스카 커피를 거래하는 커피터미널마켓이 있다. 그 외 일본, 브라질, 인도, 싱가포르에도 시장이 있지만 활발하지는 않다.

커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가 많이 되는 원자재라는 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10위에도 들지 못한다. 국제석유시장 규모가 7880억달러(약 8823조)인데 커피는 190억달러(약 21조)에서 230억달러(약 25조)로 추정된다. 콩이나 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커피 수출업자들 혹은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커피를 사들이는 회사들을 로스터(roaster)라고 한다. 생두를 로스팅해 원두로 만드는 회사다. 로스팅 회사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많다. 이 회사들 중 많은 수가 로스팅부터 시작해 가공·유통·판매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 중 하나인 네슬레는 전체 로스팅 기업 중에서도 1위다. 독일의 JAB홀딩스는 네슬레와 1위를 다투는 로스터 기업이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큐리그, 크리스피크림, 카리부, JDE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대체로 상위권 로스터들은 인스턴트커피(soluble coffee) 같은 대량생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많다.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 매장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로스팅 규모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기업이다. 스타벅스는 직접 커피를 현지에서 구매해 미국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후 전 세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공급한다. 우리나라의 스타벅스커피코리아도 미국 본사에서 수입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스터는 동서식품이다. 동서식품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생두의 40%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생두를 공장에서 로스팅한 후 커피믹스나 RTD(Ready to Drink)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하거나 원두 형태로 커피전문점들에 납품한다. 이디야커피가 동서식품의 원두 전량을 납품받고 있는 대표 커피전문점이다.

각 기업들은 원두 선물거래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나름의 영업 노하우로 대외비로 부친다. 이는 제조단가가 공개될 우려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선물거래가 100% 헤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판매하면 농부, 로스터, 커피전문점은 각각 얼마의 이윤이 돌아가는 것일까.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원두가격에도 오르는 커피 소매가격은 로스터나 커피전문점의 폭리 때문일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에서 농부가 가져가는 돈은 30원이 돌아간다. 커피 한 잔에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8%정도로 커피 원가는 300원이 된다. 그렇다고 나머지 3670원을 글로벌 대기업과 로스터들이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져가는 몫은 한 잔당 270원이다. 30원과 비교하면 270원도 많아 보이지만 로스팅을 하고 배에 실어 옮기는 수고를 감안한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 종이컵, 빨대와 같은 부자재비, 인건비, 매장 임대료, 마케팅비로  2400원이 쓰인다. 이 모든 걸 제외하면 커피전문점 운영자들에게 1000원이 남게 된다. 하루에 100잔을 팔아야 한 달 수입이 30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 커피 소매가격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오히려 인건비, 임대료, 유통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결론적으로 마진은 커피전문점 운영자, 글로벌 대기업과 로스터, 농부 순으로 많이 가져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부와 커피전문점 운영자가 직거래를 한다면 중간 유통마진을 줄이고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규모일 때만 가능한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량의 커피를 작은 커피숍이 구매하는 데는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규모가 전국적으로 바뀐다면 저장공간·배송·판매 비용이 들고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원두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도 누군가는 이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종합적인 유통비용이 우리가 구매하는 커피가격에 들어가 있다”면서 “커피 소매가격은 원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은 유통구조에 따라 결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