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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3주구, ‘금고사건’ 내막은

시공사 박탈 ‘서면결의서’ 보여달라 vs 그럴 수 없다

김진후 기자 jinhook@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1.12  09: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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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인된 문제의 금고.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한 반포주공1단지 3주구가 내홍에 휩싸였다. 특히 협상 자격을 파기위해 임시총회를 통해 모은 ‘서면 결의서’를 두고 물리적 충돌까지 치닫는 분위기다.

11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8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소집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건축 사업 우선협상대상 자격을 박탈했다. 그러나 이후 총회를 통해 모은 ‘서면 결의서’의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조합원 측에 주장과 불가능하다는 조합원 측의 주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물리적 충돌로 비화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사와 결별한 반포3주구 입찰 경쟁에 뛰어들 모양새다. 이미 삼성물산을 포함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수주의향서를 제출했고, 몇몇 기업은 지난 10일 주민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임시총회 금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7일 기각됐고, 협상대상자격이 실제로 파기되자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 사무실에 보관한 ‘서면 결의서’ 확인을 명목으로 용역인력이 투입돼 폭력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한밤 중 조합장이 봉인된 금고를 열어보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 내홍에 휩싸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주민들 역시 조합장 측과 현대산업개발 측으로 양분돼 기싸움을 벌였다. 상호 간에 금고와 서면 결의서 훼손을 우려하며 봉인 또는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용역과 조합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경찰은 앞서 금고의 보관법을 두고 중재에 섰지만 CCTV 감시 등 중재안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해당 사태가 벌어졌다.

시공사 박탈을 반대하는 입장의 한정희 대의원은 “우리의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서면 결의서 내용과 분량 등 확인만 하게 해주면 승복할 텐데 공개를 하지 않으니 의심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 같은 입장의 조합원 조 모씨는 “총회 당시에도 조합 측 OS요원이 선거 장소에 서서 감시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면서 “총회 동원을 위해 선물 등을 공세한다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고 소란스러웠다”고 주장했다.

파기 반대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예산안과 조직 집행부 임기에 관한 계약안이 찬성 6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고, 이후 대의원 회의, 전체총회를 거쳐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번복됐다는 것이다.

   
▲ 계약 파기를 반대하는 한 조합원은 지난 총회가 동원됐다는 증거로 문자 메시지를 제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반면 시공사 박탈이 정당하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조합원 김 모씨는 “이사와 감사 등이 오히려 조합원 편을 들지 않고 시공사에 유리하게 조합을 꾸려왔다”면서 “경쟁입찰 당시 현산이 제시한 계약안과 1차·2차 수의 계약의 내용이 상이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산이 수의 계약이라는 지위 이용해 폭리를 휘두르고 있다”면서 “본래 경쟁 입찰 당시의 원안을 고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차 경쟁 입찰시 이주 공과관리 비용, 지장물 관련 처리비용과 함께 계약이행보증서, 시공보증서 등의 조항, 공공청사·도로·공원 등의 내용이 수의 계약서 공사 범위에서 삭제됐다.

   
▲ 조합원 김 모씨는 계약이 거듭될 때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제안 사항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또한 3.3㎡당 계약단가의 경우 반포 15차 재건축이 510만원, 경남3차 재건축이 531만원에 진행된 데 비해, 반포 3주구는 542만원으로 보다 높음에도 가구·음식쓰레기처리기 등 현저히 낮은 서비스 밖에 약속받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서 내용이 서울시 표준계약서 기준에도 못 미치는 데다, 현산이 제시한 ‘혁신안’의 설계도 등이 없는 상태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대로 계약을 맺었을 경우 추후 공사비도 현재 8087억원에서 1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현산 측의 요구에 맞춰 원안과 수의 계약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단’을 구성했지만 주민에게 공지·설명 과정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 7일 조합 정관에 따라 전체 주민의 1/5이 동의해 임시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전체 857명이 참석한 가운데 750명 가량이 계약 파기에 동의했다. 파기 찬성 측 조합원들은 절차 상에도 문제가 없고, 해당 내용에 담긴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합장 측 조합원은 또한 “찬반 여론이 조합원 구성에 따라 나뉜다”면서 “반대 여론은 계약서 변경 부분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현산이 제시한 ‘혁신안’에 현혹된 분들 위주로 크고, 상가 조합원들 역시 하루빨리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이라 파기 이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반포 3주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오는 20일 최흥기 조합장의 해임을 논의하는 총회를 열 계획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날의 갈등은 최흥기 조합장에 대한 불신도 한 몫 했다. 조합은 오는 20일 최흥기 조합장의 해임과 직무정지를 논의하기 위한 총회를 연다. 조합장은 선거 당시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액 부과를 피하겠다”는 공언으로 당선됐다고 주민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해당 단지가 정부 추정치에 따른 최고 금액인 가구당 약 8억원을 부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당초 재초환 부과가 유력했기 때문에 조합장의 무능력은 아니라고 측근들은 변호했다.

이와 별개로 주민들은 기업의 위력 행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조합원은 “금고의 개봉 여부나 총회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차치하고 왜 OS요원(용역)을 들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법적으로 처리하면 될 걸 물리력을 사용하고, 가뜩이나 조합원 사이의 분란을 더 키우고 벌려 놓는 행태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해당 단지가 시공사 재선정에 들어감에 따라, 인근 단지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중개사들은 전했다. 반포동 J공인중개사는 “재초환 문제도 있고, 3주구에서 이런 선례가 남는 바람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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