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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올해 CES 2019, 21세기 연금술사 시대의 원년

기술은 스며들고, 하드웨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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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연금술은 불과 물, 흙, 공기 등 4대 원소가 실제 물질 세계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출발했으나 일부 신비학과 만나 일종의 마법의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 결과 연금술을 연구하는 연금술사는 신비한 현자, 세상을 바꾸는 술법사로 대중에 각인됐으며 현재의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중문화적 관점에서 가장 많이 동원되는 연금술의 대표주자는 '현자의 돌'이다. 저렴한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관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자의 돌 자체가 아니다.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이 가진 능력과 매력이 핵심이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9에도 연금술의 정수, 현자의 돌이 존재한다. 메마른 사막과 환상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나타난 21세기 현자의 돌은 지금 경이로운 연금술사들의 손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출하고 있으며, 절대 전면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5G 이야기다.

   
▲ 현자의 돌은 대중문학에서 주로 소비되는 환상의 마법이다. 출처=갈무리

기술이 스며들다...21세기 현자의 돌
CES는 전통적으로 가전제품, 특히 하드웨어 중심의 박람회로 전개됐으나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소프트웨어와의 결합이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최초 역성장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자율주행차를 타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장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양한 가치가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그릇을 찾아 나선 여정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인공은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가전의 결정체이던 CES의 새로운 변신이다.

올해 CES 2019는 소프트웨어의 위력이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현자의 돌이 등장해 하드웨어들의 영혼으로 스며들고 있다.

현자의 돌을 다루는 대표적인 21세기 연금술사는 구글과 아마존이다.

구글은 올해 CES 2019에서 약 500평의 부스를 마련해 막강한 존재감을 알렸다. 주인공은 인공지능 구글 어시스턴트다. 현재 제휴기업만 1600개에 이르며 탑재된 기기의 종류만 1만종을 넘겼다.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구글홈에 탑재되어 광폭행보를 거듭하고 있으며, 기기 판매량은 10억대를 돌파했다.

아마존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알렉사를 담은 에코를 내세워 일찌감치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석권했으며, AWS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적절하게 연결했다. 기기 종류만 2만종을 넘기고 전체 기기 판매량도 1억대를 넘겼다. 모바일의 강자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가진 구글과 비교하면 판매량 측면에서 10%에 불과하지만, 이커머스에서 출발한 아마존 특유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역사를 보면 이 수치도 놀랍다는 평가다.

21세기 연금술사인 구글과 아마존은 CES 2019에서 인공지능이라는 현자의 돌을 활용해 하드웨어 생태계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샤오미 등에 파고들었고 아마존 알렉사는 중국 TV와 다양한 생필품에도 장착되고 있다. 고대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골렘에 영혼을 불어넣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구글과 아마존의 인공지능이 각 기기에 스며드는 장면은 연금술사가 현자의 돌로 평범한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것과 동일하다. 그 정도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글과 아마존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기들은 초연결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모든 사물과 연결된다.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 패턴을 확보하고, 이를 중심으로 개인화된 경험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톡톡튀는 트렌드를 잡으려고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의 개인화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삼성봇이 가동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21세기 현자의 돌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당연한 인프라로 작동하며 골렘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QLED 8K TV, LG전자의 롤러블 OLED TV는 이제 기본으로 인공지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5G도 현자의 돌로 볼 수 있다. 다만 인공지능이 일종의 영혼이나 두뇌를 상징한다면 5G는 팔과 다리로 묘사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5G를 내걸고 CES 2019를 종횡무진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콘텐츠를 키우는 장면, LG유플러스가 구글과 협력해 가상현실에 집중하는 장면은 물론 자율주행차까지 아우르는 대단위 전략을 짜는 결정적인 이유다.

5G도 인공지능 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이제 5G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5G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며, 여기에는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대거 탑재되고 있다. 올해 CES 2019의 핵심이다.

   
▲ LG전자의 클로이가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5G와 네트워크, 하드웨어 속성 바꾸다
21세기의 연금술사들은 인공지능과 5G라는 현자의 돌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전략의 단면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하게 하드웨어에 인공지능과 5G가 연결되는 것을 넘어, 아예 하드웨어의 속성을 바꾸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렘에 영혼을 주입해 눈을 뜨게 만들어 생각하는 존재로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골렘을 전투기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이다. 그 때부터 골렘은 골렘이 아니라, 전투기가 된다.

로봇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 2019를 통해 처음으로 삼성봇이라는 로봇을 공개했고, LG전자는 클로이로 대표되는 관련 경쟁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네이버도 ICT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올해 CES 2019에 처음 등판하며 저가의 로봇 생태계를 공개했다.

로봇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CES는 대표적인 생활가전 박람회며, 이제 로봇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의미가 있다. 우리가 즐기는 가전제품, 즉 TV와 에어컨, 자동차, 혹은 집이 이제는 로봇이라는 능동적인 인공지능 하드웨어로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TV를 보여주는 로봇이나 에어컨, 혹은 자동차가 되는 로봇은 인공지능과 5G를 만나 더욱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의 왕자 LG전자가 일찌감치 로봇 인프라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탄생한 로봇은 그 자체로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다. TV가 로봇이 되면 단순히 시청하는 사용자 경험을 넘어서는 특이점을 선사하고, 나아가 이동과 확장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그 외 가전제품도 비슷한 행보를 밟을 수 있다. 하드웨어의 속성을 바꾸는 것이다.

관건은 주도권의 향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CES 2019 현장에서 "이제 아마존도 세탁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의 특성을 가진 5G는 차치해도, 소프트웨어 자체인 인공지능 역량을 가진 21세기 연금술사들은 하드웨어 업체들을 순식간에 압도하거나 장악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국면에서 저가의 골렘을 양산하면서 자체 현자의 돌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략을 택했지만, 아직 현자의 돌을 외부에서 주로 수급받는 LG전자는 어느 순간 연금술사들이 흙을 빚어 직접 골렘을 만들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권력의 축은 현자의 돌로 넘어왔고, 현자의 돌만 있으면 멋진 골렘은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1.11  13: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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