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젠 연구원이 부산 연구소에서 의약품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신라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제약바이오산업은 탄탄한 연구개발(R&D)을 토대로 이뤄진다. 의약품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술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벤처가 지속해서 탄생할 수 있는 이유다.

2018년 11월 말 기준 기술특례상장 총 17건 가운데 13건이 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2018년 하반기 바이오·의료 벤처 부문 총 투자액은 701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총 투자액 3788억원을 약 두 배 넘어섰다.

▲ 한국 바이오벤처 투자액 현황(단위 억원). 출처=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 바이오벤처 기업은 강력한 전위부대다. 일각에서는 몇몇 바이오벤처는 글로벌 제약사에 가까울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잘 만든 약 하나로 연간 매출 20조원을 벌어들이면서 환자에게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처럼,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하는 신약은 그 가치가 높다.

그러나 타 업종 대비 빠른 시일 내에 제품을 선보이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벤처가 보유한 기술력이 주목된다.

신라젠, 바이러스로 암 치료…면역항암제 병용 효과 높여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기술에 기반을 둔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 연구개발 기업이다. 항암 바이러스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감염·사멸시키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18년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된 신약개발 방식 중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다.

바이러스는 암을 유발하거나 암 발병률을 높이는 종류가 있다. 이들 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하는 방식은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다. 백신은 약독화한 바이러스를 접종해 이후에 해당 바이러스에 노출될 시 면역 시스템이 대항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 항암바이러스와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의 병용 투여 효과. 면역치료 내성 종양에 항암바이러스 치료를 하면 종양 내 T세포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PD-1, PD-L1과 같은 면역관문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한다. 여기에 PD-1 면역관문억제제를 동시에 투여하면 강력한 치료 반응을 보인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암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백신에서 더 나아가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를 제거하고 암 특정 항원이나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발현하도록 조작해 활용하는 방법이다.

신라젠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은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전 세계 약 20개국에서 600여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허가 받아 이를 진행 중이다. 2018년 말 환자 약 380명을 모집했다. 추가 파이프라인으로는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타는 등 전 세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ICI) 병용치료와 적응증 확대, 차세대 항암바이러스 등이다.

펙사벡의 간암 환자 대상 글로벌 3상과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하는 연구는 임상 1, 2상이 진행되고 있어 평가결과가 주목된다. 이는 2019년 2분기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면역항암제는 효능이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10명 중 약 3명에게만 효능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면역항암제 2종과 펙사벡 병용요법 전임상을 진행한 김찬 분당차병원 교수는 “삼중 병용 시 40%의 실험군에서 종양이 완전 소실됐다”면서 “투여가 끝난 후에도 장기간 치료효과가 지속돼 생존기간도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김무웅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위원은 “후기개발 중인 펙시벡의 시장가치는 2조4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익성이 매우 높은 약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제넥신, 약효 지속성 개선하는 hyFc 플랫폼 기술에 신약개발까지

2018년 유상증자로 2500억원 대규모 자금조달을 이루고, 최근 한독과 함께 미국 바이오벤처 레졸루트에 약 280억원을 공동으로 투자해 최대주주가 되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제넥신은 의약품 플랫폼 기술인 hyFc를 보유한 기업이다.

▲ hyFc는 체내에 있는 두 가지 항체인 lgD와 lgG4를 융합해 생물학적 활성과 체내 지속력을 높인 기술이다. 출처=제넥신

항체에 기반을 둔 hyFc는 체내에 있는 두 가지 항체인 lgD와 lgG4를 융합해 세포사멸기능을 차단하고, 면역원성을 최소화하는 융합 구조로 설계돼 생물학적 활성과 체내 지속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단백질 기술이다. 이는 IgD 부위에 체내로 전달하려는 약물을 결합하면 안전하고 반감기가 긴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제넥신은 hyFc를 활용, 면역항암제,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 만성 신부전증에 의한 빈혈 치료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자궁경부전암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속형 성장호르몬 하이트로핀(hyTropin)은 유럽 임상 2상을 끝내고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임상시험승인계획(IND)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바이오 신약과 더불어 hyFc를 활용, 동종계열 최고(Best-In-Class)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희귀질병과 암, 면역질환 분야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넥신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하이루킨-7’은 체내에 있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루킨-7(IL-7)’에 hyFc를 결합한 지속형 IL-7제제다. IL-7은 암세포를 살상하는 공격성 면역T세포를 증가시키고, 항암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조절T세포(Treg)는 증가시키지 않아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자연계에 있는 IL-7은 구조가 불안정해 제조와 생산이 어렵고, 체내 반감기가 짧아 의약품으로 개발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제넥신은 이 물질에 hyFc 기술을 결합, 구조를 안정화하고 반감기를 증가시켜 면역항암제로의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